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상도 칼럼(130)]불량식품 근절대책④-대·중소기업 상생협력의 식품안전 위협
[하상도 칼럼(130)]불량식품 근절대책④-대·중소기업 상생협력의 식품안전 위협
  • 식품음료신문
  • 승인 2013.05.28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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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적합 업종 대부분 위생에 취약

품목 재선정하고 안전성 확보 시스템 필요

△하상도 교수
최근 동반성장위원회를 통한 정부 주도의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추진은 명분이 있어 범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다. 또한 향후 정부주도에서 민간주도로 전환된다는 기조는 바람직하다. 그러나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선정한 것은 자본주의 자유시장 경제체제 하에서 다소 인위적이고 글로벌 경제 원칙에 역행하는 일이다.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사회구조의 산물이고 한계라 볼 수 있다.

대기업과 함께 중소기업이 상생하고 동반 성장하기 위해서는 우선 살아남아야 한다. 매출과 이익을 남겨야 생존 가능하지만, 대형 식품사건이 발생하거나 불량식품을 만들어 근절 대상이 돼 가혹한 행정제재, 소송 등에 직면하면 하루 밤 새에 문을 닫을 수도 있다.

이전의 대형 식품안전 사건사고 중 불량만두사건, 골뱅이 포르말린사건, 김치 기생충알 사건의 경우, 중소기업이 주로 생산, 판매하던 품목이었다. 그러나 사고 발생으로 인한 대대적인 언론보도와 행정처분, 소비자 외면 등으로 대부분의 생산 중소기업이 도산된 후 대기업이 인수해 대기업 브랜드로 판매하며, 대기업 품목의 시장이 되었다.

이렇듯 '중소기업적합업종'의 선정은 식품산업의 경우 원칙과 기준이 모호하다. 현재 선정된 품목은 학교급식, 도시락, 비포장두부, 떡, 막걸리, 앙금 등 대부분 위생적으로 취약한 잠재적 위험식품이다. 이들 업종들은 신정부가 불량식품을 4대악으로 규정해 척결하고자 하는 현 시점에서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현재 선정된 품목은 과학적 근거를 포함해 보완되고, 사회적 합의를 다시 이끌어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고의적 식품사범'은 대․중소기업 구분 없이 모두 공평하게 법이 적용되지만, '고의성 없는 실수나 잘 몰라서 또는 열악한 전문인력 수준과 시설에서 만들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법 위반이 되는 비위생적인 제품'의 경우 좀 억울한 면이 있다. 이들 사범은 약간의 기술적 도움이 있다면 충분히 예방 가능하다.

전 세계적 식품산업 트렌드는 식품안전 강화, 생산자 책임과 처벌 강화다. 식약처 등 중앙정부, 시군구 등 지방정부, 경찰에서 4대악 집중 단속을 하고 있는 요즘 중소기업, 영세기업 등 위생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소상공인들은 언제 어디서 사고가 터질지 몰라 노심초사하고 있을 것이다.

게다가 식품은 다른 산업군과 달리 대·중소기업 모두가 원료를 활용 완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즉, OEM 생산업체를 제외하고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모두가 경쟁자다. 오히려 유통업이 '갑'이고 대중소 구분 없이 모든 제조업은 '을'이 되는 구조다. 그러나 전자, 컴퓨터, 조선, 자동차 등의 산업군은 대기업이 완제품을 판매하며, 중소기업은 부품을 납품하는 갑과 을의 관계로서 식품산업에 비해 상생이 보다 용이한 구조라 생각된다.

그 해결책으로 정부는 대·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의 원칙과 기준을 수정해 품목을 재선정해야 할 것이다. 자금 지원, 세제 혜택 외에도 중소기업적합 업종별 '위생관리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중심으로 한 HACCP(식품안전인증제) 의무화 품목 확대 등 안전성 확보를 위한 위생관리시스템 확충에 적극 노력해야 할 것이다. 대기업 또한 중소기업을 위해 '식품산업동반성장진흥재단(가칭)'을 설립, 상생에 필요한 예산, 시설 등 하드웨어와 안전관리시스템 등 소프트웨어를 적극 지원해 주는 것이 진정한 상생의 길이라 할 수 있겠다.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식품안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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