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전문가 토론]한식 세계적인 히트상품이 될 수 있나?
[외국인 전문가 토론]한식 세계적인 히트상품이 될 수 있나?
  • 최승근
  • 승인 2011.11.10 21: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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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문화 노출 늘이고 시장 조사 강화 필요
고유성 유지하고 좋은 식재료 사용해야
정부 주도 의한 국가인증 사용 바람직
한식을 세계화하기 위해서는 한국 문화와 함께 반복적인 노출을 통해 점진적으로 자연스럽게 경험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한국 식품기업들이 좀 더 많은 시장조사와 수출국에 대한 현지 연구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러한 의견이 한식을 새롭게 경험하고자하는 외국인들의 시각이란 점에서 우리 정부 및 업계가 보다 귀기울여 들어야 할 대목이어서 주목을 끈다. 지난 10일 코엑스에서 열린 제1회 아시아식품포럼에서 '한식이 세계적인 히트상품이 될 수 있을까'란 주제의 토론회에서 평소 한식에 대해 관심이 많은 벵자멩 주아노(프랑스레스토랑 '르셍텍스' 대표), 파올로 데 마리아(IFSE 입쎄 코리아 대표 쉐프), 조 맥퍼슨(한식블로그 ‘젠김치’ 운영자) 등이 패널로 참석해 외국에서 한식을 소비하는 현지인의 입장을 대변했다는 점에서 의미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우리나라 정부의 한식세계화 정책방안에 대해서는 이정희 중앙대 교수가 설명했다. 토론 요지를 짚어본다.


◇벵자멩 주아노 : 한식 중 어떤 음식이 가장 인기가 좋은가? 잠재력이 큰 제품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조 맥퍼슨 : 한식세계화에 있어 어떤 특정한 제품 보다는 애플이나 스타벅스와 같은 특정한 느낌이나 감정을 강조하는 제품이 중요하다. 한식은 매우 흥미로운 음식이다. 한 상에서 서로 어울리는 반찬을 함께 먹을 수 있고 테이블에서 직접 조리해 먹는 특징이 있다. 외국인들은 이런 한식의 특징을 매우 흥미롭게 생각한다.
한식세계화를 위해서는 한식을 먹는 방법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스시가 처음 알려질 때도 외국인들은 날 생선을 먹는 문화에 당황스러워 했다. 젓가락을 사용하는 방법부터 차근차근 알려나가야 한다. 또 한국문화를 통해 한식을 지속적으로 노출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벵자멩 주아노 : 이탈리아는 식재료의 원산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화가 있는데 이탈리아 출신 주방장으로서 한식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파올로 데 마리아 : 한 나라의 음식은 그 나라의 문화와 스타일을 반영한다. 이런 면에서 주방장들의 조리 스타일이 서로 다른데 이탈리아의 경우 음식의 로컬화가 매우 중요하다. 이탈리아에는 IGT, DOC 등 원산지를 나타내는 기준들이 다양하다.
한식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기 위해서는 고유성을 유지하고 좋은 식재료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벵자멩 주아노 : 한식세계화를 위해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

◇이정희 교수 : 외국과 비교해 한국은 정부가 한식세계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는 식품과 농업이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식품산업 진흥을 통해 농업도 발전시키는 윈-윈 전략을 따르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본격적인 한식세계화를 통해 한국산 식재료 수출도 꾀할 수 있다.

◇벵자멩 주아노 : 한국 정부의 주도적인 움직임에 동의한다. 민간에 의한 제품개발, 특히 작은 규모의 업체에서 개발해 수출할 경우 소비자 안전성 등을 담보할 수 없고 인증제도 부재라는 단점이 있다. 국가 주도 사업의 경우 중앙 정부에서 인증하는 인증제도를 사용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떤 지역에 어떤 방법으로 한식을 전파할 것인가? 한식은 건강식, 웰빙이라는 이미지를 내세우고 있는데 이는 한국 국민에게는 수용되지만 북미나 유럽지역에서는 매력적이지 않을 수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조 맥퍼슨 : 1970년대 미국에서 건강식품에 대한 붐이 일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후 미국인들은 건강식품은 곧 맛이 없는 식품이라는 인식이 생겼다. 미국인들에게 어필하기 위해서는 일단 맛이 좋아야 한다. 이 점을 고려해야 한다. 또 하나는 법적인 문제가 있다. 한국 식품의 기능성에 대해 외국에서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충분한 과학적 연구와 근거가 있어야 한다.

