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식량비축제도의 입법화를 촉구한다
[기고]식량비축제도의 입법화를 촉구한다
  • 식품음료신문
  • 승인 2012.09.26 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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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호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

△이철호 이사장
미국 콘벨트의 90%에 달하는 광범한 지역에서 50년만에 겪는 최대의 가뭄사태로 세계 곡물가격이 다시 폭등하고 있다. 옥수수 가격이 지난 3개원동안 50%, 콩 값이 20% 상승하였다.

세계 최대 투자 자문회사의 하나인 블랜챠드는 미국의 가뭄으로 올해 미국 소비자 식품가격이 2.5-3.5% 인상되며, 내년에는 3-4% 더 인상될 것으로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는 이번 곡물파동으로 한국경제가 가장 크게 영향 받을 것이라며, 식품가격인상에 의한 애그플레이션으로 한국경제에 0.2-0.4%의 인플레이션 요인이 발생한다고 경고했다.

세계 식량위기가 거론될 때마다 한국의 식량안보에 대해서 외국 기관들이 걱정하고 있는데 막상 한국인은 아무 감각이 없다. 정부는 쌀이 남아도는 것이 걱정이고 소비자들은 모자라는 식량을 무제한 사들여서 잘 먹고사는데 무슨 잠꼬대냐고 비웃는다. 그러나 세계는 지금 식량 부족시대로 들어가고 있으며 돈이 있어도 사올 식량이 없는 시대가 예견되고 있다. 그래서 선진국들은 일치감치 식량자급을 달성했고 일본은 곡물 자급률 40%를 곧 달성하게 된다. 우리는 곡물자급률 26.7%라고 한다. 세계가 한국을 걱정하는 이유이다.

기후변화에 의한 잦은 기상이변과 중국과 인도 등 신흥공업국들의 동물성식품 소비 증대, 그리고 곡물을 이용한 바이오연료의 생산으로 잉여농산물 시대가 지나가고 곡물생산자가 마음대로 가격을 결정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들이 식량의 비축량을 늘이고 수출을 줄이고 있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한국에서는 식량 증산이나 비축 계획이 보이지 않는다. 남들이 이미 선점해서 들어갈 자리가 없는 해외 곡물유통라인을 사 들이려고 무모하게 시도하거나, 결과를 얻으려면 10년 이상 걸리고 성공 확률이 10%도 안 되는 해외농장 건설에 열을 올리는 안이함의 극치를 보이고 있다. 눈앞에 닥친 글로벌 식량위기에 대응하려면 무엇보다 먼저 국내 식량생산을 획기적으로 늘려야하고 식량비축을 법제화해야 한다. 법적 근거가 없는 식량비축계획은 헛구호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양곡관리법 제10조에 미곡의 비축을 명시하고 있으나 구체적이지 못하고 다른 곡물이나 식량의 비축은 어디에도 언급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우선 연 60만톤의 쌀을 2년간 의무적으로 비축하고 2년 후에는 가공산업으로 방출하는 제도를 입법화해야 한다. 미곡 120만톤 비축은 우리 국민이 먹을 쌀 3개월분에 해당한다. 그래야 쌀 가공산업도 원료 공급이 보장되어 투자가 활성화 되고, 밀가루에 10%의 쌀가루를 혼합 사용하는 제도도 현실화 될 수 있다.

여기에 덧붙여 연 10만톤의 콩을 비축하는 것을 입법화해야 한다. 식용콩 수요의 25%에 해당하는 양이다. 한국인은 쌀(밥)과 콩(두부, 콩나물, 간장, 된장, 고추장)만 있으며 기초 식량이 확보되기 때문이다.

미곡을 제외한 다른 곡물, 콩, 밀, 옥수수 등의 의무 비축량을 정해놓고 이를 원료로 사용하는 관련 기업들이 비축하도록 하면 정부의 재정 압박을 크게 해소할 수 있다.

식량비축 기업들에 대한 세제지원과 금융지원을 정부가 한다면 기업은 원료의 안정적인 확보를 위해 기꺼이 정부에 협조할 것이다. 또한 이를 통해 WTO의 여러 가지 제약을 피해 농업을 지원하고 식량산업을 지원하는 해법을 찾을 수 있다.

식량위기의 시대에 국회와 행정부는 광범위한 식량증산정책과 식량비축제도를 개발하고 법제화해서 국민을 안심시키는 정치를 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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