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식품 대기업 R&D엔 R이 없다
[기고]식품 대기업 R&D엔 R이 없다
  • 식품음료신문
  • 승인 2014.07.14 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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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교역국 불구 세계 100대 식품 회사 1곳도 없어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신동화 명예교수
우리나라는 세계 10대 교역국으로, 국민소득 일인당 2만4,000불 시대를 맞고 있다. 큰 전쟁의 아픔을 뒤로하고 겨우 60년 사이에 이룬 기적 같은 일이다. 그 사이 전자, 자동차, 조선 산업은 세계 최상위권 위치를 점해 국가의 위상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으며, 한류가 세계 여러 나라에서 한국 문화를 활발히 전파하고 있다.

그러면 우리 식품 분야는 어떤가? 주린 배를 채워야했던 1950~1970년대에는 쌀, 보리 등 주곡이 가장 중요한 식재료였으며, 절대 식량이 부족해 수입에 의존해야만 했던 밀과 옥수수, 콩을 이용한 소재산업, 즉 제분업과 음식 맛의 기본 소재를 만드는 제당업, 제유산업, 그리고 간편한 굶주림의 해결책인 국수, 라면 등이 식품산업의 대표 주자였다.

그 이후 기술이 투입된 통조림산업을 효시로 각종 곡류제품, 과채류를 이용한 음료, 과자류, 유가공, 육가공산업이 발달해 지금은 유통되는 제품의 종류만 해도 3만 여종에 달할 정도로 풍성한 가공식품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현재 신선식품을 포함해 가공식품류는 약 80억불(2013)정도 수출하고 있는가하면 농식품 수입액은 334억불(2012)로 무역역조가 심한 상황이다. 가공식품의 수입도 계속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세계 여러 나라와 자유무역협정(FTA)이 더 진행되면 가격 경쟁력과 신제품 선호 등의 이유로 가공식품의 수입은 더 크게 증가할 것으로 여겨진다.

현재 우리나라 식품산업의 규모는 외식업을 포함해 144조원 정도로 추산된다. 연간 매출액이 1조원을 넘는 회사가 18개(금융감독위원회 공사자료)에 이르며 앞으로 어느 정도 규모의 확대는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들 회사의 매출액 규모를 세계 유수 식품회사에 비하면 초라하기까지 하다. 즉 세계 100대 기업에 들어있는 네슬레(1,006억불), 안호이저부시 인베브(398억불), 코카콜라(480억불), 펩시(655억불), 유니레버(677억불) 등은 매출액 규모가 작은 국가의 전체 예산액 보다 많은 현실이다. 이들 글로벌 기업은 각국의 특성에 맞게 차별화된 기술을 투입한 제품을 생산해 현지에서 혹은 세계에 판매하고 있다. 한국의 식품기업과 이들을 비교해보면 국내 최대 기업인 CJ제일제당은 88억불로 식품분야 114위에 머무르고 있으며(그룹으로는 84위), 순수한 식품기업은 아니지만 KT&G가 전체기업에서 1,442위, 식품에서는 95위로 겨우 100대 기업에 들고 있다.

우리나라 식품기업이 세계시장에서 뒤처지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특히 원부재료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해야하는 상황과 국내 소비시장의 협소, 해외 진출에 소극적 자세, 신기술 개발 부진, 정부의 가격 억제 정책 등에 의한 판매 및 신제품 개발 위축 등이 꼽히며, 이들 여건은 앞으로도 크게 개선될 가능성이 희박하다.

그럼 우리의 선택은 무엇인가? 기술 우위를 바탕으로 한 글로벌화이다. 세계적인 식품기업들은 이 두 가지 조건을 충족시켜서 기술 차별화를 바탕으로 한 국제화와 현지화를 꾸준히 진행했다. 이들 기업은 세계 어느 나라에 가거나 차별화된 품질과 판매 전략을 앞세워 그 나라 소비자에게 다가서고 있으며 상당한 품목은 현지화를 넘어 토착화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우리 식품산업이 기술개발을 통해 제품을 차별화하기 위한 전략은 국가 연구기관과 기업 간 긴밀한 협력과 대학의 기초연구결과가 융합돼야 달성할 수 있다고 본다. 여기서 특히 대기업의 역할이 어느 분야보다도 중요하다. 실용적인 연구개발을 위한 우수한 인적 자원을 이미 확보하고 있으며 재정적 여건이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국가 연구개발비의 76.5%가 기업 투자 분). 결국 여러 기관에서 노력해 얻은 개발 기술의 수혜를 받는 쪽은 기업이며 이를 통해 실질적으로 이익을 창출하기 때문이다. 국제적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기술개발에 대기업이 선도적 역할을 해주어야하는 이유이다.

