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지정 제과협비상투쟁위원장
[인터뷰]김지정 제과협비상투쟁위원장
  • 김현옥 기자
  • 승인 2000.0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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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세기업 생존권 수호’ 가장 큰 의의
재벌그룹 시장진출 막고 내부 자정노력 지속

『불만족스럽지만 현 수준에서 더이상 발전시키지 않는다는 이행각서를 받아들이기로 합의 했습니다.』 지난달 24일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제일제당 제빵사업 진출 저지투쟁」을 벌여온 김지정 제과협회 비대위원장은 당초 「뚜레쥬르」 전면철수 요구에서 한발짝 물러서 쌍방이 피해를 최소화하는 선에서 해결점을 모색했다고 말했다.

김위원장은 『제일제당이 앞으로 원료(냉동생지) 공급사업에 주력하고 뚜레쥬르가맹점을 현재의 2백14개에서 동결하는 한편 가맹점이 자연소멸할 경우에는 증설하지 않을것을 약속 해온이상 일단 진출한 가맹점에 대해선 동업자란 입장에서 수용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재벌들의 영세 소기업 침탈행위는 경제민주화, 부의 평등적인 분배, 자유로운 기술발전을 저해하는 것으로 정부는 보다 강력한 규제와 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김위원장은 목청을 돋우었다.
 

-국내 제과업계의 현주소는?

대한 제과협회 산하 전국 2만여개의 제과점중 약 80%가 월매출 1천만원선이며 순수익은 2백만원 정도이다. 도시 최저생계비에 불과한 수준이다.

종업원구성은 가족노동형으로 4~6인 규모이고 평균 노동시간은 14시간을 상회한다. 제과업에 종사하는 인원은 20만명이고 기자재, 원료, 설비, 실내장식 등 관련업종 인원은 약 1백만명 정도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같은 통계는 대한제과협회 전국지회장과 프랜차이즈 대표실무자회의를 통해 파악됐다.

따라서 재벌기업인 제일제당이 소매점을 확산시켰을 때 경쟁력이 거의 없어 가장 먼저 도산하는 업종으로 꼽히고 있다. 게다가 IMF.이후 베이커리 수요는 대폭 감소한 반면 생계형 창업이 제과점으로 몰려 과잉의 시장구조를 형성하고 있는 실정이다.

-제일제당이 베이커리사업을 시작한지 3년이 지났다. 그동안 활발한 사업활동에도 문제시 삼지 않다가 이제야 제동을 건 이유는 무엇인가?

제일제당은 지난 97년 베이커리 사업 진출 당시 제과협회와 한 약속을 깡그리 무시했다. 그동안 협회차원에서 가맹점 철회 요청문을 수차례에 걸쳐 발송했지만 제일제당은 이 핑계 저 핑계로 점포수를 계속 늘려왔다.

베이커리 기술인력난과 작업환경 개선을 위해 냉동생지를 개발 보급하고 IMF로 인한 사내 유휴인력의 복지후생차원에서 점포를 운영한다는 전제아래 사업을 시작했으나 현재 뚜레쥬르 체인점포가 2백40개에 달할 정도로 급속도로 확장시켰다.

이는 처음 시장진출당시 일정자격을 갖춘 장기근속자에 한해 소수인력이 점포를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자사 제빵학원의 기술인력 양성으로 업계인력난 해소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해온 주장과 배치되는 것이다.

제과협회 회원사들은 이같은 제일제당의 제빵소매점 확산이 재벌지위를 남용한 인력스카웃등의 불공정거래행위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점을 직시하고 생존권차원에서 공동대응키로 의견을 모았다.

제일제당의 제과소매업 진출은 영세한 동네빵집으로서는 비교도 안되는 심각한 자본 및 마케팅 수준의 열세외에도 인적.물적자원 부족으로 인한 경쟁력 열위를 가져와 상당수가 폐업위기에 처할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제일제당의 중복적인 투자와 자본, 장비, 인력등 물리력을 동원한 무차별적 확장정책을 중단시키지 않을 경우 제일제당이 주장해온 2001년 상반기 시장지배의 주도권행사가 현실적으로 달성돼 기존 제과점의 3분의 2정도가 도산하거나 부도, 전업할 것으로 우려됐다.

따라서 더 이상 보고만 있어선 안된다는 판단아래 지난달 25일 여의도에 비상투쟁위원회를 열고 본격적인 저지운동에 나선 것이다.

-제과협회 비상투위의 제일제당 사업전면철수 요구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자유시장경쟁원리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있었는데.

