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술' 어느게 좋을까
'통일술' 어느게 좋을까
  • 김양희 기자
  • 승인 2003.01.06 1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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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 공통 술 소주…가능성 1순위

'통일의 장단을 어떤 술이 맞춰줄까?'

지난 6월 월드컵에서 우리 나라가 승승장구할수록 맥주의 소비가 늘었다. 업계에 따르면 초여름이라는 계절적 특수성과 월드컵 열기로 전년도 동기 대비 40%의 매출 신장을 보일 정도로 호프집은 물론 편의점 등의 맥주도 동이 날 지경이었다.

우리 민족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국민들의 축제 때 술은 잔치의 흥을 돋는 역할을 한다. 1994년 남아공의 넬슨 만델라 대통령이 인종간의 갈등을 극복하고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 남아공 국민들은 흑백의 구분이 없이 맥주로 축배를 들었고 독일의 1989년 11월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을 때도 1990년 10월 3일 독일의 통일에도 독일 국민들은 맥주를 들고 뛰쳐나왔었다. 특히 독일은 매년 9월 말부터 10월이면 대규모의 맥주 축제를 벌인다.

이 축제는 1810년 바이에른 왕국의 황태자 루드비히와 작센의 테레사 공주와의 결혼을 축하한 경마 모임에서 비롯됐지만 10월 3일 독일의 통일 기념일에 축제의 절정을 이루고 기타 유럽 국가를 비롯해 전 세계에서 매년 약 600만 명의 맥주 애호가가 약 500만ℓ(생맥주 500㏄로 1000만 저그), 닭은 65만 마리, 소시지는 110만 톤을 소비하며 축제를 즐긴다.

전 국민을 하나로 만들고 흥분과 열광의 도가니에 몰아넣었던 월드컵 이후 우리 국민들을 기다리게 하는 큰 축제는 통일이다. 이산가족 상봉과 경의선 동해 북부선이 연결되고 남북 기업들의 경제 교류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시점에서 정말 통일이 이뤄진다면?

국민적인 대축제 통일의 장단은 어떤 술이 맞춰줄까? 2000년 6월 15일 세계가 주목하는 가운데 역사적인 남북 정상의 만남을 기념하기 위해 북측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들쭉술을, 남측의 김대중 대통령은 문배주를 각각 선물했었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우리 나라를 대표하는 술은 소주로, 통일의 기쁨은 소주가 맞춰 주지 않을까 한다.

남측의 대표격 소주는 서민들과 함께 역사를 써 내려간 진로. 두꺼비로 상징되는 진로 소주는 1954년 6월 출시돼 지난 2001년 세계 증류주 시장 판매량 1위에 오르는 등 세계인에게 사랑받는 소주다.

특히 98년 10월 출시한 ‘참眞이슬露’는 출시 6개월 만에 1억병, 9개월 만에 2억병, 11개월만에 3억병이 팔리는 등 국내 소주 사상 최단기간 최다 판매량이라는 신기록을 달성한 제품으로 2002년 10월 현재 42억병 판매를 돌파해 국내 소주의 대명사로 자리를 잡았다.

소주병을 누인 길이(20.7cm)로 환산하면 서울과 부산(428km)을 1016회 왕복할 수 있는 거리이며 지구 둘레(4만km)를 21번 돌고도 남는 거리가 된다. 양으로 환산하면 약 151만㎘로 코엑스 아쿠아리움 수족관을 653번 채울 수 있는 분량.

`참眞이슬露'의 판매 호조에 힘입어 진로는 창사 이래 최대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기도 했으며 99년 전국 시장 점유율 38%에서 2000년 51.4%의 점유율을 달성해 소주 대명사로서독보적인 위상을 재확인했다.

2001년에는 전년대비 14.2% 증가한 4893만 상자(1상자 30본입)의 소주를 판매해 전국 시장에서 52.6%의 점유율(수도권 90.3%)을 차지했으며 참이슬 단일 브랜드로 전국 소주 시장의 절반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진로는 2000년 전 세계 증류주 시장에서 판매량과 판매 성장률 부문에서 모두 2위를 차지한 데 이어 2001년에는 세계 증류주 시장 판매량 1위에 오르는 성과를 올렸다. 이러한 실적에 힘입어 지난 2001년에는 국내 주류 업계 최초로 7000만달러 수출탑을 수상했으며 지난해에는 목표로 잡았던 8000만달러를 무난히 달성했다.

이에 맞서는 북한의 대표격 소주는 조선식료주식회사가 출시하는 ‘평양소주’다. 평양소주는 옥수수, 쌀, 찹쌀을 주원료로 70미터 지하 천연 암반수를 이용한 전통 기법으로 제조되고 독특한 '단내'를 자랑해 대동강 소주, 아바이벌꿀 소주, 금강벌꿀 소주 등의 다른 북한산 소주보다 인기라고 한다.

조선식료주식회사는 360m㎖ 기준으로 월 30만병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며 최근 미국의 무역업자와 계약을 해 올해 초 미국과 캐나다 등지에 진출할 계획이다. 한편 남한 소주인 진로 소주와 평양소주는 남북 재일학생 축전 등 재외 동포들이 남북 정상 회담을 경축하기 위해 이 두 술을 섞어 ‘통일 소주'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남북의 화해를 표방하는 남북 문화 퓨전 카페 ‘평양카페’는 남측의 술과 북측의 술을 원 재료로 해 퓨젼 칵테일을 판매한다.

남측 소주+북측 소주로 제조된 ‘화해주’, 북의 인풍술+남측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술로 구성된 ‘남남북녀’, 북측 송화가루+남측 소주의 ‘송화소주’, 북측 들쭉술+남측 이강주의 ‘민속주’, 북측 맥주+남측 맥주로 만들어진 ‘통일 맥주’는 이 카페의 인기 메뉴다. 통일이 되면 어떤 술이 우리의 신명을 더욱 북돋울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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