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상과당’ 만성질환 유발 증거없다
‘액상과당’ 만성질환 유발 증거없다
  • 김현옥 기자
  • 승인 2013.07.01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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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경고표시 주장에 미국의학협회 ‘근거 불충분’ 결론

ILSI코리아-영양학회 심포지엄

△김연수 교수
콜라 등 음료수에 많이 사용되는 ‘액상과당’이나 요리당으로 알려진 옥수수전분당(콘시럽)이 당뇨나 비만 등 만성질환을 일으키는 주요인으로 지목돼 왔으나, 우리가 일상적으로 섭취하는 설탕과 성분조성 등에서 별다른 차이가 없어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주장이 제기돼 큰 관심을 모았다.

특히 일부에서 고과당 옥수수시럽이나 과당함유 감미료의 사용을 금지하거나 제한 또는 경고 표시를 추진해야한다는 주장에 대해 미국의학협회는 지난 2009년 Journal American College Nutrition에 발표한 논문에서 ‘학술적 근거가 불충분하다’고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ILSI코리아(회장 경규항)와 한국영양학회(회장 윤정한)가 공동으로 28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소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개최한 ‘탄수화물, 그 이해와 활용’ 심포지엄에서 미국 루이지애나 공과대 김연수 교수는 “옥수수전분당(콘시럽)이 비만과 당뇨를 유발한다는 주장들이 제기되고 있으나, 최근 연구에서는 고과당 옥수수시럽(HFCS: High Fructose Corn Syrup)이 혈당과 혈중 인슐린농도, 고중성지방혈증 등에 미치는 영향에 있어 설탕과 차이가 없고 만성질환을 유발한다는 증거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프럭토스 섭취가 혈중 중성지방 농도를 증가시키고 비만과 당뇨 유병률을 증가시킨다”는 Anti-HFSC 연구자들의 주장에 대해 “아직까지는 프럭토스 섭취가 비만에 관여한다는 뚜렷한 데이터가 없다. 실험에 사용하는 프럭토스의 양이 실제로 우리가 섭취하는 양보다 3~4배 또는 동물실험에서는 5~6배 높았기 때문에 그 데이터를 사람한테 적용할 수는 없다. 더구나 동물과 사람 간에는 프럭토스 대사와 흡수율이 달라 동물데이터를 사람한테 적용하기는 무리가 있다. 따라서 HFSC 사용을 금지할만한 근거가 없다”는 Pro-HFSC 연구자들의 최근 연구가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 설탕과 고과당 옥수수시럽은 거의 동일한 물질

김 교수에 따르면 설탕(Sucrose)과 고과당 옥수수 시럽(HFSC)은 거의 동일한 물질이다. 우선, 건강 영양학적 면에서 이들 물질의 열량은 모두 4㎉/g이고, 조성성분도 글루코스와 프럭토스로 구성됐다는 점에서 똑같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설탕은 글루코스와 프럭토스가 결합돼 있어 섭취 시 소장에서 가수 분해되지만, HFSC는 처음부터 글루코스와 프럭토스가 독립 상태로 존재한다는 점이다.

이들 물질이 각각 함유된 음료수를 마신 후 체내 혈당과 혈중인슐린농도, 식욕증진호르몬 등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차이점이 없었으며, 실험자가 주관적으로 느끼는 배고픔과 먹고싶은 욕구도 조사에서는 섭취 당일엔 모두 차이가 없었지만, 다음날에는 설탕 섭취 그룹에서 먹고싶어하는 욕구가 더 컸다.

고과당 옥수수시럽 설탕과 거의 동일
프럭토스 비만 관여설 억지실험 결과
탄수화물 대신 활용하면 혈당 유지 도움

◇ 고과당 옥수수시럽은 만성질환 발병 증가와 무관

김 교수는 또 최근 HFSC가 만성질병의 발병을 증가시킨다는 점에 대해서도 찬반 의견이 나뉘고 있다고 말했다. 조지 브레이나 로버트 러스틱같은 비만연구자(Anti-HFCS)들은 HFSC의 섭취와 비만은 상관관계가 있으므로 사용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2004년)하는 반면 제임스 립페나 존 화이트 같은 연구자(Pro-HFCS)들은 프럭토스를 적당량 섭취시 만성질병을 일으킨다는 뚜렷한 증거가 없으므로 그럴 필요가 없다고 맞서고 있다.