현재 우리나라 식품대기업의 R&D투자는 매출액대비 0.5~1% 수준에 머물고 있다. 글로벌 기업의 경우는 2~3%에 이르며 실제 투자하는 금액은 비교가 어려울 정도로 큰 차이가 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는 대기업은 실용성 연구개발을 주로 하고, 연구기관이나 대학이 참여해 기반 연구를 지원하는 체제로 R&D가 이뤄져야할 것이다. 속성상 연구소나 대학은 기초과학에 주력하고 기업은 실용화, 상품화에 더 관심이 있으므로 양자를 조화롭게 연결하면 윈-윈이 될 수 있다.

매출액 1조원이 넘는 18개 기업체는 모두 크든 작든 간에 연구 개발 기능을 갖고 있는데 현재 기업체의 R&D는 연구 기능이 빠진 개발 기능만이 너무 강조되고 있어 장기적 관점에서 생존할 기반 구축에는 소홀한 게 현실이다. 기반 연구가 없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는 어렵다. 이를 위해 기업이 기초연구에 직접 참여하는 부담을 안기보다는 대학과 출연연구소의 기능을 충분히 활용해 그들이 기초, 기반연구를 수행하고 이 결과를 바탕으로 실용화, 상품화 단계를 거쳐야 할 것이다. 이 관계를 밀착시키기 위해서는 과제별로 공동 참여를 제도화해 서로에게 도움이 되도록 하는 효과적인 장치가 필요하다.

선진국과 기술 격차…개발에 치중 장기 생존기반 취약
당 대체물 등 거시적 시각서 기초·응용연구 수행 절실  


지금과 같이 우리 대기업의 연구소가 국내·외 기술의 모방이나 미투(me too)제품, 단기성 제품 개발 등에 몰입하게 되면 세계 일류기업으로서의 도약은 멀어질 것이다. 예를 들면 비만의 원인 기작을 밝혀 비만으로 넘어가는 과정을 차단할 수 있는 당 대체물, 당뇨 메커니즘을 이해해 효과가 있는 식품, 세계 인구의 50%가 앓고 있는 과체중과 비만을 완화시킬 수 있는 제품의 개발은 엄청난 수요가 있을 것이나 결코 단기 연구로는 어림도 없을 것이다. 기초 연구와 응용연구가 조화를 이루어 목적 지향적 연구가 수행돼야 한다.

글로벌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제품 기반 R&D를 넘어 R&D 기반의 목적 지향적 제품개발이 되어야 독창적 기술을 확보해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다. 대기업연구소가 해야 할 R&D 접근 방법이다.

연구소 내에서도 전문분야 간 소통을 활성화하기 위한 부서 간 벽 허물기, 인문과학과 공학 등 학제 간 활발한 복·융합연구의 활성화, 연구 인력의 집적화, 외부 전문 인력의 과감한 영입, 대학과 기업 전문가의 교류 활성화 등 기존의 틀을 완전히 철폐하는 과감한 노력이 필요하다. 아울러 업체 간 상생 협력과 글로벌화하기 위한 외국 연구기관과의 긴밀한 협력관계의 유지 및 외국 전문 인력의 유치 등도 적극 검토해야한다.

현실적으로 우리 대기업이 보유한 기술이 과연 세계 수준에서 비교 우위에 있는 것이 과연 몇 개나 되는가? 그리고 기존의 기술이 선진국과 격차는 얼마나 되는가를 면밀히 분석해 봐야한다. 지금의 대기업이 앞으로 5년, 나아가 10년 후 우리나라에서라도 대기업으로서 위상을 지킬 수 있는지를 여러 여건을 분석해 가늠해 봐야 할 것이다.
연구개발은 장비가 아닌 사람에 의해서 성과를 낸다. 특히 기반 연구는 장기간이 소요되고 성공여부를 가늠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전문 인력이 일할 수 있게 신분의 보장, 연구 여건의 조성, 일정 수의 연구원 확보(critical mass) 등은 최고 책임자가 깊이 유념해야 할 사항이다. 총 15년에 걸쳐 세계적 신약(항생제)을 개발한 우리 옆에 있는 동아ST가 좋은 귀감이 돼야 한다. 아울러 연구원 평가 방법을 개선해 단기적 제품개발의 수보다도 수익 기여도, 협력 연구나 원천 기술 확보에 가점 주는 방안이 적극 도입돼야 한다.

세계에 앞서가는 기술을 확보하지 않고 글로벌 기업이 될 수는 없다. 세계 초일류 기업체가 된 삼성전자의 예는 우리 식품기업도 눈여겨 봐야할 좋은 롤 모델이다. 지금도 이 기업체는 생존을 위해서 연구와 신기술 개발에 몸부림 치고 있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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