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가공품 원천기술 확보 글로벌 경쟁력 갖춰야
축산가공품 원천기술 확보 글로벌 경쟁력 갖춰야
  • 김현옥
  • 승인 2011.08.18 1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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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가가치 높고 아시아 등 세계 수요 확대 추세
토종 발효기술 활용한 ‘씨 젖산균’ 개발 절실
농진청 ‘RDA 인테러방’ 산업 방향 제시
EU, 북미를 중심으로 성장해온 축산물가공식품 시장에 아시아 지역의 소비 증가에 힘입어 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추세에 발맞춰 원천기술 확보를 통한 씨 젖산균, 한국형 축산가공식품 등 고부가 제품 개발로 글로벌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농촌진흥청의 대표 주간지 ‘RDA Interrobang’ 제30호는 우유를 원료로 한 발효유, 버터, 치즈, 분유 등 유가공품과 식용고기를 사용한 햄, 소시지, 베이컨, 건조 저장육, 발효생햄 등 육가공품을 아우르는 축산가공식품은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축산업의 신대륙이므로 우리나라의 경우 비록 산업의 시작은 늦었지만 후생각고(後生角高)의 전략을 통해 적극 개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르면 주로 서양을 중심으로 이뤄져 온 세계 축산가공식품 시장은 육가공품의 경우 북미와 호주, 유럽 등이 주요 수출입국가이나 최근 그 소비가 중국 등 아시아지역에서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세기 말 축산가공식품이 만들어지기 시작해 20세기에 소비량이 크게 증가했으나, 치즈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관련 법령의 현실화 부족 등으로 산업적 토대는 여전히 취약한 상황이다.

따라서 축산업 신대륙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고부가가치 종자산업으로서 씨 젖산균 분야 △기능성 젖산균으로서 프로바이오틱 산업 △프리미엄 조제분유를 통한 차별화 △한국형 가공식품과 지역특산물 활용 등으로 틈새시장을 노려야 한다는 것이다.


■ 후생각고의 전략 포인트

◇ 고부가가치 종자산업 ‘씨 젖산균’ 원천기술 확보

발효축산식품 제조에 중요한 젖산균은 박테리아의 일종으로서 125종이 동물체, 식물체 등 자연계에 널리 존재하는데, 발효식품 생산에는 Lactococcus latis 등 10여종이 주로 이용되며 최근엔 치아 질환, 면역 질환, 바이러스성 설사 등의 치료 용도로도 활용된다.

이처럼 산업적 이용이 다변화함에 따라 세계적으로 새로운 씨 젖산균(種菌) 개발 경쟁이 치열해지는 양상으로, 우리나라의 경우 새로운 씨 젖산균 연구개발에 역량을 집중한다면 씨 젖산균의 국산화 및 세계시장 공략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치, 막걸리 등 발효음식 강국으로서 우리의 자원과 강점을 활용한 씨 젖산균을 개발하고 원천기술을 확보한다면 씨 젖산균의 국산화는 물론 젖산균 종자 강국으로서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씨 젖산균 대체 및 해외로의 역수출도 가능하다는 점을 주시해야 한다.

분해하기 어려운 다당류를 산업에 유용한 물질로 바꾸는 기능을 강화한 다양한 씨 젖산균 개발은 덴마크 미국 캐나다 등지에서 활발하며 우리나라는 전량 수입해서 치즈, 요구르트 제품 제조에 사용하는 실정이다.

씨 젖산균(종균) 및 효소제제 분야의 세계 최고 기업인 덴마크 크리스찬 한센사는 1874년 설립돼 식품용 종균, 우유응고제 등의 연구개발을 통한 제품 출시로 매년 12% 이상 성장해2010년에는 매출 5억7000만 유로를 달성했으며, 씨 젖산균을 유럽 미국 남미 호주 아시아 등 전 세계에 수출하고 있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 ‘기능성 젖산균’ 프로바이오틱 산업

앞으로는 건강기능성이 한층 강화된 젖산균을 찾아내어 식품에 이용하는 프로바이오틱 산업이 크게 활성화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우리 전통음식인 김치 된장 등에 존재하는 기능성 유효젖산균을 분리해 축산발효식품에 활용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인체 또는 동물 장내 활성 및 면역기능이 우수한 젖산균을 발굴해 생균제제화한 질병치료나 장내환경 개선제도 개발되고 있다.

식문화나 환경, 인종이 다른 사람들의 장내에서 특이성을 가진 젖산균을 발굴해 산업화한 사례로는 불가리아 장수마을 주민의 장내 미생물에서 발견한 ‘불가리쿠스’와 신생아 장에서 분리해 상품화한 ‘비피더스’가 있다.