제일제당은 이미 제빵원료인 설탕(48%), 식용유(38%), 밀가루(28%)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같은 원료공급업체가 제빵소매점까지 진출, 보다 유리한 입장에서 시장을 장악하게 되면 기존의 수많은 제과점의 도산으로 사회문제화 될 것이 뻔하고 관련산업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해 결국은 국가경제의 생산성 하락을 부추기게 된다. 뿐만아니라 고용의 불안정성마저 야기돼 정부가 세금으로 실업자를 책임지는 악순환을 거듭할 것이란 전망이다.

따라서 재벌들의 영세소기업 침탈행위는 경제민주화, 부의 평등분배, 자유로운 기술발전을 저해할 뿐이어서 정부차원의 보다 강력한 규제와 제도적 장치마련이 시급하다는 생각이다.

-재벌과의 힘겨루기에서 당초 요구했던 수준만큼은 아니지만 그런대로 합의점을 도출했다는 점에서 그동안의 활동에 대한 감회가 새로울 것으로 여겨진다. 투쟁결과에 대한 평가는.

영세기업이 똘똘 뭉쳐 대기업의 자존심을 꺾은 사례는극히 드물다. 특히 식품부문에서 그동안 대기업의 횡포에 맞서싸워 승리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일 것이다.

비록 규모는 작지만 힘을 모아 단결해 기본권을 수호하고 생존영역을 지켜냈다는데 그 의의를 두고 싶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제일제당의 제빵사업 확대는 대기업의 베이커리시장 진출을 부추겨 중복투자, 이중설비 등으로 인한 국가경제의 낭비적 형태로 이어지는 등 여러 가지 문제를 파생시켰다는 점에서 이번 저지투쟁은 국가경제 활성화란 측면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볼 수 있다.

만일 제일제당이 제과소매점 진출에 성공할 경우 또다른 대기업들의 제과업 참여를 기정사실화하는 위험성이 큰 만큼 사전에 쐐기를 박는 역할도 충분히 담당했으리라 본다.

-베이커리 시장에서의 대기업 진출현황은.

상당수 재벌들이 주로 빵의 본고장으로 알려진 프랑스와 일본등지에서 브랜드를 도입 기존 제과인들이 해방이후 쌓아온 국내 토종기술과 한판 승부를 벌이고 있다.

삼성그룹계열 조선호텔의 경우 ´달로와요제과점´과 ´데이앤데이´란 브랜드로 할인점에 진출해 있는 상태이다. 역시 삼성계열의 신라호텔도 호텔내에 직영점을 확장해 소매업에 진출한데 이어 계속해서 소매점 운영계획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애경그룹은 프랑스에서 ´꼬르동블루´브랜드를 도입, 백화점과 소매점에 동시 입점한다는 방침아래 채비를 서두르고 있으며 LG그룹의 LG25시 슈퍼도 제과코너를 직영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종국적으로 재벌기업의 제빵사업 확대를 저지하지 않으면 외국기술과 국내 토종기술간 자존심건 생존투쟁으로 압축되는 형국을 보일 것이다.

-이번에 ´타도 제일제당´을 외치며 1만8천여 회원사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던 점은 베이커리사업에 눈독을 들여온 재벌기업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컸을 것으로 보여진다. 재벌의 제빵소매점 진출을 막기 위해선 원천적으로 이를 봉쇄하는 제도적 장치마련이 필요하다고 보는데.

현행법상 제빵업은 즉석 제조판매업중 휴게음식점으로 허가되는 취약점을 안고 있다. 즉석 제조판매업은 참기름을 즉석에서 짜 판매하는 행위도 포함될 정도로 재벌기업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가능한 업종이다. 재벌기업의 경우 베이커리사업을 호텔내 점포운영 방식으로 고급화시켜 운영하는 것은 무방하지만 체인점으로 확대시켜 길거리로 나오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제과점 사업을 중소기업 고유업종으로 지정시켜줄 것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제일제당측과의 합의로 비상투위의 역할을 다했다고 보는데 향후 활동방향은.

22일 제과협회 총회때 비상투위의 활동상황과 투쟁백서를 발표한 뒤 해체할 예정이다. 그 대신 협회 산하에 (가칭)제과업공동발전위원회를 구성하고 재벌회사의 제빵프랜차이즈 진입시 공동대처하는 한편 내부적으로 할인판매를 비롯한 과당판촉, 광고경쟁 등 업계발전을 저해하는 문제해결 노력을 지속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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