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염 김치’ 맛·품질 등 난제 수두룩
‘저염 김치’ 맛·품질 등 난제 수두룩
  • 김양미 기자
  • 승인 2013.10.16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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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비용에 유통 과정 중 변질 우려…판매 저하로 실패 가능성 커
식품산업협회 주최 ‘염도 줄인 김치’ 심포지엄

최근 정부의 나트륨 저감화 정책으로 저염김치 개발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관련 업계는 저염김치 개발 및 제조에 따른 비용 부담이 크다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저염김치를 생산한다해도 유통과정에서의 변질 우려와 관능 면에서도 문제가 많아 실질적인 판매 및 매출 증가로 이어지기 힘들어 실패할 확률이 높다는 지적이다. 이에 유통, 개발, 생산 등 정부의 전방위적 지원과 대국민 홍보 강화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한국식품산업협회 주최로 15일 서울 서초구 소재 한국식품산업협회 식품교육관에서 열린 ‘염도 줄인 김치 생산 및 활용 방안’ 전문가 포럼에서 최정호 대상FNF 한국식신선연구소장은 “저염 김치를 개발해 생산한다해도 소비자 인식이 낮아 판매 부진으로 인해 실패한 사례가 많다”이라며 “저염 김치 산업화 추진 시 제조·공정·유통 및 소비자 등 전 부문의 종합적인 검토를 진행해 실질적인 정부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염도 줄인 김치 생산 및 활용방안’ 전문가 포럼에서 업계는 저염 김치의 개발 및 제조 비용적 측면에서 어려움을 호소했다.

△최정호 소장
최정호 소장은 저염 김치 산업 활성화와 관련해 △제조적 측면 △발효·유통적 측면 △관능적 측면 △법적인 측면 등 4가지 부문에서 문제점을 제기했다.

우선 제조 측면에서는 ‘절임’이 가장 큰 문제다. 배추 절임이 제대로 안될 경우 이상발효 등 품질 저하가 일어나기 때문에 이 단계에서 저염을 시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줄기, 잎 등 배추 부위별 편차를 최소화하고 절임시간 연장 등의 연구 및 표준화된 절임 공정 개발이 필요한데, 이는 결국 생산량 감소로 이어져 별도의 절임 설비 투자가 수반돼야 한다는 문제점이 있다.

또한 양념 제조의 경우 일반적으로 감칠맛과 풍미를 위해 액젓을 주로 사용하는데, 액젓의 염도는 20~25%로 전체 김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에 달한다. 따라서 액젓의 저염화 기술 개발 및 대체 소재 연구도 진행돼야 한다.

발효·유통적 측면에서는 미생물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 저염화할 경우 미생물에 의한 이상발효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미생물 관리를 위한 세척제 사용 및 세척 설비, 미생물 저감화 기술 연구 등이 필수적이어서 이로인한 비용 부담이 커진다. 또 발효 정도를 조절하기 위한 대체염, 유기산 등 숙성지연소재 사용도 원가 상승의 원인이 된다. 아울러 김치는 유통 중 숙성되는 제품이기 때문에 저염으로 인한 외부 온도 관리 필요성이 높아진다. 따라서 온도 관리를 위해 유통 채널의 콜드체인 시스템 강화도 이뤄져야 한다.

미생물 저감화 기술·콜드체인 구축 등 원가 상승
잎·줄기 등 부위별 편차로 염도기준 재설정 필요
산업화 위해 제조·신공정 등 정부 지원 뒤따라야

“싱거운 김치 비현실적 발상”…식중독 발생 우려 

관능적인 측면에서는 짠맛을 낮추면 맛 기호가 저하된다는 문제점이 발생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향미 증진 소재를 사용하게 되는데 이는 원가를 높이는 원인이 된다. 또한 대부분이 식품첨가물로 분류돼 있어 소비자 거부감을 유발시켜 판매 부진을 초래할 수 있다.

법적인 측면에서는 저나트륨 표시를 위해서는 식품 100g당 120mg 이하로 표시하도록 돼 있는데 김치 제조 공정 및 숙성 품질을 감안하면 도달하기 어려운 수치라는 지적이다. 균질화된 기존 가공식품과 달리 잎과 줄기라는 부위별 편차가 있기 때문에 김치에 적합한 염도 기준을 재설정할 필요가 있다.

최정호 소장은 “저염 김치의 안정적인 정착 및 활성화를 위해서는 정부, 연구기관, 산업체, 소비자 등 각 분야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며 ”먼저 정부는 법적 제도 개선, 소비자 대상 홍보 강화, 설비·콜드체인 인프라 등 저염 김치 생산 확대를 위한 지원을 다각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또한 연구기관에서는 저염 김치 표준화 및 공정 개발, 산업체 지원, 관능 품질 향상 등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산업체에서는 이의 현장 적용 및 상품화, 저염 김치 공정 개발 및 설비 투자 등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재선 명예교수
조재선 경희대 명예교수는 “김치는 2% 내외의 염농도에서 정상발효가 일어나야하는데, 더 낮은 농도에서는 병원균의 제거가 쉽지 않아 식중독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증산, pH 저하, 가열 살균, 냉장 등의 보존성을 높이는 추가적인 대책이 필요한데 김치 제조업체 대부분이 중소업체로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면서 “특히 소비시장에서 가정 김치와 다른 극단적인 싱거운 김치를 기준으로 설정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오히려 짠 김치는 해롭다고 인식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조재선 교수는 “김치를 단지 나트륨 측면에서만 보지 말고 영양, 문화 등 종합적인 시각에서 바라보고 식품 특성, 소비자 기호, 발효 기술 환경, 사회·문화적 특성, 정통성, 세계화를 위한 수출 전략 및 경제성 등을 검토해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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