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전통 식품’ 지금 상태로 발전 가능한가?
[기고]‘전통 식품’ 지금 상태로 발전 가능한가?
  • 식품음료신문
  • 승인 2013.11.04 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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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화 장류기술연구회 회장

△신동화 회장
우리 모두는 전통식품에 대해 아련한 추억과 고향을 생각하며 좋은 식품, 사랑이 가는 음식으로 머리에 깊이 남아있다. 그리고 아직도 많은 소비자들이 여러 종류의 전통식품을 구매해 즐기고 있으며 그 맛과 향을 우리 것으로 발전시키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전통식품은 그 자체로의 역할을 넘어 정신 영역까지 침투해 독특하고 고유한 우리 식문화를 형성하는데 기여하는 등 민족의 동질성을 확인하는 좋은 매체가 되고 있다. 된장찌개 냄새와 김치를 먹으면서 우리는 한 민족인 것을 공감할 수 있으며 세대 간에도 같은 생각을 할 수 있는 훌륭한 매체가 되고 있다. 우리의 한 끼 밥상은 배를 채우는 생리적 행위를 넘어 정신적 공감대를 같이하는 자리로 인식하고 있으며, 이 식단에 나오는 음식을 통해 서로간 끈끈한 정을 나누게 된다.

이런 뿌리에 근거, 국가에서는 전통식품을 육성발전 시키기 위해 ‘식품산업진흥법’을 제정했고 이 법 제2조의 정의에서 전통식품은 ‘국산 농수산물을 주원료 또는 주재료로 예로부터 전승돼 오는 원리에 따라 제조·가공·조리를 거쳐 우리 고유의 맛, 향 및 색을 내는 식품’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국산 농수산물을 주원료 또는 주재료로 하여’라는 개념이다. 기본적으로 우리 농수산물을 사용해야 법적으로 전통식품으로 분류됨으로써 전통식품을 육성발전 시키면 국산 원료를 더 많이 소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내포하고 있다. 현재 김치 등 77개 품목, 522개 공장에서 국가에서 인정한 전통식품을 생산·판매하고 있다. 이런 현황과 필요성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이 시점에서 우리 전통식품을 더욱 육성발전 시키기 위해서 좀 더 근본적이고 기업적인 측면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새로운 개념 도입을 필히 고려해 봐야 할 때가 됐다고 여겨진다.

기업화 통한 소비 확산 과제…신개념 필요
‘향토식품’으로 바꾸고 수입 원료 허용을
대량생산 가격 경쟁력 갖추고 수출에 유리

우선 법적 정의를 보면 대단히 모호한 점들이 있다. ‘예로부터’라는 말은 역사성을 뜻하는데, 과연 그 기간은 얼마로 봐야 할 것이며 ‘예로부터 전승되어 오는 원리에 따라’라는 뜻은 이미 공유할 수 있는 원리가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데 극히 일부 음식을 제외하고 그 제조 방법이 상세히 기술된 것은 드물어 전승되는 원리는 찾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서 사용하는 원료, 가공 방법 등이 변할 수밖에 없어 지금 채택하고 있는 제조법이 과연 예로부터 전승됐다는 것을 증명하기가 대단히 어렵다.

더 큰 걸림돌은 현실적인 원료 가격과 작업 방법이다. 우리 국산 농수산물은 물밀 듯이 수입되는 원료에 비해 보통 2~5배가 비싸며 품질 면에서도 차이를 구분할 수 없는 것들이 많다. 아울러 제조방법도 대부분 수작업에 의존함으로 대량생산이 어렵고, 인건비로 인한 제조 원가도 높을 수밖에 없다.

우리 속담에 ‘아주머니 떡도 싸야 사먹는다’고 했는데 원료 가격과 인건비 때문에 수입 원료로 만든 같은 식품과 경쟁이 가능한가? 그렇다고 소비자가 국산 원료를 사용한 전통식품과 수입 원료를 사용한 같은 제품과의 차이를 맛과 향으로 쉽게 구분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구매 결정의 가장 큰 기준은 가격이 될 것이다.

따라서 전통식품의 개념을 ‘향토식품’으로 바꾸고 국내산·수입산 원료 구분없이 그 지역에서만 생산되는 특화된 상품으로 판매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방법을 전향적으로 검토할 때가 됐다.

‘전통식품’으로 제약을 두면 소비 감소로 결국 관련 산업이 위축돼 기업화를 통한 소비층 확산은 불가능해 질 것이다. 수출 시에도 한국산 원료보다는 한국산 제품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을 것이다.

향토식품으로 국내외에 판매할 경우 지역적 차별화가 가능하며 가격 경쟁력도 갖추게 된다. 향토식품으로서의 구비 조건은 특정 지역에서 이미 보급돼 상품화됐고, 최초 반세기 정도의 역사성을 갖고 있으면서 차별화되고 특화된 품질을 갖는 것으로 규정하면 될 것이고 원료는 원산지 법에 따라 표기하도록 유도하면 될 것이다.

정부 역시 지역간 난립 방지를 위해 향토식품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고 혼란 방지와 지원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 식품은 전통식품이라 하더라도 소비자가 선택해야 그 생명력을 갖고 영속성을 유지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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