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녹색성장시대의 축산업
[특별기고]녹색성장시대의 축산업
  • 김현옥
  • 승인 2011.11.21 17: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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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철저한 순환형 농업
축산업 허가제 강화
이철호 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

유럽의 선진 축산을 대표하는 덴마크의 한 농부를 잘 알고 있다. 그분은 70년대에 내가 처음 만났을 때에는 젖소 10여 마리와 어미돼지 10여 마리 사육하는 가족단위 농장을 잔디밭으로 둘러싸인 작지만 아담한 농가에서 운영하고 있었다. 얼마 후 인근에 있는 좀 더 큰 장인의 농장을 사서 연간 1000여 마리의 도살용 돼지를 생산했는데 전과 마찬가지로 그의 밭에서 수확한 보리를 소형 분쇄기로 분쇄해 기초사료로 사용하고 수확한 보리 짚을 돈사 깔개로 썼다. 돈사 옆에는 콘크리트로 만든 큰 퇴비장이 있어 분뇨와 섞인 깔개짚을 산처럼 쌓아두었다가 봄, 가을 그의 밭에 전부 뿌리고 경운기로 땅을 뒤집었다.

덴마크의 축산은 이렇게 자기 땅에서 생산한 사료를 먹이고 분뇨와 퇴비를 전부 땅에 돌려주는 완전 순환형 환경 친화적 농업이다. 수확한 사료작물을 돼지에게 먹여 조합원으로 있는 육가공공장에 공급하고 배당금을 받아 높은 수익을 내는 6차 산업이다. 이제 연로하여 농토를 인근 축산 농가에 세를 주고 있는 그는 덴마크가 EU에 가입한 이후로 많은 변화를 느낀다고 했다.

유럽연합의 축산업 관리법은 농업의 환경 친화적 특성을 살리기 위해 축산업 허가제를 훨씬 강화하고 있다. 우선 농민 스스로 결정하던 사육 두수를 분뇨를 거름으로 소비할 수 있는 소유 농지의 크기에 따라 허가를 받아야 한다. 예를 들면 100평의 농지에 일 년 동안 쓸 수 있는 퇴비의 양이 돼지 10마리에서 나오는 분뇨에 해당한다면 돼지 10마리 이상 생산해서는 안된다. 가축마다 분뇨를 처리 할 수 있는 농지면적이 정해져 있어 단위면적당 키울 수 있는 마리수가 정해져 있다. 사육두수를 늘이려면 인근의 농지를 더 임대해야 한다. 이렇게 유럽은 환경을 깨끗이 유지하고 순환형 농업을 하기 위해 철저한 축산업 관리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그뿐이 아니다. 살충제, 제초제 등 농약의 사용도 단위면적당 사용한도가 정해져 있어 이를 어기면 벌금을 내야한다. 농약의 판매와 사용이 투명하게 기록되고 있음을 뜻한다. 유럽을 여행할 때마다 느끼는 그림 같은 풀밭에 쾌적하고 아름다운 농촌 풍경은 거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우리나라는 곡물의 70% 이상을 외국에서 수입하고 있으며 그 대부분이 축산 사료로 쓰이고 있다. 지난 구제역 재앙으로 축산 농가들이 크게 피해를 보았고 이대로는 안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밀집된 열악한 환경에서 더 이상 위생적인 가축 생산이 어렵다는 판단아래 축산업 허가제가 논의되고 있고 허가 기준을 만드는 일을 서두르고 있다. 차제에 우리 축산이 녹색성장에도 기여하고 식량자급률도 높이는 체제로 전환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우리는 국토의 70%가 산림이고 경작할 수 있는 땅이 크게 부족하므로 유럽처럼 축산업자가 기초사료를 100% 생산할 수는 없다. 그렇더라도 기초사료를 10-20% 만이라도 자체 생산하도록 의무화 한다면 우리의 식량자급률은 획기적으로 개선될 수 있다. 이 제도는 지금 놀고 있는 유휴지들을 사료작물 생산에 사용하게 하며 이를 위한 고용 창출 효과 또한 대단히 클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우리 산야에 많은 목축용 초지가 만들어져 쾌적한 선진국형 축산 환경이 만들어 질 것이다.

축산업 허가제가 단순히 사육두수를 강제로 줄이고 축사나 시설 개수에 필요 이상의 돈을 들이게 하는 제도가 되어서는 아니 된다. 허가기준이 투명하고 합리적이지 않을 때에는 국민의 원성과 부작용을 낳게 된다. 기초사료 생산능력에 따른 축산업 허가제야 말로 선진국형의 쾌적한 축산환경을 만들고, 유휴지를 경작하게 하며, 식량자급률을 높이는 일석 삼조의 효과를 낼 수 있는 선진 정책이며 녹색성장을 이끄는 주역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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