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지휘체계 흔들리는 서울우유
[데스크칼럼]지휘체계 흔들리는 서울우유
  • 김현옥
  • 승인 2008.07.04 02: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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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옥 편집국장

국내 최대 규모의 낙농조합이자 유가공업체인 서울우유의 지휘 체계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제17대 조흥원 조합장 체제가 출범한 지난해 5월 이후부터 불거지기 시작해 최근엔 그 정도가 심각한 상태로까지 치닫고 있어 이를 바라보는 주변의 시각들이 걱정스럽기만 하다.

일반적으로 기업을 포함한 단체들은 사업연도가 바뀌는 시점에서 전년도 사업결산과 새해 예산 및 사업계획을 승인, 의결하는 총회를 거쳐야 하는데, 서울우유는 올 들어 이 총회마저 조합원들과의 이해 갈등을 해결하지 못한 채 아직까지 통과시키지 못하고 파행으로 운영하고 있는 상황이다. 총회가 승인을 얻지 못하고 사업을 전개한 사례는 70년 역사를 자랑하는 조합 창립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올해 정기총회가 무산된 이유는 지난해 66억원의 적자경영에 따른 조합원 지원금 미지급 문제 때문으로, 당시 조 조합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본인의)임기가 시작된 지 겨우 6개월밖에 되지 않아 엄밀히 따지면 적자경영에 대한 전적인 책임이 없다”며 “앞으로의 임기동안 최선을 다해 선거당시 내걸었던 공약사항을 반드시 지킬 것이므로 지켜봐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그러나 서울우유는 최근 낙농가와 유업계가 원유가격 현실화 문제를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내부적으로 ‘25.0% 인상’을 결정해 대내외적으로 적잖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낙농단체는 서울우유가 농가의 어려운 실정을 감안해 힘든 결정을 내렸다며 환영의 뜻을 전하면서도 이를 계기로 남양유업과 매일유업에 대한 투쟁 수위를 한층 더 강도 높게 진행하고 있다. 이로 인해 서울우유는 일반 유업체의 12.1% 주장에 대한 명분을 잃게 해 동종업계에 상당한 부담을 안겨주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서울우유의 내부에서조차도 '원유가격 25% 결정'에 대한 평가가 좋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조합원과 이사진의 민주적 타협에 의한 '합의'가 아닌 조합원의 일방적인 '강압'에 못 이겨 이사진이 굴복하는 형식으로 이뤄졌다는 점을 탐탁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원유가 인상 결정은 사실상 법적 효능이 없다는 얘기마저 조합 내부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오는 7일 유대 지급 때부터 25.0% 인상된 금액을 적용해야 한다는 조합원들의 주장에 서울우유가 어떻게 대응할 지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협동조합은 자본의 결합인 주식회사와 달리 인적 결합을 바탕으로 한다는 점에서 조합원들과의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조합의 수장은 이를 원만히 이끌어갈 수 있는 설득력과 리더십을 덕목으로 갖춰야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굴욕적인 원유가 인상 결정을 피하지 못한 조흥원 조합장의 무기력한 지도력에 회의감을 갖는 조합 구성원들이 많아 난제를 어떻게 헤쳐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유업계 일각에서는 “한 때 우리나라 낙농정책을 이끌 정도로 강력한 파워와 리더십을 자랑하던 서울우유가 최근 들어 방향성을 잃고 일부 강성 조합원들에게 맥없이 끌려다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고 지적하고, “말로만이 아닌 진정한 실력으로 조합원과 직원의 복지향상에 힘쓸 수 있는 강한 지도력을 갖춘 지도자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라며 애정 어린 쓴 소리도 감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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