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란다원칙과 확인서 징구①-김태민 변호사의 식품법률 산책<64>
미란다원칙과 확인서 징구①-김태민 변호사의 식품법률 산책<64>
  • 식품음료신문
  • 승인 2014.10.06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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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위생감시원 위반 사항에 확인서 서명 요구
강제성 없는 요식 행위 불구…행정소송선 번복 안 돼

△김태민 변호사
대한민국 헌법 제12조 제7항을 보면 ‘피고인의 자백이 고문, 폭행, 협박, 신체구속의 부당한 장기화 또는 기망에 의하여 자의로 진술된 것이 아니라고 인정될 때는 이를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최근 신문보도를 통해 탈북자들의 허위자백으로 인한 일련의 무죄판결을 접하며 ‘미란다원칙’이 생각났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범죄피의자 체포 시 경찰은 혐의사실의 요지와 체포이유,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는 권리, 진술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 등이 있음을 알려주는 장면이 반드시 나온다. 미란다원칙은 1966년 미국 연방대법원의 판결로 확립된 원칙으로, 당시 경찰은 미란다라는 멕시코계 미국인을 납치·강간혐의로 체포하면서 무죄를 주장하는 피의자의 주장을 묵살했다. 결국 수사기관이 구두자백과 자백진술서를 받아 법원에 제출했지만 재판과정에서 진술을 번복한 미란다가 무죄를 선고받으며, 피의자의 권리 보호를 위해 확립된 원칙이다.

식품위생 및 안전과 미란다원칙의 상관관계를 궁금해 하는 독자가 있을 것이다. 관할 행정기관으로부터 단속이나 행정지도를 받아본 영업자라면 ‘확인서’라는 서류를 작성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실제 식품위생감시원들은 그들의 직무인 영업자들이 식품위생법 위반 여부를 조사·확인한 후 위반사항 발견 시 마지막 순서에 반드시 확인서 서명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확인서 징구’라고 한다. ‘징구(徵求)’의 사전적 의미는 ‘돈, 곡식 따위를 내놓으라고 요구함’이다. 이와 비슷한 단어인 ‘징수’는 ‘나라, 공공단체, 지주 등이 돈, 곡식, 물품 따위를 거두어들임’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자세히 보면 두 단어가 명확하게 다르다. 하나는 요구를 하는 것이고, 하나는 강제로 행정행위를 하는 것이다. 이에 확인서의 경우 ‘징수’라는 단어를 사용할 수 없고, 반드시 ‘징구’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강제성을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해당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의심받는 영업자가 반드시 의무적으로 작성 또는 서명해야 할 서류가 아니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만일 확인서를 작성해야 한다는 의무로 규정한다면 이는 명백한 헌법 위반이다. 때문에 식품위생법이나 행정법 어디에도 확인서를 징수하거나 강제로 받을 수 있다는 조항은 없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단속을 하는 공무원 입장에서는 확인서를 받는 것이 매우 유리하고 편리하기 때문에 통상 확인서를 받는다. 마치 자백을 강요받고 스스로 진술서를 작성하는 것과 같다. 문제는 이러한 확인서에 서명을 하고나면 추후 행정소송 등에서 이를 번복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형사재판의 경우 재판이 시작되면 피고인이 수사기관이 제출한 증거에 동의여부를 묻는 절차가 반드시 선행된다. 이를 증거조사라고 하는데, 증거조사절차에서 피고인이 증거에 부동의하고 이를 재판관이 인정하면 피고인의 유·무죄를 판단하는 자료로 사용하지 않는다. 반면 행정소송에서는 이런 절차가 없다. 물론 해당 영업자가 재판과정을 통해서 주장을 할 수는 있지만 스스로 서명한 확인서이기에 묵살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실제 법률자문을 받은 대기업들은 담당자들에게 식품위생감시원이 확인서 서명을 요구할 경우 이를 적법하게 거부하고 추후 승인을 받아 진행하는 방식의 내부지침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다음 호에 계속)

[본고는 개인적인 의견이며, 이에 대한 법적인 책임은 없습니다. 개별사안은 본지나 김태민 변호사의 이메일(lawyerktm@gmail.com) 또는 블로그(http://blog.naver.com/foodnlaw)로 질문해 주시면 검토가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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