[특집]만두파동 한달, 업계는…
[특집]만두파동 한달, 업계는…
  • 이지현 기자
  • 승인 2004.07.12 02: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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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 소재 공방 속 소비자 외면…업계 초토화
유통매장 썰렁…매출 작년 15% 수준
무관한 업체도 안 팔려 총체적 불황

불량만두 사건 발생 이후 한 달이 지났다. 여전히 소비자들은 만두를 불신하고 관련 업계는 초토화 상황에 이르렀다. 어느 누구 하나 책임지는 이 없이 피해자만 낳은 불량만두 파동.

아직도 유통가 만두 매장은 찾는 발길이 없어 썰렁하기만 하다.

사건 직후 유통 업체들은 냉동만두 판매를 중단했으나 6월 셋째 주부터 자체 평가를 거쳐 안전하다고 파악된 제품에 한해 조심스럽게 매대에 진열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매출은 예년 수준의 15% 정도로 좀처럼 소비가 회복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할인점 이마트 관계자는 “만두와 무관한 피자, 면 등 여타 냉동식품까지 덩달아 매출이 줄었다”며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9월이나 돼야 만두 판매가 파동 이전 수준으로 회복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이 역시 안전성에 대한 홍보 등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이번 사태로 한 해 2100억원 규모에 달하는 시장이 순식간에 무너졌으며 영세 업체의 부도 또는 감원 등에 따른 인력 손실, 만두 관련 원·부재료 생산 농민들의 피해 등 사회적인 파장을 고려하면 그 규모가 5000억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일부 업체는 이번 사건과 전혀 관련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블랙리스트에 올라 이유 없이 여론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물론 뒤늦게 혐의를 벗긴 했지만 이미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난 상태여서 기진맥진해 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업체인 취영루는 현재 전 생산 라인이 멈춰선 상태다. 회사측은 인건비를 보조받기 위해 지난 1일 노동부에 휴업 신고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계속되는 반품 요청으로 마이너스 매출을 기록하다 무혐의 처분 이후 일부 제품이 유통 매장에 모습을 드러내긴 했으나 소비자의 냉담한 반응으로 매출은 예전의 20% 수준에 불과하다는 게 이 회사 김경덕 경영전략실장의 설명이다. 전 직원들은 현재 전국의 만두 유통 매장을 돌며 소비자 반응을 점검하고 있고 소비 회복을 위한 방안을 강구 중에 있다고 김 실장은 덧붙였다.

금흥식품 역시 무혐의 처리를 받은 업체로 회사 관계자는 “최근 납품은 재개했지만 거의 팔리지 않고 있어 이달 말까지는 공장 문을 닫아야 할 형편이다”고 말했다.

새아침 총무부 관계자는 “생산을 중단할 정도로 소비가 악화돼 피해 규모는 숫자로 표현할 수조차 없다”라고 울먹였다. 이 회사와 거래하고 있는 신한은행은 이번 파동의 선의의 피해자인 새아침을 돕기 위해 자금 지원 및 마케팅 등의 지원을 약속하기도 했다.

중소 규모 업체들은 이처럼 개별 기업만의 노력으로는 회생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 최근 한국만두제조협회(가칭) 설립을 추진 중에 있다. 초대 회장으로 내정된 새아침 김광철 대표는 “앞으로 협회를 통해 만두의 안전성을 업계 공동의 힘으로 홍보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대기업들의 경우 매출도 걱정이지만 이미지 타격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는 기업 내부적으로 자체 대응 방안을 마련, 시장을 회복시켜 나가겠다는 움직임이다.

계열사가 연루된 CJ 관계자는 “이번 사건으로 기업 이미지가 크게 훼손된 것이 사실”이라면서 “도의적 책임이 있는 만큼 당분간 자성의 시간을 가지며 식품 안전을 보다 강화하도록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90% OEM 방식으로 생산되던 제품의 비중을 대폭 줄이고 OEM의 기준을 한층 강화해 적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번 사건과 전혀 무관한 데다 경쟁사 제품의 이미지 실추로 반사이익을 누릴 것으로 예상됐던 풀무원 역시 만두 제품 자체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 있어 반응이 좋지 않다는 평가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사태로 풀무원 제품에 대한 신뢰도는 높아졌을지 몰라도 원체 상황이 좋지 않은 데다 경기 불황까지 겹치고 여름철이라 대체 간식도 많아 쉽사리 회복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회사 내부적으로는 만두 소비 촉진을 위해 직원들 사이에서 ‘만두 많이 먹기’ 등의 이벤트를 펼치고 있으며 월간 여성지 등을 통해서는 자사 만두 제품의 안전성을 계속해서 홍보한다는 방침이다.

냉동만두 1위 업체인 해태제과 역시 불량만두 파동과 무관한 업체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판매 수준은 점차 회복되고 있으나 예년의 40∼50% 수준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회사측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품질 관리를 담당하는 직원의 이름을 제품 스티커에 붙이는 ‘제조 책임자 실명제’를 실시, 제품의 안전성을 더욱 강화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홍보팀 소성수 과장은 “이 제도를 통해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 소재와 원인을 즉각 밝혀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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