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플라스틱 재활용 무엇이 문제인가
[르포]플라스틱 재활용 무엇이 문제인가
  • 김석현 기자
  • 승인 2004.08.24 02: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RPF 증량’ 업계-환경부 의견대립 팽팽
20여 업체 처리능력 대비 쿼터 10분의 1 그쳐

일상 생활에서 버려지는 ´생활 쓰레기´의 약 40% 가량은 플라스틱 관련 제품에서 나온 것들이다. 플라스틱은 그만큼 우리의 실생활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를 갖는다. 따라서 이 플라스틱 관련 폐기물을 효과적으로 재활용할 경우 에너지원으로의 전환은 물론 환경 보호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게 관련 업계의 생각이다.

경기도 안성시 죽산면 소재의 플라스틱 재활용 업체인 K.R.S(한국리사이클링시스템)를 찾아 일반 가정에서 나오는 플라스틱 폐기물이 재활용돼 에너지원으로 변모하는 과정을 취재했다. 또 이와 관련한 문제점 및 업계와 정부 주무 부서인 환경부의 입장을 알아본다.

■ 플라스틱 폐기물의 재활용 과정

가정에서 버려진 플라스틱 폐기물은 지역별로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의해 수거돼 전국 각지에 산재해 있는 20여 개 재활용 업체에 공급된다.

도착한 폐기물은 사람의 손에 의해 1차 선별 과정을 거친다. 여기에는 크게는 우산대에서부터 작게는 어린이들이 신는 운동화까지 플라스틱과는 전혀 관계 없는 이물질들이 섞여 있어 수작업으로 일일이 선별해 내지 않으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없을 정도이다.

´쓰레기의 질´이 선진국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는 것이 회사 관계자의 설명으로 정밀한 분리 수거가 요구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선별을 마친 폐기물은 1차 파쇄기로 들어가 15cm 크기의 덩어리로 잘려진 뒤 자력 선별기로 넘어간다. 자력 선별기에는 글자 그대로 자석이 내장돼 있어 1차 파쇄 과정에서 부서지지 않은 캔, 장난감, 숟가락 등의 철제품 등이 걸러진다.

1차 파쇄물은 다시 2차 파쇄기로 들어가 1차 때보다 훨씬 작은 6cm의 덩어리로 잘려져 다시 한 번 자력 선별기로 들어가는데 여기서는 앞 단계의 자력 선별기가 잡아내지 못한 보다 작은 금속류의 이물질이 걸러진다.

그 다음 공정은 비철 선별기. 알루미늄과 같은 철제 제품 이외의 물질이 걸러지는 곳이다. 이처럼 수 차례의 ´정제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순수 플라스틱 폐기물´은 정량 공급기로 들어가 최종 단계인 성형기로의 이동을 기다리게 된다.

직경 2m의 원 모양인 성형기는 투입된 최종 폐기물을 완전히 압축한 뒤 66개의 구멍을 통해 분당 1.5톤의 RPF(Refuse Plastic & Paper Fuel)를 완성품으로 만들어 낸다.

환경부 규정에 따라 길이 10cm, 직경 5cm의 원통 형태로 만들어진 RPF는 열랑이 6000kcal나 되는 고화력을 갖고 있어 시멘트 공장에서 시멘트 덩어리를 가열하는 주요 연료로 사용된다.

따라서 RPF의 공급 물량이 많으면 많을수록 시멘트 회사 입장에서는 시멘트를 처리하는데 소요되는 연료의 수급이 원활해지고 나아가서는 에너지 창출이라는 거시적인 차원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 재활용의 한계와 문제점

현재 전국에 있는 KRS와 같은 플라스틱 재활용 업체는 20여 개에 달한다. 이들 업체는 플라스틱 재활용 관련 업무의 ´총본산´ 격인 한국플라스틱사이클링협회로부터 RPF를 만들어내는데 톤당 20만원의 지원금을 받는다.