◇벵자멩 주아노 : 한식세계화를 위한 모델을 제시한다면?

◇파올로 데 마리아 : 이탈리아 음식의 경우 뉴욕 등 미국 동부지역에서 붐이 시작됐다. 이탈리아 이민자들이 식당을 세우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는데 때문에 이탈리아 본토 요리가 아닌 미국식 이탈리아 요리가 소개됐다. 그것이 프랑스 요리와 가장 큰 차이점이다. 프랑스는 정부에서 주방장에 대한 인증부터 교육과정 등 본토 요리에 대해 엄격히 통제를 실시하고 있다. 반면 이탈리아는 그렇지 않다.

◇벵자멩 주아노 : 일식의 문제점도 그것이다. 프랑스에 스시바가 많이 생기는데 일본인 주방장이 있는 곳은 많지 않다. 최근 일본 정부는 각국에 심사관을 파견해 일식당 인증 라벨을 붙이기 시작했다. 이를 본 받아 한식당 인증제를 시행해도 좋을 것 같다. 프랑스의 경우 10년 만에 한식당 수가 10배로 늘어났다. 하지만 일식과 중식, 한식을 같이 취급하는 곳도 많은 만큼 정리가 필요한 실정이다. 한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한식세계화 정책을 보면 서두른다는 느낌이 있는데 한국인 특유의 ‘빨리빨리’가 통할 것이라고 생각하나?

◇조 맥퍼슨 : 빨리 진행되면 빨리 사라진다는 생각이다. 점진적으로 늘려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일본 스시의 경우 미국에 1960년대부터 소개됐지만 1980년대 가서야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많은 미국인들이 처음에는 날 생선을 먹는다는 사실에 당황스러워 했다. 그러다가 1980년대 철판에서 요리하는 데판야끼(철판요리) 그릴이 인기를 끌면서 스시붐도 시작됐다. 이런 우회적인 방법으로 소개하는 방법도 좋다고 생각한다.

◇이정희 교수 : 한식세계화에는 시간이 필요한데 정부는 성과를 내야 하기 때문에 조급한 면이 있다. 전에는 교민 시장 위주로 판매되던 한국 전통음식이 지금은 미국 주류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다. 햇반의 경우 처음에는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 몰라 판매가 저조했지만 미국 수출용에 밥과 같이 먹을 수 있는 소스를 함께 붙여 판매하는 방식으로 수출량이 많이 늘었다. 음식과 문화가 알려지려면 반복적인 노출과 경험이 수반돼야 하는데 여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조 맥퍼슨 : 최근 소비자들은 편안함을 주고 집에서 쉽게 조리가 가능한 음식을 찾고 있다. 그런 면에서 한식이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갈비찜의 경우가 그렇다. 현재 한식은 1980년대 일본 스시가 유행할 때와 비슷하다. 일상생활에 침투하는 것이 중요하다.

웰빙 등 기능성 과학적 연구로 설득을
서두르는 느낌…장기적 추진해야 성과


◇벵자멩 주아노 : 미국 한 복판에서 김치와 불고기를 이용한 타코가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지나친 퓨전은 고유성을 헤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조 맥퍼슨 : 전통적인 것이 정통적인 것인가? 전통성이 문제가 아니라 한국음식의 혼이 들어있느냐가 중요하다.

◇벵자멩 주아노 : 토론을 마치기 전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조 맥퍼슨 : 한국 식품기업들이 시장조사 없이 전형적인 제품만 만들고 있다. 외국인들이 매운 음식을 싫어한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고추는 미국에서 건너온 것이다. 삼성이나 현대 같은 기업들은 자사의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현지 법인에 마케팅을 맡긴다. 근데 식품기업의 경우 한국 본사에서 마케팅을 실시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 기업이 실시한 시식평가단에 참여했을 때도 외국인으로는 내가 유일했던 적이 많다. 시장조사를 통해 외국인들이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짚어내야 한다.

◇파올로 데 마리아 : 금전적이고 단기적인 경제적 세계화 말고 장기적인 문화적 세계화를 추진해야 한다. 요즘 소비자들은 단순히 배를 채우기 위해 레스토랑에 가지 않는다. 감정적인 만족을 얻기 위해 레스토랑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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