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외면하는 ‘식품산업협회’ 정체성 상실
업계 외면하는 ‘식품산업협회’ 정체성 상실
  • 김현옥 기자
  • 승인 2012.06.07 2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메가톤급 ‘GMO표시확대 정책’에 강 건너 불구경

본지 세미나 개최에 불만·물타기 시도

업계 “방관 넘어 방해…명확한 해명을”

정부가 ‘GMO(유전자재조합)식품의 표시 확대를 추진하자 식품업계가 초긴장 상태를 보이고 있다. GM식품 표시가 확대될 경우 검출 기술의 한계에 따른 사후관리가 어려워 자칫 업계와 정부, 소비자간 잦은 마찰과 불신을 조장하고 종국엔 물가상승만 부추겨 업계나 소비자 모두에게 불이익을 가져올 것이란 걱정에서이다.

더욱이 미국 유럽에 이어 중국과의 FTA 체결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완제품 형태로 들여오는 수입식품이 GM 원료를 사용하고 이를 표시하지 않아도 현실적으로 검증할 방법이 없어 국내 식품과의 형평성에 어긋날 뿐 아니라 역차별 현상까지 빚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식품업계가 정부의 정책으로 인한 어려움에 봉착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업계의 권익보호를 위해 존재하는 한국식품산업협회(회장 박인구)는 정작 강 건너 불구경하는 듯한 태도를 보여 회원사들의 원성이 자자하다.

게다가 식품산업협회는 본지가 GMO 표시제 확대에 따른 부작용이 심각할 것이란 업계의 입장을 정부당국에 정확히 알리고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합리적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GMO 표시 확대 및 서민경제에 미치는 영향’ 세미나 및 토론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이를 저지하는 행태마저 보여 협회의 정체성에 의혹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방옥균 부회장은 식약청과의 그 어떤 협의 내용도 밝히지 않은 채, 막연히 “청과 협조가 잘되고 있으므로 관계 기관을 자극할 필요가 없다”면서 본지의 세미나 개최에 반대 의사를 표명하며 보류해줄 것을 여러차례 요구했다.

박인구 회장 역시 중국 청도에서 만난 본지 편집국장에게 “GMO 세미나를 개최하지 말라고 그렇게 말렸는데도 기어코 (개최)하더라”며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시하는 등 마치 언론사가 협회의 산하기관인 양 착각하는 언행을 서슴지 않았다.

그 뿐만이 아니다. 협회는 열리지도 않는 규제개혁위원회가 5월 17일 열리는 것처럼 회원사 중역들에게 정보인 듯 흘려 전 날(16일) 개최하는 본지의 세미나가 쓸데없는 짓으로 비쳐지도록 물타기 작전을 편 것으로 알려지며 회원사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그러는 동안 식약청 P 담당관과 H 과장은 소비자단체를 찾아가 “이번에 추진하는 GMO 원료 표시는 상위 5순위 품목에 국한하고 있지만 사실상 확대하는 것”이라고 설명하며 단체의 이해를 구한 것으로 알려져 ‘식약청과 협조가 잘되고 있다’는 방 부회장의 말은 백일하에 거짓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정황을 뒤늦게 알게 된 업계 관계자들은 “전문 언론에서 업계의 입장을 정부 당국에 정확히 전달하기 위해 애를 쓰는 것과는 달리 협회는 오히려 이를 방해하는 공작을 펼친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며 "과연 협회가 누구를 위해 존재하고, 무슨 일을 해야하는 지에 대한 방 부회장의 명확한 해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편 지난달 16일 본지가 ‘GMO 표시 확대 및 서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aT센터에서 개최한 세미나 및 토론회에는 업계 및 학계, 소비자단체 및 정부 관계자 200여명이 참석해 열화와 같은 성원과 지지를 보냈다.

이날 참석자들은 이구동성으로 “GMO 표시 확대는 사후관리가 어렵고, 물가인상을 초래하는 등 실효성 면에서 문제가 많아 국내 여건상 시기상조다. 수입식품은 GM 원료 사용여부를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국내 식품기업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다”며 “표시 확대를 재고해야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특히 참석자들은 “이번 세미나 및 토론회 개최는 매우 시의 적절하고, 업계의 고민을 시원하게 풀어주는 계기가 됐을 뿐아니라 정부가 성찰할 수 있는 명분을 만들어 줬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