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취임 한 돌 맞은 허근 식약청장
[인터뷰]취임 한 돌 맞은 허근 식약청장
  • 김현옥 기자
  • 승인 2000.02.0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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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체험 통한 대민행정 펼칠터”
간단없는 개혁드라이브 정책 이미지쇄신 기여
전문연구기관 발돋움 위한 과감한 기구 개편도

식품의약품안전청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각이 크게 달라졌다. 청의 민원 업무에 대한 고객만족도 평가지수가 1년새 5%포인트 향상된 것으로 쉽게 입증된다. 특히 업무처리의 공정성과 청렴도가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아 그동안 뇌물수수등 비리관련 사건.사고로 얼룩졌던 식약청의 이미지가 쇄신되고 있음이 자체 평가결과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시장개방이 가속되면서 식품.의약품등의 수입량 급증으로 이와 관련한 안전성 문제도 무국경화시대를 맞고 있다.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의 안전을 책임지는 전문기관으로서의 식약청의 위상제고가 절실한 시점이어서 이같이 변화된 모습은 매우 고무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난해 1월29일 부임당시 위화감이 팽배했던 청 내부조직의 결속과 질적 수준 향상을 위해 간단없는 개혁을 주창해온 허근청장의 업적이기도 하다. 지난 29일로 취임한돌을 맞은 허청장을 만나 지나온 1년간의 소회와 향후 식약청 운영방안등을 허심탄회하게 들어봤다.

- 학자에서 행정가로 변신한 지난 1년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사회성장과 더불어 식약청도 전문 연구기관으로 발돋움하는 하나의 과정이었다. 국민들의 올바른 문제지적과 언론의 정확한 보도는 청의 발전을 위한 질타였고 교훈이었다.

- 식약청의 업무평가 결과에서도 나타났듯이 청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좋은 방향으로 바뀐 것이 사실이다. 이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가.

취임 당시만해도 대.내외적 상황이 어려웠다. 식약청이 갑작스럽게 발족되는 바람에 기존 조직원들을 흡수하는 과정에서 대화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로인해 인화가 안되고 특히 기술직과 행정직간 위화감이 팽배해 모래알같이 따로 겉도는 비정상적인 조직임을 확인했다.

청이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명실상부한 최고 권위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조직원간 인화와 단결이 필요함을 절감했고 그 해결방안 찾기에 상당히 고심했다.

전직원 체육대회와 등반대회등을 통해 몸을 부딪치고 땀을 흘리며 마음을 장벽을 허물어뜨리는 작업을 꾸준히 시도했다. 물론 운영면에선 인사과를 중심으로 문제의 뿌리를 정리하는 일이 주축이 되었지만 이같은 행사는 구성원들의 사고를 전환시키기에 충분했다.

또 악습을 하루아침에 고칠 수 없기에 매 조회나 회의때마다 능동적 참여의식'을 가져야만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고 '과거와 같은 일을 답습하면 퇴보와 후퇴밖에 없다'는 사실을 강조해왔다.

대외적으론 지난 4월 벨기에 정부가 바뀔정도로 국민안전에 심각한 영향을 끼친 다이옥신 사건이 터져 아무런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매우 당혹스러웠던 기억이 난다.

- 다이옥신 사건이후 식약청의 조직구도에 상당한 변화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우선 문제가 발생하면 그 원인분석을 통해 정확한 해결방안을 찾아야 하는데 유관단체와의 긴밀한 협조체제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발견했다.

신속한 정보입수와 진단을 위한 정보화의 중요성을 깨닫고 위해도평가실과 같은 추상적인 기능을 과감히 축소하는 한편 정보화 담당관실의 기능을 대폭 강화했다. 전문인들이 모인 집단이란 청의 기능특성상 연구가 체계적으로 확립돼야만 행정을 뒷받침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였다.

이와함께 '연구기획평가실'을 신설하고 그 활동범위를 넓혀 현장과 현실에 부합하는 효율적인 운영체제로의 변화를 도모했다.

인류전체가 다이옥신에 노출되어 있을 정도로 문제의 심각성이 큰 상황에서 그에 대한 관리방안이나 관련식품을 처리하는 일보다는 국민들의 불안심리를 해소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과학적 자료를 제시함으로써 신뢰성을 높이는데 청의 역량을 집중했고 그 과정에서 언론의 역할이 지대함을 새삼 느끼기도 했다.

-지난해엔 식품의 HACCP(위해요소 중점관리제도)확대실시, 농산물 및 수입식품의 신속한 검사제도 확립, 식중독 예방을 위해 특별대책 시행 등 식품에 대한 사전.사후관리를 대폭 강화했다. 올해 중점적으로 추진할 식품관련업무는 무엇인가.

