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어찌하여 자기눈의 들보는 보지 못하는가
[기자수첩]어찌하여 자기눈의 들보는 보지 못하는가
  • 류양희 기자
  • 승인 2005.09.22 00: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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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TV드라마 ‘제5공화국’에서 개혁적 성향의 인물로 그려진 허화평 씨가 새삼 시청자들의 이목을 끈 바 있다. 그는 말끝마다 ‘개혁’을 부르짖으며 5공 초기 국정운영을 좌지우지했던 인물이다.

그러나 개혁의 가장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금융실명제 도입을 두고 그는 어떻게든 무산시키려 지금까지와는 전혀 상반된 행보를 보인다. 그와 함께 거사(?)를 일으키며 누구보다도 그를 잘 알고 있던 동지들조차 그의 이러한 모습을 생소하게 여기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들이 드라마에서는 고스란히 그려졌다.

시대는 변했어도 속내를 알 수 없는 사람들의 아이러니한 본성은 변하지 않는 모양이다. 최근 ‘음식점식육원산지표시제’ 문제만을 놓고 보아도 그렇다. 이 법안은 지금껏 상당수 음식점에서 수입산 쇠고기가 국내산 한우로 둔갑판매되던 것을 바로잡을 수 있는 법안으로, 소비자인 절대다수의 국민이 찬성하고 있으며, 도덕적으로나 윤리적으로도 타당한 법안이다.

그런데 이 법안은 현재까지 5년여동안 미뤄져왔다. 내막을 들여다보면 생존권을 걸고 강력히 반대하고 나선 ‘음식업중앙회’의 막강한 조직력 앞에 표를 의식한 의원들이 법안 처리를 지연시키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들 사이에 한때 재야 운동권에서 국민들의 권리를 위해 투쟁했다던 개혁성향의 소장파 의원들이 끼어있다. 정말 그들의 이러한 행보가 생소하기 그지 없다.

의원들을 상대할 때마다 느끼는 바가 한 가지 있다. 그것은 선수(選數)가 높을수록 기자를 대하는 매너가 세련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들의 모습은 겸손하기까지 하다. 그런데 오히려 선수(選數)가 낮고 젊은 의원들일수록 보좌관이나 비서관들부터 불성실한 태도를 보인다. 사실 그것은 거의 안하무인적인 태도에 가깝다.

성경에는 이런 말이 있다. “어찌하여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를 보고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 개혁이라는 말을 입에 올리기 전에 그동안 모순되게도 반개혁적 행보로 국민을 기만해 오지는 않았는지 정기국회를 앞두고 의원들 스스로가 깊이 생각해 보았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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