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식품안전성 ‘과학’이 말하게 하자
[기고]식품안전성 ‘과학’이 말하게 하자
  • 식품음료신문
  • 승인 2010.01.15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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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 안전성-소비자 수용도 관리
균형 갖춘 ‘종합적 위험평가’ 절실
이철호 고려대 교수·한림원 종신회원
식품의 안전성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점점 고조되고 있다. 믿고 먹을 수 있는 안전한 식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요구가 커지면서 이것이 식량의 생산과 공급을 결정하는 주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관리당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식품안전 관리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막연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이는 최근의 급속한 과학기술의 발전과 시대적 변화과정에서 야기되는 과학교육과 소비자 인식의 불일치에 기인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식품안전의 수준이 높아지면서 가용성 식량이 적어지고 식품가격이 상승한다. 우리나라는 식량(곡물)의 7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식량안보가 대단히 취약한 나라여서 식량안보 상황을 고려한 식품안전 정책의 필요성이 강조된다.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새로운 원료 물질이나 가공 기술이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위험도와 안전성에 대해서는 철저한 과학적 평가를 실시하고 있고 소비자들도 이들에 대한 과학적 평가 결과를 대체로 수용하고 있다. 그러나 식중독 미생물의 혼입정도, 항생제 내성 미생물의 증가, 생명공학식품, 방사선 조사 식품 등에 대해서는 과학적으로 안전성이 입증됐지만 소비자들은 여전히 신뢰하지 않고 있다.

다시 말해서, 과학적 위험평가에 의한 안전성과 소비자 수용도 사이에 커다란 괴리가 존재해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이러한 상황은 우리의 식량안보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소비자들이 과학적으로 안전성이 입증된 식품에 대해 터무니없는 공포와 불신을 갖는다면, 이는 우리가 양적, 질적으로 충분한 식량을 확보하는 데 장애가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식품의 위험평가 기술에 대한 국민의 이해와 신뢰를 높이는 일이 시급하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은 지난해 8월 24일과 25일 양일간 미국한림원과 공동으로 ‘식품의 안전성에 대한 과학적 평가’를 주제로 제2회 한·미 한림원 공동심포지엄을 개최한 바 있다. 이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고 있는 미국의 전문가들과 국내 전문가들이 식품 안전성 평가기술 전반에 대해 검토하고, 식품 안전성 평가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했으며, 과학적인 위험평가로 도출된 정보를 정책 입안 및 규제 과정에서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해 심도 있는 토론을 진행했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은 이 국제심포지엄에서 발표, 논의된 전문가들의 견해에 입각해 본 ‘한림원의 목소리’를 통해 과학기술적인 관점에서 식품 안전성 확보를 위한 정책 방향을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첫째, 식품의 안전관리는 위험평가, 위험관리, 위험정보교류를 통한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에 의해 수행돼야 한다.

둘째, 식품안전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정부 당국은 과학적 사실에 근거한 위험평가를 필수도구로 활용해 국민을 안심시키고, 식품안전관리 행정의 객관성을 국민에게 납득시켜야 한다. 식품안전관리는 위험평가와 위험관리 기능을 분리하되 양 기능 간의 긴밀한 협조가 보장되는 가운데 투명하고, 합리적이며, 공개적으로 시행해 위험정보 교류가 가능토록 해야 한다.

세 번째, 식품 중의 거의 모든 성분을 마이크로그램 또는 나노그램 수준으로 분석하고 있는 첨단 분석 기술 시대에 극미량일지라도 위해요소의 검출 자체를 위험으로 인식하는 종래의 사고방식은 고쳐져야 한다. 식품의 안전성은 정량적 위험평가에 의해 과학적으로 규명돼야 한다.

네 번째, 식품 방사선조사 기술은 현존하는 가장 안전하고 경제적인 고품질의 식품저장 기술로서 국내외에서 지난 50여년간 막대한 연구자금을 투입해 발전시켰으며, 정부가 사용을 승인한 기술이므로 식품의 위생수준을 향상하기 위해 이를 활용해야 한다.

다섯 번째, 생명공학기술에 의한 유전자변형식품은 전 세계적으로 사용이 확대되고 있다. 우리 정부가 철저한 안전성 평가에 의해 허가한 유전자변형식품을 국민이 안심하고 먹도록 과학기술계가 교육하고 홍보해야 한다.

여섯 번째, 식품의 안전성 확보는 식량안보와 직결되는 사안이므로 위험평가는 종합적인 위험편익분석의 특 속에서 균형 있게 수행돼야 한다.

일곱 번째, 식품안전성학은 다학문적 접근이 필요한 새로운 학문분야로 관련 학술 진흥을 위한 정부의 지원과 학계의 노력이 필요하다.

여덟 번째, 식품안전의 문제는 소비자들이 불신과 막연한 불안감에 주로 기인하는 것이므로 식품안전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는 일에 과학기술계가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한다.

※이 글은 ‘한림원의 목소리’ 제 3호에도 실린 것으로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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