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위생법과 영화 ‘살인의 추억’ - 김태민 변호사의 식품법률 산책<58>
식품위생법과 영화 ‘살인의 추억’ - 김태민 변호사의 식품법률 산책<58>
  • 식품음료신문
  • 승인 2014.08.18 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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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위생 업무 관련 공무상 과실·오류
업체 피해 넘어 간접적 인명 손실도 유발

△김태민 변호사
영화 ‘살인의 추억’은 1986년부터 1991년까지 경기도 화성군 일대에서 여성 10명이 살해된 미해결 사건을 모티브로 2003년도에 제작돼 50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흥행작이다. 그런데, 식품위생법과 영화 ‘살인의 추억’에 어떤 관계가 있을까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최근 경기도 화성 근처에서 만두제조공장을 운영하는 업체로부터 사건을 의뢰받았다. 지난 2004년 대한민국을 강타한 속칭 ‘불량만두’ 사건에서 수사기관의 강압적이고 안하무인 격 태도로 죄없는 영업자가 고통받았던 것을 생각하니 불현듯 영화 ‘살인의 추억’이 떠올랐다.

고려대 이철호 교수의 ‘식품위생 사건백서Ⅱ’에 서술된 ‘불량만두’ 사건을 살펴보면 만두소로 사용되는 무말랭이가 자투리라는 첩보를 입수한 경찰은 만두소 제조업체를 급습했고, 이 업체가 제조한 만두소를 사용하는 만두업체를 ‘불량만두’ 업체라고 보도자료를 배포해 전국민을 혼돈에 빠뜨렸다.

경찰은 수사과정에서 법원에 혐의자들의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대부분이 “만두재료가 인체에 유해하다는 증거가 뚜렷하지 않다”는 이유로 기각됐다.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도 “미생물학적 관점에서 볼 때 대장균은 인체에 유해한 균은 아니다. 만두재료로 부적절한 원료를 사용하고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가공했다는 점에서 업주들은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만두를 고온에서 삶으면 대장균이 죽기 때문에 인체에 유해하다고 볼 수 있는 근거는 부족하다”고 했다. 대학병원 관계자 역시 “대장균이 우글대는 지하수도 고온에 끓인 뒤 먹으면 인체에 전혀 해롭지 않고, 대장균만으로는 그 식품의 유해성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무죄 판결 ‘무말랭이 만두소’ 업계 초토화·사장 자살
‘맛가루 사건’도 대상만 다른 판박이…업체들 줄도산
무리한 수사가 초래…억울한 피해 구제 방안 마련돼야    

결국 모든 만두제조업자는 무죄를 받았고 '불량만두' 사건은 해프닝으로 끝났고, 어느 만두공장 대표의 자살은 사건과 함께 잊혀졌다. 그러나 이것으로 끝난 것은 아니었다. 작년 발생한 ‘불량 맛가루’ 사건의 경우 만두가 맛가루로 바뀌었을뿐 모든 수사과정과 언론 보도 행태는 동일했다. 결과 역시 모두 무죄로 밝혀졌지만 관련 업체는 줄도산했고, 소비자를 포함해 누구도 이익을 얻은 자는 없었다. 이때 영업자들에게는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추억이 떠올랐을 것이다.

본 지면을 통해 여러 차례 무리한 수사를 근절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현장에 반영되기에는 아직도 많은 시간이 필요한 듯하다. 최근 의뢰받은 만두 사건의 경우 이를 조사해 검찰에 송치한 수사기관은 시도특별사법경찰관이었고, 해당 검찰청에서는 피의자 조사조차 하지 않은 채 특별사법경찰관의 수사보고만 믿고 기소했다.

물론 검찰이 식품사건에 대해 잘 알지 못하니 특별사법경찰관의 의견을 존중할 수 밖에 없겠지만, 실질적인 증거자료가 하나도 없는데도 단지 수사보고서와 강요된 자백으로 작성된 피의자신문조서, 제조공정전에 보관된 단무지 검체사진으로 기소한 것은 분명히 잘못된 것이다.

또한 시도특별사법경찰관이 수거한 검체를 가지고 각종 위해평가를 시험검사기관에 의뢰한 결과 모두 정상으로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기소 시 검사성적서를 증거로 제출하지 않은 것은 더 큰 문제다. 본인의 실적을 위한 고의성이 다분한 불법 수사라고 볼 수 밖에 없다.

불량식품이 ‘4대악’으로 규정되면서 식품위생분야에 많은 발전이 있었던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공무원의 단순과실이나 오류로 인해 억울하게 피해를 보는 영업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며, 설혹 발생했더라도 이를 구제할 수 있는 방안이 조속히 마련돼야 할 것이다.

[본고는 개인적인 의견이며, 이에 대한 법적인 책임은 없습니다. 개별사안은 본지나 김태민 변호사의 이메일(lawyerktm@gmail.com) 또는 블로그(http://blog.naver.com/foodnlaw)로 질문해 주시면 검토가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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