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막걸리 예찬과 우리의 준비
[기고]막걸리 예찬과 우리의 준비
  • 김현옥
  • 승인 2009.12.28 09: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막걸리 붐 이어나갈 국가 지원 절실
알코올 함량 등 국제적 명주에 못 미쳐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신동화식품연구소장)

우리민족의 오랜 전통주로, 그리고 농주로 사랑을 받아왔던 막걸리가 국내외에서 이렇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유사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막걸리하면 경제적 부담 없이 상당량을 먹을 수 있고 적당한 영양원이 있어 몸에도 큰 무리를 주지 않으며 특별한 안주가 없이 먹을 수 있는 장점이 많은 술이다. 또한 심성적으로 친구가 생각나고 고향을 연상하게 하여 마음으로 통하는 술이 막걸리이다.

국력의 신장과 함께 일본에서 불기 시작한 막걸리의 인기가 다시 국내에 붐을 촉발하였고, 서로 상승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막걸리의 붐은 과연 일시적인 열풍인가, 아니면 계속 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이 많은 사람들의 가슴속에 있다는 것을 숨길 수 없을 것이다. 이와 같은 반가움과 우려가 같이 오는 것은 열풍을 일으키는 것은 지금의 현상이나, 이런 추세를 지속시키기 위한 확실한 뒷받침과 저력이 우리에게 있느냐의 걱정이다.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판매되는 술은 아마도 맥주와 포도주일 것이다. 그러나 국제적으로 알려진 명주들은 몇 가지 특징이 있는데 대부분 혼탁주 보다는 맑은 술이며 저장성이 우수한 일정 농도 이상이 알콜 함량과 독특한 맛과 향취를 가지고 있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가치가 올라가는 공통점이 있다.

우리의 막걸리는 과연 이런 조건에 맞는 것인가? 막걸리는 발효 후 단기간에 소비해야 하는데 그 이유로 알콜 함량이 낮아 저장성에 한계가 있고 비살균 제품이므로 유통 중에도 발효가 되어 가스가 발생하고 혼탁주로, 부유물이 균질화가 되지 않으면 침전되는 등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결점을 보완한 제품들이 개발되고 있고, 근래에 발효 기술도 많이 발전하였으나 세계인이 선호하는 알콜성 음료로 보급하는 데는 상당한 과학적 뒷받침이 더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나라 막걸리 제조업체는 근 80개에 이르며 2008년 기준 생산량은 25만KL, 매출액은 1,700억 정도로 추정되며 64억 원 상당의 제품을 수출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업체들의 사정으로 보면 상위 20개 업체가 전체 생산량의 67%를 차지하고 있어, 많지 않은 매출액의 상당부분이 몇 업체에 편중되어 있으며 그 외 업체는 가내 수공업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실정이다. 이와 같은 중소기업 규모로는 신제품 개발이나 연구개발에 여력이 없어 국가적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제 정부에서도 전통주 등의 육성을 위하여 특별법을 제정하고 있으며 한식 세계화의 한 축으로 막걸리 산업을 육성하려는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어 막걸리 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호기를 맞았다고 여겨진다.

발효 조건 등 규격화·품질 개선 필요
보급형과 함께 고급주 생산 유도해야


이와 같은 기회에 막걸리 산업을 한 단계 높이기 위해서는 몇 가지 방안이 심도 있게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첫째 현재 유통되는 막걸리의 가격과 품질개선이다. 경제적인 가격의 막걸리는, 쌀을 원료로 하여 대중주로서 그 위치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하여 발효에 관여하는 미생물과 발효조건 등을 관리하여 규격화와 품질개선이 필요하다. 특히 유통 중 가스 발생의 억제와 침전 등 제한요인을 제거해야 한다.

둘째 보급형 막걸리와 함께 고급주의 생산 판매를 유도해야한다. 쌀을 원료로 하되 우리 가양주 형태를 유지하는 맑은 술 형태의 고급화 된 술을 만들어야 한다. 일본의 청주와 차별화하기 위해서는 우리 고유의 발효기술을 개발하고 발전시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본다. 이견이 있겠으나 누룩을 과학화하여 발효기질로 이용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

셋째 혼합주의 생산을 검토해야한다. 우리나라에는 많은 종류의 한약재와 차별화된 색과 향을 내는 특수한 소재를 이용한 민속주가 개발되어 있다. 이들 술의 제조공정을 개선하고 품질을 고급화하면 우리의 술로, 세계인의 관심을 끌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특히 식물기원의 특수 성분들은 건강과도 연계 시킬 수 있을 것이다.

넷째 알콜 함량이 높은 술의 개발이 필요하다. 지금과 같은 저도수의 막걸리보다는 적어도 포도주(12%)나 그 이상 (20% 이하) 알콜이 함유된 제품을 생산하여야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다섯째 상품성의 제고를 감안해야 한다. 이를 위하여 장기 저장 가능한 제품이 되어야 한다. 단기간 내에 소비되어야하는 술은 국내 유통은 가능하나 장기적으로 세계 술로 발돋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아울러 포장이나 디자인이 세계적 감각에 부응해야 한다. 내용물도 중요하나 처음 선택은 용기의 모양과 디자인이 결정한다.

여섯째 정책적 지원이다. 주세 비중에서 0.3%밖에 차지하지 않는 막걸리는 이제 세수원이 아닌 산업육성 차원에서 검토되어야 한다. 우리 전통주 산업은 현 정부가 고심하고 있는 농민의 소득 증대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이 모든 것은 과학적인 뒷받침을 필요로 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하나하나 다져가는 준비가 있어야 세계 속에서 우리 술이 자리를 잡을 수 있고 우리의 발효주 산업을 발전하는 터전을 마련할 수 있다. 관련 정부기관에서는 우선 R&D만은 책임지고 과감히 지원 할 필요가 있다.(신동화/전북대 명예교수,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