한국야쿠르트는 일반인의 장 질환 발생이 많은데 착안해 기존 제품보다 균수가 10배나 많고 생존력이 강화된 젖산균을 사용한 ‘400억 마리의 균’을 뜻하는 ‘야쿠르트 400’을 개발해 기능성 음료시장의 60%를 점유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기능성 젖산균을 활용해 혈압 및 혈당강하, 위궤양 억제 등의 기능성 발효유 시장을 창출하는 등 젖산균의 다양한 기능을 활용한 질병 치료제 개발로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젖산균을 이용해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는 생분해성 필름이 개발로 난분해성 다당류로 구성된 목재를 알코올 발효시켜 에너지로 사용하는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기도 하다. 목재 분해력이 뛰어난 젖산균 원천기술 확보는 목질계 바이오에너지 생산 등 관련시장을 선점해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 프리미엄 조제분유

우유를 그대로 건조시킨 전지분유와 우유에서 지방을 제거하고 건조한 탈지분유로 구분되는 분유는 제과 제빵 유음료 영유아용조제분유 등 다양한 식품의 소재로 광범위하게 이용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약 730만 톤이 생산되고 있으며, 우리나라 생산량은 1만4000톤 정도로 그 규모가 작은 편이다.

분유에 영유아의 성장발육에 필요한 무기질, 비타민 등영양소를 첨가, 모유의 성분과 유사하도록 조제한 조제분유는 유기농 우유 등 원료를 고급화하고 장에 이로운 균을 첨가하는 등 건강 기능성을 강화한 프리미엄급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출산율 감소로 국내 조제분유 매출액은 감소하고 있으나 동남아, 중동 등으로 수출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관련업체들은 비좁은 내수시장보다는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산 원료 고급 육가공품 한식세계화 교두보
기능성 조제분유 중동 등 해외서 활로 찾아야
산업 육성 위한 법령·제도 현실화 필요


◇ 한국형 축산가공품으로 부가가치 창출

우리의 전통 발효식품, 식문화 등과 연계한 한국형 축산가공식품을 개발해 국내 시장을 창출하고, 나아가 한식 세계화에도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서양에서 시작돼 피자 등 다양한 외국음식에 활용되던 축산가공식품이 이제는 치즈 떡볶기, 치즈 불고기, 치즈 및 햄 김밥 등 우리 음식과 접목시킨 퓨전한식 메뉴로 인기를 끌고 있다.

느끼하지 않은 고추장햄, 김밥용 치즈, 비빔밥용 햄, 떡볶이용 소시지, 요구르트처럼 떠먹는 얼음 막걸리 등과 같이 기존 발효식품의 짠맛과 강하고 이질적인 발효향 등을 완화해 우리 식생활과 요리에 접목한 한국형 축산발효식품 개발을 제안한다. 소시지가 한국의 매콤한 찌개문화와 만난 부대찌개와 서양인의 입맛에 맞는 치즈김밥 등을 한식 세계화의 교두보로 기대해볼만하다.

흑돼지 등 토종 자원을 활용한 다양한 축산가공품과 체험프로그램을 개발해 지역축제로 활용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발효 축산식품은 제조설비가 비교적 단순하고 지역에 따라 맛이 다양하며 부가가치도 높아 지역 특산물로 개발이 유망한 품목으로, 개방시대 작은 영농규모, 높은 경영비의 약점을 가진 우리 농업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대량 생산방식에 의한 맛의 획일화를 극복해 지역의 특산물로 자리매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뒷다리로 만든 발효 생햄은 국내 양돈산업의 과제인 비선호부위 소비촉진 수단으로서도 효용가치가 매우 높다. 돼지 한 마리당 가격은 50만원 내외이나 발효 생햄은 50~100만원 수준으로 이탈리아 명품인 ‘파르마프로슈토’의 경우 150만원까지 호가하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리산의 짧은 여름과 긴 겨울, 선선한 바람을 이용해 ‘지리산 생햄’을 생산하고 있는 남원 솔마당 영농조합법인이 성공사례로 꼽힌다. 2007년 농진청으로부터 기술을 이전받아 개당 45만원하는 생햄을 연간 1000개씩 대도시의 와인바, 호텔, 뷔페 등에 납품하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는 경제발달로 소비가 증가하면서 축산가공식품 산업도 지속적으로 성장했으나, 성장의 산업적 토대는 부실하다는 평가이다. 육가공품 시장은 ‘80년대 이후 약 20배가량 성장했으나, 규제와 돼지가격 상승에 따른 저가경쟁으로 고급제품 개발엔 실패했다. 특히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발효 햄 등의 경우 품목제조 허가기준 부재, 엄격한 미생물 위생기준으로 국내 도입에 실패했다. 유가공품의 경우 국내 우유소비량은 꾸준히 증가했고, 현재 발효유는 미국과 호주에 수출 중이다. 하지만 최근 급격히 소비가 늘고 있는 자연산 치즈는 대부분 수입하여 소비하고 있는 실정이다.

농진청 축산물이용과 김동훈 과장은 “국내 축산식품산업이 보다 발전하기 위해서는 식품-미생물-축산 연구의 유기적 연계 시스템을 확립해 연구의 융복합 및 관련 산업의 효율적인 동반 성장을 도모해야 하며, 소규모 축산농가에 적합한 ‘다품종 소량생산’을 활용해 비인기부위의 명품화, 체험농장 등 강소농으로 도약하는 기회를 마련하고, 축산가공식품 산업의 트렌드와 현실을 반영해 산업발전을 뒷받침할 수 있는 법령과 제도의 현실화도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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