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천일염 ‘명품화’ 차근차근 풀자
[데스크칼럼]천일염 ‘명품화’ 차근차근 풀자
  • 김현옥
  • 승인 2010.04.02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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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력 추적제만으론 부족
생산 기반 현대화 시급
정부의 국산 천일염 명품화 정책에 힘입어 식품업계에 천일염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이 천일염 사업에 새로 뛰어드는가하면, 조미료 과자 장류 등 각종 가공식품에 사용하는 소금을 천일염으로 대체하는 등 발 빠른 움직임으로 ‘이미지 업’ 효과를 노리고 있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광물로 취급돼 배추 절일 때나 쓰이던 값싼 '포대 소금'이 2007년 염관리법이 개정되고 2008년 3월 식품공전에 기재되면서 ‘하늘이 내려준 보석’이란 별명과 함께 ‘귀하신 몸’ 대접을 받고 있는 것이다.

관장부처도 농식품부로 바뀌면서 프랑스 ‘게랑드’ 소금 못지않은 세계적 명품으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밝혔고, 국회에서도 이러한 정부 정책을 적극 지원하겠다며 팔을 걷어붙이는 등 모처럼 당정이 천일염을 통해 하나 되는 모습마저 보이고 있다.

이처럼 천일염이 식품시장의 블루오션으로 급부상한 이유는 각종 미네랄이 풍부해 세계 5개 갯벌의 하나로 꼽히는 우리나라 천일염 밭 환경의 희귀성 때문이다. 여기서 만드는 국산 천일염은 외국산에 비해 칼륨 칼슘 마그네슘 등 각종 미네랄 성분이 3배 이상 많은데 반해 고혈압과 비만의 원인이 되는 염화나트륨은 20%가량 낮다는 연구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1300억 원대에 이르는 식품용 소금시장의 트렌드가 ‘건강한 소금’으로 알려지면서 관련제품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는 천일염 위주로 크게 변화될 조짐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열악한 천일염 생산기반의 현대화가 선행되지 않고서는 국민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바닷물을 염전으로 끌어 들여 바람과 햇빛으로 수분을 증발시켜 만드는 국산 천일염의 세계 명품화를 위해서는 품질 및 안전성 확보가 최우선 과제인데도 이에 대한 해결책 없이 섣부르게 분위기만 띄워놓을 경우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이다.

국어사전에 명품은 ‘훌륭하여 이름이 난 물품이나 작품’을 말한다. 따라서 명품은 제품에 담긴 철학과 역사, 마케팅 등이 총체적으로 어우러질 때 가능하며 어느 한순간 갑자기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천일염의 명품화를 위해서는 근본 뿌리를 튼튼히 하기 위한 액션플랜과 시간, 노력이 절실하다. 장점만 드러내어 화려하게 포장하기보다 이면에 숨겨진 약점들을 해결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농식품부는 지난달 25일 민관 합동의 '규제개혁 제도개선 협의회'를 열고 천일염에 이력추적제를 도입해 소금의 원산지와 품질 등을 알 수 있도록 하겠다는 개선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력추적제만으로 국내 소금시장의 안전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점을 당국자나 업계 모두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오염된 바닷물은 차치하고라도 햇빛에 농축시킨 바닷물을 담아 두는 해주의 지붕과 소금보관 창고의 석면이 함유된 슬레이트, 소금알갱이가 만들어지는 결정지 바닥의 환경호르몬을 방출하는 PVC 비닐장판 등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는 문제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현실이다. 그런데도 대다수 염업자들이 생계형으로 영세한 탓에 속수무책이어서, ‘명품소금’, ‘웰빙소금’이란 홍보마케팅 뒤의 요원한 숙제로 남는다.

일각에서는 미네랄은 소금이 아닌 다른 식품으로 섭취하고 오히려 불순물을 모두 제거한 순수한 정제소금을 섭취해 안전하게 소금을 섭취해야 한다는 주장마저 나오고 있다.

식품산업 현장에 빠른 속도로 녹아들면서‘ 전성시대’를 예고하고 있는 천일염이 많은 공을 들이고서도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사상누각이 되지 않도록 당국이 신중하게 귀 기울여야 할 대목이다. 자칫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산적한 문제를 차근차근히 풀어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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