설탕과 HFSC의 혈중중성지방, 비만, 당뇨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도 연구집단 간 다른 결과를 보였다. Anti-HFCS 연구자들은 프럭토스가 혈중중성지방 농도와 TG합성, 체지방 모두를 증가시켰고, 내장지방도 설탕에 비해 더 많이 증가시켰다며 HFCS가 만성질환을 유발하는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Pro-HFSC 연구자들은 프럭토스 섭취량을 높여도 혈중TG 농도는 달라지지 않아 어떠한 영향도 주지 않으며, 실제 우리가 섭취하는 프럭토스 양은 1~5%로 매우 미미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Anti-HFCS 연구 결과는 인체 및 동물 실험에서 사용하는 프럭토스 양을 실제 섭취하는 양의 3~4배, 심지어 5~6배나 많이 투여를 하기 때문이며, 특히 동물의 체내 흡수력은 사람의 6~7배에 달하는데 반해 사람은 프럭토스를 과량 섭취했을 경우 소화불량으로 설사나 더부룩함, 가스 방출 등의 증상을 일으키며 체외로 배출된다고 Pro-HFCS 연구자들은 반박한다.

◇ 프럭토스와 HFSC가 비만에 미치는 영향

프럭토스를 음료수와 고체형태의 식품으로 각각 제공한 후 열량을 조사한 결과 음료수 형태로 섭취한 그룹에서 유의적으로 높게 나온 것을 두고 Anti-HFCS 연구자들은 HFSC는 주로 음료수 형태를 많이 먹기 때문에 비만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Pro-HFCS 연구자들은 음료수를 먹고 나서 체중이 증가한 것은 음료수로 인한 칼로리 증가가 원인일 뿐 그 안에 존재하는 HFSC 때문은 아니라고 맞선다. 전 세계적으로 매년 비만율이 증가하고 있지만, 2004년도 이후 HFSC 섭취량이 감소하고 있는 것을 봐도 이의 비례관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반론이다.

◇ 탄수화물 대신 프럭토스 이용하면 혈당유지 가능

Anti-HFSC연구자들은 소프트드링크를 많이 마실수록, 적어도 하루에 한 잔 이상 마실 경우 유병률을 증가시켰다고 주장하는 반면 Pro-HFSC 연구자들은 동일한 칼로리 내에서 다른 탄수화물 대신 프럭토스를 이용했을 경우 오히려 헤모글로빈A1c(당화혈색소: 장기적인 혈당유지를 나타내는 지표)가 더 향상됐다고 반박한다.

헤모글로빈A1C가 감소한 포인트 7값은 미국의 FDA에서 당뇨환자용 신약을 제조할 때 치료효과 유무를 보는 포인트로서, 동일한 칼로리 내에서 다른 탄수화물 대신 프럭토스를 섭취함으로써 헤모글로빈A1c가 이만큼 증가했다는 것은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는 설명이다.

◇ HFCS는 옥수수에서 만든 감미료

옥수수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탄수화물은 글루코스다. 글루코스 일부분을 이성화해 프럭토스로 만든 것이 HFCS다. 가공식품업체들이 설탕대신 HFCS를 사용하는 이유는 △ 설탕보다 단맛이 더 빨리 인지되며, △ 제과·제빵에 사용할 경우 보습력 증가와 입자들끼리 엉기는 크리스탈 형성을 방지해 부드러운 조직감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뿐만아니라 △ 냄새(플레이버)가 더 좋고,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브라우닝 색깔을 내주기 때문이다. △ 빙과에 사용할 경우 녹는점을 낮춰서 잘 녹지 않는 장점이 있으며 △ 음료수에 사용할 경우 설탕과 달리 pH(수소이온농도)나 온도에 따라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조직감이 잘 유지되는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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