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세계 곡물 파동과 한국의 대응방안(하)
[기고]세계 곡물 파동과 한국의 대응방안(하)
  • 식품음료신문
  • 승인 2012.09.03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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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호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

△이철호 이사장
우리나라 식량정책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1) 국민이 식량안보에 대한 의식이 없으므로 정부도, 정치인도, 언론도, 학자도 식량에 대한 걱정이 없고 늘 풍족하게 먹고 살수 있다고 생각한다. 농수산식품부가 계획한 식량자급률 전망치를 보면 식량증산의 의지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2011년 7월에 수정안을 발표하였으나 구체적인 실현방안이 없다. 식량자급률을 높이려는 국가적 전략이 없다. 이것이 일본과의 차이점이다. 일본은 식량자급률이 우리보다 높고 앞으로 더 높아질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있다.

(2) 쌀의 자급은 우리 농정이 이룬 최대의 값진 성과이다. 이를 보존하기 위한 쌀시장 개방 저지 노력도 계속해야 한다. 그러나 전체 식량의 30%도 기여하지 못하는 쌀이 남아도는 것을 사회적 이슈로 삼아 국민들로 하여금 전체 식량이 남아도는 것으로 착각하게 만들었다. 쌀의 자급에 지나치게 안주하여 다른 식량의 증산을 게을리 했다. 한국인의 제2의 식량인 식용콩의 자급은 가능한데도 이를 실현하려는 정책의지가 없다. 현재 식용콩의 자급률은 30% 수준에 불과하다.

(3) 해외시장에서 식량을 사들일 수 있는 전문가를 키우지 않았다. 70/80년대부터 한국 정부나 대기업에서 시카고선물거래소 등 국제 곡물시장에 사람들을 파견하였다. 그러나 이들의 임기는 2-3년이었으므로 가서 구경하다 돌아왔다. 반면 일본에서 파견된 사람들은 정년까지 그곳에서 그 일을 해야 했으므로 배우는 자세가 달랐다. 이 차이가 4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일본의 곡물에이전트로부터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곡물을 구입하는 신세가 된 것이다.

(4) 외교통상 협상에서 식량전문가의 전문성을 인정하지 않았으며 전문 공무원도 없다. 공무원의 순환보직제로 1년이 멀다하고 자리를 바꿈으로 전문성이 축적되지 않는다. 1986년부터 시작된 UR협상 8년 동안 담당 국장이 7번 바뀌었으며 담당 서기관과 사무관도 2년 이상 담당한 사람이 없었다. 1996년 신한일어업협정과 1997년 한중어업협정에서도 비전문가들이 매년 대표와 실무자를 바꿔가면서 협상을 한 결과 일본에게 쌍끌이어업을 허용해 우리 해역에서 어족의 씨를 말리고, 중국에게 양쯔강 수역에서 우리의 조업권을 빼앗겼다. 이런 일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한국의 대응 방안은 무엇인가?

앞으로 10년-20년 안에 세계 식량대란은 틀림없이 일어나리라고 본다. 여기에 준비되지 않은 나라는 식량무기화에 종속되고 비참한 지경에 빠질 것이다. 대처방안은 정부의 정책만으로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온 국민이 합심하여 준비하여야 한다.

(1) 국민에게 세계의 식량사정과 우리의 식량 현실에 대해 자세히 알리고 식량자급의 필요성을 인식하게 해야 한다. 일반 대중에게 식량 부족의 공포감을 주어서는 안되지만, 정부 공무원, 정치인, 언론인, 기업인, 전문인, 학자들에게 식량문제에 대해 깊이 있게 교육해서 올바른 정책, 올바른 여론이 형성되도록 해야 한다.

(2) 식량 자급률을 높이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실현해 나가야 한다. 식용콩의 자급과 축산업허가제를 이용한 사료작물 증산방안을 구체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이 일을 위하여 현재 일본 농림수산성에서 추진하고 있는 식량자급률 향상사업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3) 식품산업을 식량안보적 차원에서 지원 육성하며, 식품의 안전성을 높이고 국제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세계 식품가격의 변동에 맞추어 국내 식품가격도 탄력적으로 조정하여 식량대란에 대비해야 한다. 농수산업과 식품산업의 연계를 강화하기 위한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

(4) 식량낭비를 줄이기 위한 국가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공급되는 식량의 30%가 낭비로 손실되고 있다. 낭비되는 식량을 반으로만 줄여도 식량 자급률을 15% 올릴 수 있다. 식품가격이 저렴하면 국민이 식품 귀한 줄 모른다. 배추 값이 오른다고 마구 수입해와 농민을 울리는 것이 오늘 우리의 현실이다.

(5) 근처에서 생산되는 제철음식먹기운동, 아침밥먹기운동, 식생활교육네트워크 등 건전하고 경제적인 식습관 형성을 위한 식량자급실천 국민운동을 범국가적으로 전개해야 한다.

(6) 농수산식품부, 식품의약품안전청, 산업자원부, 지방지치단체 등에 분산 운영되고 있는 식량정책을 종합하고 조정하는 control tower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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