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새천년 식품산업의 전망과 과제
[특별기고]새천년 식품산업의 전망과 과제
  • 식품음료신문
  • 승인 2000.01.14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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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복 식품공업협회장

■ 식품산업의 주변여건

새 천년은 WTO차기협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GMO등 식품의 안전성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증대되면서 국내식품산업의 주변여건에 매우 불리하게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인터넷과 세계화의 가속화는 세계식품시장을 하나의 시장(ONE MARKET)으로 만들 것이며, 97년 외환위기에 따른 국민소득감소와 대량 실업은 식품소비에 대한 구매력을 감소시켜 국내식품산업의 발전에 부정적인 요인이 될 것이다.

특히, 농산물에 대한 WTO차기협상의 결과여부는 우리 나라 식품관련제도나 국내식품시장의 개방화 속도에 많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며, 이는 가격 면에서 상당한 비교우위가 있는 수입 농축수산물과 수입식품의 국내시장잠식을 용이하도록 할 것이다.

더욱이 세계경제의 글로벌화나 지역주의화의 추세는 서로 상이한 경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필요에 따라 세계화를 표방하면서도 국가의 이익에 따라서는 지역주의화도 선호하고 있다.

세계경제의 이같은 변화는 개별기업의 경영환경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이며, 기업은 그들의 목적을 추구하기 위해 세계 어느 기업과도 협력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이에 따라 각 국의 정부는 세계기업과의 경쟁체제하에서 국가경쟁력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추진할 것이며, 기업환경의 국제화는 물론 세계의 다른 기업과의 경쟁과 협력을 조장하기 위해 규제철폐 및 완화, 민영화, 해외투자의 확대 또는 유입을 적극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 식품산업의 문제점

우리나라 식품산업이 건전한 발전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가격이 저렴하고 고품질의 식품을 위생적이고 안전하게 생산할 수 있는 생산기반 구축이 필수적인 조건이며 이는 수입식품의 소비를 자연적으로 감소시키고 우리나라 식품의 수출을 촉진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국내식품산업이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점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식품산업의 발전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사료된다.

첫번째는 기호성의 차이이고, 두번째는 국내농업의 여건상 원료공급의 절대적인 부족이다. 세번째는 소비패턴의 서구화와 값싼 수입식품에 대응할 수 있는 저렴한 식품의 공급 필요성이다.

이와 같은 국내식품산업이 여건을 무시하고 일부에서는 국내농업과 식품산업을 1백% 연계시키려는 시도를 하고 있으나 이는 국내식품산업의 건전한 발전과 세계화에 가장 큰 장애요인으로 작용하여 국내식품산업의 발전을 저해시키고 있다.

이러한 여건하에서 국내식품산업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국내원료를 이용하여 신선도와 맛이 우수한 고품질의 식품과 값싼 수입원료를 이용한 저렴한 식품을 생산하는 이중의 생산구조를 유지함으로써 고품질의 식품은 품질 및 신선도에서 수입식품과의 차별화를 시도하고 가격이 저렴한 식품은 수입식품과의 가격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다.

■ 식품산업의 과제

◇ 식품산업의 인식제고

식품산업은 타 산업이 수행할 수 없는 다음과 같은 대단히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으나 정부 및 대부분의 국민들은 불요불급한 소비재를 생산하는 산업으로 인식하고 있다.

첫째, 농축수산물의 효율적인 저장수단으로서의 기능뿐만 아니라 가공을 통한 위생상 안전성 및 영양성 증대, 둘째 가공식품에 의한 편이성 제고로 국민의 여가시간 및 경제활동시간의 연장 기능, 세째 식품의 규격화 및 제품화로 지역간 계층간 균일한 식량공급 기능, 네째 농축수산물의 안정적인 판로를 제공함으로써 식량의 수급 및 가격안정에 도움을 주는 기능 등을 담당하고 있다.

이와 같이 식품산업은 불요불급한 소비재를 생산하는 산업이 아니라 농어민의 소득증대는 물론 국민건강이나 국민 경제적으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산업이라는 점을 새로이 인식하고, 식품산업의 특성에 부합되는 산업환경을 조성해 주어야 할 것이다.

◇ 식품산업의 구조개편 추진

97년 6월 현재 식품제조^가공업체는 5만6천9백1개업체로서 이중 종업원 10인미만의 업소가 93.7%에 달하고 있고, 50인이 넘는 업체는 1.4%에 불고한 실정이다. 즉 소수의 대기업과 다수의 영세기업이 공존하는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식품산업의 고도화 및 계열화가 필요하며, 이를 위한 구조개편이 시급한 실정이다.

계열화에 의한 생산의 전문화는 대기업과의 상호분업적인 생산체제가 가능하여 식품산업의 경쟁력 제고 및 내수기반의 확충, 더 나아가 수출산업화의 기반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같은 영세식품산업의 계열화와 전문화를 보다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정부 및 관련단체의 적극적인 지원뿐만 아니라 지역별 식품산업단지를 조성하여 원료수매, 공해처리 및 제품판매를 일원화하고, 생산품목도 소품종 대량생산체제로 전환시켜 원가절감과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방안도 강구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중소기업의 건전한 육성은 중소기업의 특성으로 보아 다양한 소비자의 욕구에 쉽게 대응할 수 있어 제품 사이클이 짧은 식품산업에 절실히 요구되는 과제중의 하나이다.

