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보리 살려 안보·국민 보건 향상을
[기고]보리 살려 안보·국민 보건 향상을
  • 식품음료신문
  • 승인 2009.11.05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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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정 곡류…비타민 등 다량, 우수한 기능성 식품 소재
대기업 생산 참여 절실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벼 수확이 끝나고 옛날 같으면 보리 심기에 한창 바쁠 때다. 그러나 꾸준한 품종개량과 재배기술 향상으로 쌀 생산량이 늘어나고 곡류 소비형태의 다양화로 쌀이 풍족해지면서 보리는 우리의 기억에서 잊혀져가는 곡물이 되고 있다.

남는 쌀의 소비처가 없어 고민인데 무슨 보리 얘기냐고 의아해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우리나라의 봄, 3~4월 생기 넘치는 초록빛 새잎이 돋아나서 황금빛으로 익어가는 보리가 넘실대는 그림 같은 농촌 들녘을 상상해 보면 또 다른 감회가 있을 것이다. 하긴 젊은 세대에게는 생소한 작물이지만, 1970년대 까지만 해도 우리 모두의 주린 배를 채워준, 쌀에 이은 2번째 주요 식량이었다.

그러나 이제 겨우 이름만 유지하는 하찮은 곡물로, 그저 당뇨병환자나 찾는 특별식으로 전락해 버렸다. 연도 별 국내 보리 생산량 변화를 보면 이를 극명히 보여주고 있다. 1965년 150만 톤에 이르던 보리생산량이 1980년 72만 톤, 1990년 20만 톤, 2008년에는 18만 톤으로 줄었다. 게다가 정부의 수매정책이 후퇴하고 우리 식생활에서 보리 소비량이 감소하면서 그 생산량은 더 줄어 들 것이 거의 확실하다. 또한 일인당 년 간 소비량 추세도 보면 1980년 13.9kg, 2000년 1.6kg, 2008년 1.1kg으로 감소해 보리는 이제 별미식 이상, 이하도 아니다.

그럼 겨울동안 비어있는 우리나라 농지에 무엇을 심어 놀리는 땅을 이용하고 형편이 지극히 어렵고 땅에만 의지하는 농민의 소득을 조금이라도 개선해줄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보리를 심고 거두어 이를 식량자원화하고, 식품가공용 원료로 이용하는 것이 좋은 방안이 될 것이다.

우리 식량자급률은 27% 내외에 불과한 실정이면서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다시 세계 경제가 좋아지기 시작하면 바로 2~3년 전에 경험했듯이 곡물가 폭등 현상이 예상되며 특히 우리나라 주 수입 곡류인 밀, 옥수수, 콩의 국제가는 몇 배씩 뛰어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특히 중국의 육류소비 증가는 가축 사양을 위한 곡물 수요를 확대해 결국 곡물가격 상승으로 이어 질 가능성이 높다. 국가의 안보는 국방도 중요하나 식량 확보는 그 무엇보다도 앞선 국가 시책으로 대비해야 할 것이다. 보리는 우리가 확보할 수 있는 가장 가까이 있는 확실한 식량자원이고 식량 자급률을 높일 수 있는 가장 보장된 수단의 하나이다.

국내 보리 생산량이 줄어드는 것은 소비가 안 되고 가격 경쟁력이 없기 때문이다. 소비촉진에는 두 가지 방법을 검토 할 수 있다. 첫째, 일반 가정식의 소비확대이다. 소비자가 먹지 않는 것은 가격보다 맛이 없기 때문인데, 현대의 가공기술은 이를 충분히 극복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 꾸준히 품종개량을 통해 식미를 크게 개선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우리가 이미 확보한 기술로 충분히 어느 수준까지 목표 달성이 가능하다고 본다.

두 번째, 식품 가공용 원료로 보리를 이용하는 것이다. 보리는 이제 건강식으로 소비자에게 뚜렷이 인식되어 있고, 건강식은 가격 탄력성이 높은 장점이 있다. 즉, 조금 비싸더라도 건강에 좋다면 구입한다는 것이다. 가공을 담당할 기업측면에서 보면 원료인 보리의 가격과 가공 적성이 가장 큰 걸림돌이 되지만, 앞으로 가격경쟁력이 높아질 가능성도 크다.

우선 원료인 보리 가격은 수입밀과 경쟁관계가 있는데 2007년 밀수입량은 345만 톤에 금액은 8억 3400만 불에 이르며 특별관세 0.8%를 합해 도입 가격은(2008년 기준) 498불/톤이었고 kg당 가격으로 환산하면 647.4원(1불 1300원 기준)이다. 국내 보리 수매가격은 2008년에 2등 기준 kg당 겉보리는 693.25원, 쌀보리는 737.75원으로 계속되는 세계 곡류가격 상승으로 국산 보리와 수입 밀 가격의 폭이 크게 좁혀졌다. 정부 시책을 바탕으로 보리 재배기술 향상과 장려 정책이 뒷받침된다면 보리 가격은 더 낮출 수 있을 것이며, 국제 밀 값 동향을 볼 때 더 오를 가능성이 높으므로 앞으로 국내 생산 보리의 가격경쟁력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보리는 통보리를 이용해 건강기능성을 높이고, 제분기술을 개발하면 밀가루를 상당량 대체할 수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보리의 기능성은 여러 종류의 비타민, 식이섬유 등이 다량 함유된 것과 관계있다. 특히 어린 보리 잎의 기능성은 물론 익은 보리에도 심장질환 발생 억제에 효과가 뚜렷한 베타글루칸 등 다양한 생리기능 성분이 다량 함유되어 있고 근래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대장암 발생과 관계가 있다고 알려진 식이섬유가 쌀의 7.2배, 밀의 2.3배나 함유되어 있다. 이런 이유로 변비에 보리 먹기를 권장하고 있다.

보리를 가공식품의 소재로 이용할 길은 넓다. 또한 발아보리와 통 곡류의 기능성은 과학계에 널리 알려지고 있어 곡류를 통째로 이용하는 기법이 도입돼야 한다. 세계적으로 통곡류의 이용에 큰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은 곡류의 외피에 존재하는 특수 성분들 때문이다.

보리의 또 다른 장점으로는 겨울 유휴지를 이용하는 것 외에도 재배 시 농약을 일절 사용하지 않는 청정 무농약 곡류이며 재배에서 수확 때까지의 소요 비용이 어느 작물보다도 낮다는 것이다. 또한 을씨년스런 겨울을 이겨낸 초봄에 모든 국민에게 초록의 향연을 베풀어 정서순화에 기여하며 고창 청보리 축제와 같이 지역의 관광 상품으로 폭넓게 개발해 농업을 3차 산업과 연계할 수도 있다. 특히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탄산가스 줄이기 운동에 보리는 너무나도 적절한 작물이다. 아울러 우수한 기능성 식품공급으로 국민보건 향상에 기여하는 것은 그 효과를 가늠하기가 어렵다..

이와 같이 여러 장점을 갖고 있는 보리를 다시 우리 주위로 불러들여야 한다. 이 사업에 정부는 물론이지만 국산 보리를 가공용 소재로 활용하기 위해 대기업의 참여가 절실하다. 이는 기업 이익추구 차원을 넘어 소비자가 만들어 준 이익을 다시 사회에 환원하는 좋은 방법이고, 농민과 함께 한다는 기업이미지 관리에도 크게 기여 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전망있는 기업의 선순환의 모범 사례가 될 것이다. 정부당국과 식품기업체, 그리고 관련 연구기관의 적극적인 참여로 우리 보리를 살릴 것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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