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우리 음식 세계화의 조건
[기고]우리 음식 세계화의 조건
  • 김현옥
  • 승인 2011.06.02 10: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中企 업종 묶으면 3류 전락
선진국선 대기업-수제품 공존
이철호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고려대학교 명예교수)

동반성장위원회가 신청을 받은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대부분의 전통식품이 포함되어 있어 식품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전통식품산업화연구회를 1998년도에 설립하여 우리음식의 산업화와 세계화에 노력해온 나로서는 역주행하는 차를 보는 것 같다.

전통식품산업화연구회를 비롯한 식품학계에서 줄기차게 요구한 것이 전통식품의 중소기업 고유업종 폐지였고 이를 통해 대기업이 전통식품의 산업화 기술개발에 참여하게 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맺어 우리나라 일류 식품 대기업들이 김치, 간장, 된장, 고추장, 두부, 콩나물, 탁주 등 전통식품을 산업화하여 세계적인 브랜드로 키워가고 있다.

제조업 특히 전통식품 제조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보는 것은 우리 음식을 세계적인 상품으로 발전시키려는 노력에 역행하는 것이다. 1980년대까지 우리나라 주류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탁주 제조업이 거의 사라져가는 운명에 처한 것은 일제시대 만들어 놓은 면단위 탁주제조 판매허가제 때문이었다.

이 악법이 1990년대까지 지속되어 동네마다 작은 술도가에서 탁주를 만들어 팔았으니 TV광고를 하는 맥주에 당할 수 없었던 것이다. 한국산업미생물학회(현 한국미생물생명공학회)가 중심이 되어 우리술 살리기운동을 전개하여 1990년대 후반에 이 법이 고쳐져 탁주의 전국 판매가 허용되었다.

지금 우리는 몇몇 대기업으로 성장한 전통주 제조회사들이 우리 막걸리의 회생과 세계화를 이끌어 가고 있는 것을 보고 있다. 우리의 김치, 고추장, 두부 등이 미국의 수퍼마켓에 진열되어 있는 것도 식품대기업이 이 사업에 뛰어든 덕분이다.

전통식품의 산업화는 막대한 자금력으로 오랜 기간의 연구개발과 산업화 기술 축적 그리고 유통 판매 능력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다. 이것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묶어두면 우리의 전통식품은 다시 3류식품으로 전락하여 시장에서 퇴출하게 된다.

결국 외국에서 산업화된 식품, 빵, 초컬릿, 햄, 소시지, 마아가린, 케찹, 마요네스, 맥주, 포도주 등이 우리의 밥상을 차지하게 된다. 만약 유럽에서 전통적으로 만들어오던 초컬릿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했다면 오늘의 네슬레가 있었겠는가? 세계적인 초콜릿 회사가 있어도 동네마다 수제 초콜렛을 고가로 파는 중소업체들이 건재하는 것이 선진국의 시장이다.

법으로 묶어 자기 것을 개발하지 않고 버려두는 후진적인 발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산업화 기술 개발을 필요로하는 제조업의 지원 육성을 재래시장을 보호하는 식의 서비스 산업 지원 육성과 혼돈하여서는 안 된다.

한식 세계화 사업에 막대한 돈을 들이며 열을 올리고 있다. 이 사업에 우리 식품 대기업이 고도의 기술력으로 우리 전통식품 특히 한국의 맛을 내는 발효식품, 김치, 장류, 주류와 콩 가공품을 세계적인 상품으로 만들어 내야 한다. 우리 식품 대기업이 이들 산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연구개발하고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첨병으로 나서는 것이 우리음식 세계화의 첫걸음이 되어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