◇ 생산기반의구축

식품산업은 농축수산물을 주원료로 사용하므로 원료 농축수산물이 저렴하고, 안정적으로 공급되지 않고서는 정상적인 생산활동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국내농업의 여건상 원료의 해외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는 국내식품산업은 이의 원활한 원료조달이 국제경쟁력 제고의 관건이다. 따라서 식품제조용 원료를 업계 자율적으로 조달할 수 있도록 원료농축수산물의 수출입관련 절차 및 제도를 개선하고, 원료농축산물과 완제품과의 역관세 문제를 시정함은 물론 국내산 원료 농축수산물의 수급 및 조달에 식품업체가 참여할 수 있는 방안도 강구하여야 할 것이다.

원료의 조달문제와 함께 제조.생산기술의 저위도 식품산업이 안고 있는 중요한 문제의 하나이다. 식품산업의 과제중 하나가 기술우위의 확보라고 보았을 때 식품산업은 기술향상을 위한 각종 R&D 노력을 좀더 기울여 나가야 할 것이다. 그러나 식품산업 자체의 힘으로는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데 어려움이 있으므로 이에 대한 금융 및 세제상의 지원이 있어야 할 것이며, 식품관련산업인 식품기계류 생산이나 식품용 포장재 산업도 식품산업과 연계하여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 국내시장 및 수출구조의 개선

식품산업은 타산업과는 달리 건전한 내수시장의 기반확충이 먼저 선행되어야 한다. 내수기반의 확충은 양적, 질적으로 확대되어야 하며, 더욱이 수입식품과의 차별화를 위해서는 국내원료를 이용한 식품의 고품질화 전략도 필요하다 하겠다.

우리나라의 수출시장은 품목별, 지역별로 편중된 현상을 보이고 있다. 지역적으로는 일본 및 미국에 편중되어 있고 품목에 있어서는 일부 수산물 냉동제품 및 김치 라면 등으로 한정되어 있어 지속적인 수출증대가 어려웠다. 또한 지역적인 편중때문에 그 지역의 경기변화에 많은 영향을 받은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수출시장의 지속적인 확대를 위해서는 외국의 건강지향적 성향과 동양선호사상에 편승하기 쉬운 전통음식의 국제화, 소액 수출체제확립, 주요 수출대상국의 식품위생규제변화에 대한 신속한 정보수집과 산업체 대응능력, 수출상품의 규격화, 등급화, 철저한 성분표시 등을 강화하여야 할 것이다.

◇ 식품관련정책 개선

급변하는 국내외 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식품관련정책의 개선은 첫째, 원료에서부터 제조.가공.유통의 전과정에 걸친 과학적인 관리기법을 도입하고 사후관리를 강화하여 식품의 안전성을 확보하는데 최우선 중점을 두고 둘째 영세식품업체가 계열화 전문화되어 대기업과 상호보완적이고 분업적인 생산체제를 갖출 수 있도록 유도하여야 한다.

세째 국내외 원료의 원활한 수급 및 조달 정책으로서 해외원료를 업계 자율적으로 수입할 수 있는 제도 마련과 국내 농축수산물의 비축과 1차 가공시 농림부 등의 관련부처의 적극적인 지원, 농축수산물의 가격정책 수립시 보건복지부의 식품산업차원의 의견반영 체계가 수립되어야 한다. 네째 세제.금융 및 식품산업 육성정책으로는 재정경제부, 산업자원부, 환경부 등 관련부처들과의 협조체제의 강화하여 식품관련정책에 있어 정부와 업계가 서로 조화를 이룰 수 있는 협의체제가 이루어져야 한다.

■ 식품산업의 전망

내수를 기반으로 하는 국내식품산업은 97년의 외환위기의 여파로 내수시장이 극도로 위축됨에 따라 당분간 어려움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경제 각부문에서 구조조정으로 인한 대규모의 인원감축과 임금수준의 하락은 식품소비에 대한 구매력을 감소시켜 그동안 고급화를 지양해 왔던 식품산업은 당분간 질보다는 양위주의 소비구조가 지속될 전망이다.

이와같은 외환위기의 여파는 당분간 식품산업의 저성장이 불가피하지만 새 천년에는 우리나라가 선진산업사회로 진입할 것이 예상되어 급격한 변화를 겪게 될 것이다. 특히 WTO차기협상이 2000년 초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됨에 따라 농산물 및 가공식품의 수입이 가속화될 전망이며 이러한 변화는 식품산업의 구조적 변화를 초래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 식품산업이 식품의 고품질화와 환경시설투자등을 통하여 새 천년에도 대국민 서비스 강화와 건강증진, 농업의 발전 등과 같은 중요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나가면서 지속적인 발전을 이륙하기 위해서는 일시적으로나 일회성의 정부 지원정책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고, 종합적인 접근이나 체계적이고 꾸준한 지원에 의해서만 가능할 것이다. 또한 식품산업의 최대과제인 ´국민에게 가장 안전한 식품의 공급´이라는 대명제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어느 한 분야의 노력만으로는 어렵고 정부 소비자 식품업계 학계 모두의 상호협력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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