식품의 확고한 안전성 확보를 목표로 소비자로부터 신뢰받는 식품행정을 구현한다는 것이 기본 시책방향이다. 유전자재조합기술을 이용해 만든 농축수산식품에 대한 안전성 문제가 최대 이슈로 대두되고 있어 이의 관리방안 마련등이 새로운 과제이다.

지난해 8월부터 임의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GMO안전성 평가제도를 의무규정으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중이며 표시제 시행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현재 소비자, 학계전문가로 구성된 GMO표시연구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GM원료농산물과 달리 GMO가공식품은 공인검사법이 확립되지 않은 데 따라 금년중 공인검사법개발을 위한 특별연구 사업과 시중 유통식품에 대한 모니터링사업을 실시할 계획이다.

또 안전한 식품의 제조.유통기반 조성을 위해 HACCP를 단체급식에 확대하고 모든 식품에 적용할 수 있는 일반모델로 개발하는 한편 식품안전사고 발생방지를 위한 신속조치계획을 수립, 시행해 나갈 것이다.

식품규제개혁도 지속적으로 추진, 제품검사제도 폐지에 따른 자가품질 검사제도를 보완하고 규제적 요소인 제조.가공업도 시설기준을 완화할 방침이다.

이와함께 건강보조식품등의 전문적 관리를 위해 허가권을 시.도에서 식약청으로 이관함은 물론 '식품등의 표시기준'을 소비자보호 중심으로 개정할 것이다.

특히 올해엔 식품 또는 의약품 영역외의 제품중 인체에 직접 적용됨으로써 위해가능성이 있는 제품 및 식품포장재의 위해성 물질등에 대한 안전관리대책을 강화하기 위해 가칭 '위해제품 안전관리법'의 제정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시장개방 가속화로 수입식품이 급증하고 있으나 정밀검사 비율이 선진외국에 비해 높고 검사기간도 오래 걸림에 따라 무역마찰의 소지로 작용한다는 지적도 있는데.

국외공인검사기관의 지속적인 확대 추진등 수입식품 검사제도의 개선으로 문제해결에 나설 계획이다.

이미 지난해말 미국 호주등 20개 기관을 국외 공인검사기관으로 지정한 바 있다. 또 수입식품 잔류농약 동시다분석 확대실시와 밀 옥수수 콩등 주요농산물에 대한 무작위 표본검사를 강화하는 등 위해식품 중점검사체계를 구축, 정밀검사의 효율성을 제고시켜 나갈 방침이다.

뿐만 아니라 위해식품의 수입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고 안전성을 확인받은 식품만 수입하기 위한 공장등록제를 시행하는 등 사전확인제도의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또 수입식품 검사제도의 국제동향에 신속 대처하기 위해 APEC, ASEM 등 각종 국제회의에 적극 참가하는 것은 물론 수입식품 검사결과를 주기적으로 홍보함으로써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시켜 나갈 계획이다.

-학계에서 관료사회로의 변화된 환경에서 많은 희로애락을 느꼈을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부임하자마자 불미스런 사건이 발생해 마치 식약청이 복마전이란 시각으로 비쳐졌을 때 가장 힘들었다.
직원들의 상처를 달래면서 앞으로는 이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을 당부하는 등 위로와 격려를 통해 자정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처음엔 조직원들의 능력과 청의 운영문제 등을 걱정했지만 모두가 잘 따라주었고 국정감사나 감사원 감사 등에 한마음 한뜻으로 대응해 좋은 결과를 얻었다. 일종의 시험과도 같은 의식을 치르고 난뒤 모두들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매우 흐뭇한 마음이 들었다.

대학에 몸담았을땐 나의 연구결과가 여러사람과 기관에 의해 활용되고 평가될 때 가장 성취감을 느꼈지만 지금은 직원들이 밤늦게까지 열심히 일하는 모습과 그에따른 결과를 외부에서 인정해줄 때 더없는 희열을 느낀다.

-식약청의 민원업무가 상당부분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문턱이 높다는 불만도 제기되고 있다. 향후 운영방안은.

청장실에는 카페트가 깔리지 않아도 좋으니 민원실만큼은 쾌적하고 다소 호화스럽게 꾸며도 좋다는 지시를 내린바 있다. 직원들의 의자는 낮게 하되 민원인의 자리는 높이는 등 외형상의 물리적 변화외에도 홈페이지에 사이버민원실을 운영, 민원공개시스템을 통한 투명성 확보를 꾀하고 있다.

업계가 사이버민원실을 활용할 경우 민원에 사용하는 시간을 최대한 줄인만큼 제품의 연구개발과 품질관리에 더 많은 시간을 쏟도록 배려했다.

지난해엔 상처받은 직원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청내부의 화합을 다지느라 대외활동을 활발히 못했지만 올해부터는 현장에 뛰어다녀 직접 체험하고 확인함으로써 현실감있는 대민행정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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