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김현옥 기자의 대만 종이팩 재활용 스터디 투어 연수기①
[기획]김현옥 기자의 대만 종이팩 재활용 스터디 투어 연수기①
  • 김현옥
  • 승인 2008.06.05 01: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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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용률 낮아 정부 주도 전환 품목별 관리
환경당국서 기업 출고량·포장 사항 보고 받아
2005년 ‘4 in 1’ 도입 후 재활용률 급증
지난 5월 27일 오전 7시 30분경 인천국제공항 3층 A와 B카운터 사이 미팅장소엔 한국종이팩재활용협회 회원사 환경담당 실무자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최근 국제 외교활동에서 '타이완'(臺灣) 대신 '차이니즈 타이베이(Chinese Taipei·中華臺北)'라는 명칭을 사용할 방침이라고 발표해 주목을 끌고 있는 대만으로 ‘종이팩재활용 스터디 투어’에 나서기 위한 연수단 일행들이다.

한국종이팩재활용협회 안문희 회장을 단장으로 서울우유를 비롯한 의무생산자 10명, 수집 재활용사업자 6명, 팩 제조사 2명 등 총 24명으로 구성된 해외연수단은 인천공항을 출발한 지 2시간 40여분 만에 대만 도원국제공항에 도착했다. 31일까지 우리나라의 EPR(생산자책임재활용-Extended Producer Responsibility) 제도와 유사한 대만의 재활용제도 및 법률에 대한 이해와 재활용시설 등을 견학하고 유관기관과의 교류의 장을 마련하기 위한 4박5일의 일정에 들어갔다.

도원공항에서 버스로 40분 정도 달려 제일 먼저 도착한 곳은 Liu kow에 위치한 테트라팩 대만지사. 이 회사 행크 탕(Hank Tang) 환경담당 이사와 일본 한국 대만의 환경업무를 책임지고 있는 테트라팩 아시아 환경담당 스즈키 야스히로 이사가 우리 일행을 반갑게 맞아주었다. 연수단은 그곳에서 △대만 식음료 시장 현황과 △대만 환경 및 패키지 리사이클링 현황 △종이팩 재활용 실태 △대만 정부의 제도 법률적 정책 지원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을 듣고, 테트라팩 대만공장 현장을 둘러보았다.

이후 대만 종이팩 제조업체들의 모임인 PCA(Paper Carton Alliance)와 EPA(대만 환경보호서) 및 RFMB(Recycling Fund Management Board/EPA 산하민간기구로 수집·재활용업체관리), 아파트지역 분리수거 현장과 재활용품 수집 및 분리업체, 종이팩 재활용업체인 LIEN TAI PAPER MILL 외에도 대만에서 규모가 가장 큰 음료업체인 Uni-President를 차례로 방문하는 빡빡한 일정을 소화했다. 이번 연수에 동행한 기자는 현지 탐방을 토대로 ①대만의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와 ② 대만 종이팩 재활용 실태 ③국내 종이팩 재활용제도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을 3회에 걸쳐 특집으로 싣는다.


■ 대만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Extended Producer Responsibility)

◇ 개요

한국의 EPR제도는 포장용기나 제품 모두가 ‘재활용촉진법’에 근거를 두면서 재활용관리를 받고 있으며, 재활용목표량을 달성하기 위해 민간이 재활용기구를 구성하는 반면에 대만에서는 정부가 직접 개입한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다. 하지만 재활용기구가 모든 품목을 통합 관리하지 않고 품목별로 개별 관리한다는 점에서는 두 나라 모두 같다.

대만은 1988년부터 EPR제도와 관련된 폐기물법이 있었으나 민간 자율로 운영되는 바람에 해당 업체들이 비교적 재활용이 쉬운 물품 위주로 실적 채우기에 급급한 나머지 재활용률이 13%에 불과할 정도로 효과적이지 못했다.

이에 따라 대만 정부가 1997년에 새로운 폐기물처리법을 개정공포하고, 민간단체가 운영해 오던 재활용기구들을 환경보호서(EPA/우리 환경부와 같은 정부기관)에서 인수해 관리토록 했다. EPA는 6개의 기금관리위원회로 구성된 재활용기구를 조직해 종이팩을 포함한 포장재 관련 기업들로 하여금 출고량과 포장 관련사항을 포장재 담당 기금관리위원회에 매년 보고토록 하고 있다.

수거율과 실제처리비용 또는 재활용 수수료를 정부가 지정하는 은행에 납부하고, 비용이 지불된 포장재에는 로고를 부착, 운영하는 시스템이다. EPA 린 치엔휘 집행비서관은 "법에서 강제한 재활용 목표율은 없으나 자체적인 비전으로 2020년까지 70%의 재활용 목표달성을 추진 중이며, 최종 목표는 ‘폐기물 제로’"라고 말했다.

◇ 대만의 환경과 재활용

대만의 폐기물제도는 크게 4단계로 발전돼왔다.

1단계는 1984~1991년 매립시기로, 대규모 매립장 건설과 함께 1988년 재활용관련 규정을 마련하고 친환경 폐기물관리 프로그램을 개발, 운영했다.

2단계는 1991~1994년 소각시기로, 폐기물 처리를 매립에서 소각으로 전환해 열에너지를 재생시켜 이용했다. 23개 지역에 공공운영 소각장을 설치하고, 개인 업체로 하여금 1곳씩을 운영하도록 장려했다.

3단계는 1994~1997년 재활용시기로, 정부(EPA)가 포장용기제조·수입업체에 용기재활용률 목표를 제시하고 달성토록 독려했다. 이때 대만테트라팩 사는 정부의 지시를 따르기 위해 로컬 필러 등 관계사들과 연합체(PCA)를 결성했으며,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업체에 대해서는 벌금 또는 제명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일부 업체들이 목표 달성률을 허위 보고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정부가 개입하도록 하는 단초를 제공했다. 이에 따라 1997~2005년의 4단계는 3단계에서의 문제점들을 보완하는 시기였다.

정부는 당국과 지자체, 필러, 수집·재활용업체 등 4개 주체가 하나의 재활용 시스템에 의해 유기적으로 움직이도록 하는 '4 in 1' 시스템을 도입해, 2005년 10개 시를 대상으로 시범 실시 후 2006년부터 대만 전역으로 확대 실시하고 있다.

정부는 법률의 제정 및 대국민 홍보를 담당하고, EPA 산하의 RFMB를 통해 업체로부터 받은 분담금을 관리 집행토록 하는 한편 지자체(일반가정, 아파트단지 및 자율 봉사단)는 폐기물의 철저한 분리배출을, 수집업체 및 재활용업체는 분리수거된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필러들은 전년도 실적에 의거해 RFMB에 재활용 분담금을 지불하고 있다. 한편 1997년부터 정부 주도의 재활용 정책 및 제도 변경으로 인해 과거 PCA의 모든 사업과 재활용책임은 현재 RFMB로 이양된 상태이며, 재활용 단체도 테트라팩, SIG, 에버그린패키징으로 구성된 PCA만 남고 여타 품목은 모두 해체됐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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