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름알데히드 자연생성 가능성 간과, 검찰 무지가 빚어낸 또하나의 '해프닝'
포름알데히드 자연생성 가능성 간과, 검찰 무지가 빚어낸 또하나의 '해프닝'
  • 김현옥 기자
  • 승인 2000.10.06 17: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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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한 증거없이 관련자 기소 물적·심적 피해 막심

포르말린 통조림의 무죄확정 판결은 지난 89년 우지파동에 이은 검찰의 졸속수사가 만들어낸 웃지 못할 해프닝이다.

검찰은 98년 7월 인체에 치명적인 포르말린을 첨가한 통조림을 만들어 시중에 유통시킨 혐의로 우리농산 대진산업 남일종합식품등 3개업체를 적발 구속기소했다.

당시 검찰은 적발된 식품제조업자들이 수입한 원료에 ㎏당 0.01~0.02㎎에 달하는 포르말린이 함유된 사실을 알고도 유통기한을 늘리기 위해 포르말린을 물에 섞어 뿌린 뒤 유통시키기도 했다며 기업윤리를 저버린 식품제조업자의 비양심적인 상흔을 만천하에 공표했다.

그 결과 해당업체 뿐만아니라 20~30여개의 관련 업체들이 도산하는 엄청난 피해를 몰고왔다.

그러나 재판과정에서 검찰수사의 문제점이 하나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천연상태의 원료에 포르말린 구성물질인 포름알데히드가 자연 생성될 수 있는 점을 간과한 채 충분한 증거도 확보하지 않고 관련자들을 기소했다는 지적이 제기된 것.

억울함은 물론 사회적으로 인간이하의 취급을 받아오던 피고인들을 자연생성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청등의 각종 연구자료를 수집 재판부에 증거자료로 제출했다.

검찰이 표본조사한 통조림에서 가장 많이 검출된 포르말린 양이 표고버섯에서 통상 검출되는 양에 훨씬 못미치는 0.19㎎에 불과한 사실이 드러났다.

법원은 결국 1, 2심 두차례에 걸쳐 포름알데히드가 검출된 것은 사실이지만 자연상태의 식품에도 존재하고 인위적으로 첨가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피고인측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 역시 당시 기소된 4명중 1명에게 이날 같은 취지로 무죄를 확정했다.

졸지에 범죄자가 된 업체 관계자들은 재판을 통해 누명을 벗게 됐지만 그동안 입은 물질적 정신적 피해는 말할 수 없이 크다며 국가와 언론사를 상대로 위자료 청구소송을 제기한데 이어 조만간 구체적인 재산 피해액을 산정해 별도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낼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유사한 사건으로 89년 11월 검찰은 삼양식품 삼립유지 서울하인즈 오뚜기식품 부산유지등 5개 식품회사 대표와 실무자 10명을 공업용 우지를 사용해 라면등을 제조 판매한 혐의로 전격 구속한 사례가 있다.

당시 보건사회부는 문제가 된 우지로 만든 식품에 대한 수거검사를 매월 실시해 왔지만 식품위생법상 하자가 없다고 밝혔으나 분노가 극에 달한 국민들의 눈길을 끌지 못했다.

이로인해 4000억원 규모의 라면시장은 우지사용 여부에 관계없이 순식간에 얼어 붙었고 특히 우지를 사용한 기업의 존폐가 위협을 받게 된 것이다.

대표적인 라면업체였던 삼양식품은 이 사태로 창사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고 5년 8개월동안 무려 22차례의 재판을 거친 끝에 지난 95년 7월 서울 고법 형사1부에서 사건관련자 및 기업체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했지만 지금까지 그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 사건은 모두 비전문가인 검찰과 언론의 무지가 빚어낸 합작품으로 지적되고 있다.

식품파동 가운데 가장 떠들썩했던 우지파동은 전문성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일깨워 주는 대표적인 사례였음에도 검찰은 `포르말린 통조림'으로 그 우를 재현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드러내고 있다.

인체에 위해를 끼치는 부정불량식품의 유통을 근절시키겠다는 검찰의 의지는 높이 평가할만 하나 위법업자를 적발했다 하더라도 정확한 정보와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보다 심도있는 수사과정을 거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시급한 실정이다.

옛 속담에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말이 있듯이 일부 업체의 잘못을 심증만 가지고 접근했다가 국내 식품산업 발전을 오히려 저해하는 결과를 가져와서는 안된다.

더욱이 우리나라에서는 식품과 관련해 그 위해성을 판명할 명실상부한 전문기관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검찰은 사전 검증을 위한 한마디 자문도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함으로써 되돌릴 수 없는 피해를 야기시켰다는 점을 상기하고 다시는 그러한 잘못을 범하지 않도록 앞으로 식품문제를 다룰 땐 더욱 신중한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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