그런데 RPF의 톤당 제조원가는 이보다 훨씬 높아 대개의 경우 적자 경영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환경부에서 이들 업체를 위해 사업 자금을 장기 저리로 융자해 주는 제도가 있긴 하지만 이는 운영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게 업체들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게다가 환경부와 플라스틱리사이클링협회가 정해 놓은 쿼터제에 묶여 생산을 많이 하고 싶어도 생산을 할 수 없는 ´제도적인 한계´까지 가로놓여 있다.

다시 말해 RPF의 원료인 플라스틱 폐기물이 원활하게 공급되지 못해 중요 에너지원의 하나인 RPF의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것.

쿼터제란 각 재활용 업체에 분배되는 폐기물의 양을 정한 수치. 가동 중인 20여 개 업체가 처리할 수 있는 폐기물은 연간 20만톤이 넘지만 현재 이들에게 분배돼 있는 쿼터의 총량은 1만8000톤에 불과하다. 처리 가능 물량의 10분의 1도 공급되지 못하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번에 방문한 K.R.S의 경우만 따져 봐도 처리 가능 량은 연간 6000톤이나 되지만 배당받은 쿼터량은 1600톤. 4400톤을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이 ´유휴(遊休)시설´이 돼버린 셈이다. 이는 원료 공급원인 지방자치단체로부터 플라스틱 폐기물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고 있기 때문인데 여기에는 환경부의 플라스틱 제품 사용 규제에 절대적인 원인이 있다.

환경부가 공해 물질의 발생을 줄인다는 취지로 라면 회사를 비롯한 플라스틱 용기 사용 업체에 대해 플라스틱 제품의 사용을 최대한 억제하도록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부의 플라스틱 제품 규제 정책에 근본적인 변화가 없는 한 재활용 업체들의 경영난 해소는 요원한 과제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

■ 한국플라스틱용기협회 석용찬 회장
“환경 피해 적고 용도 다양…”
“자원재분배·국가경제 기여”

플라스틱의 사용을 환경 저해 요인으로 보는 것은 지극히 단순한 시각이다. 객관적인 시각에서 정밀하게 분석해 보면 플라스틱만큼 우리 생활에 필요하고 유용한 소재도 없다.

플라스틱을 소각할 때 유독성 물질이 나오고 매립해도 단기간에 썩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플라스틱 제품의 사용을 규제하는 것은 나무는 보고 숲은 보지 못하는 근시안적인 발상의 산물이라고 여겨진다.

플라스틱 제품을 사용한 뒤에는 얼마든지 재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어 결과적으로는 자원의 재분배와 산업 발전, 나아가서는 국가 경제의 활성화에도 기여하는 한 가지 방안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

정부가 권장하는 대로 종이 용기로 대체할 경우 오히려 많은 양의 산림 자원을 훼손하고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펄프의 수입을 증가시켜 귀중한 외화를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 환경부 윤웅로 사무관
“RPF 에너지원 검증 미흡…”
“환경 차원 종이대체 바람직”

환경부가 플라스틱의 사용을 무조건 규제만 하는 것은 아니다.

업계에서 주장하듯이 플라스틱이 필수불가결하게 쓰이는 분야가 여러 가지라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플라스틱의 과다 사용이 환경 문제를 유발하고 엄청난 규모의 매립지를 필요로 하게 돼 국토의 효율적인 이용에도 저해 요인이 되는 만큼 이의 사용을 최소화하자는 것이 환경부의 방침이다.

재활용을 한다는 것도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다. 재활용을 하기 위해서는 그에 못지않은 비용이 소요돼 경제적으로도 타산이 맞지 않으며 재활용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RPF 역시 에너지원으로서의 효용도가 완벽히 검증되지 않은 상태다.

따라서 모든 업체들이 플라스틱을 사용하기는 하되 그 양을 최소한으로 감량하고 그 부분만큼을 종이 용기로 대체해 나가는 것이 깨끗한 환경 보존이나 국가 경제의 발전을 위해서도 좋다고 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