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첨단 시설서 유제품·프로바이오틱스 등 미래 먹거리 발굴
우리나라 유가공업을 선도하고 있는 서울우유(조합장 송용헌)가 일대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국제 경쟁력을 갖춘 명실상부한 유제품 R&D(연구개발) 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한 몸부림을 시작했다.
서울우유는 지난해 6월 지하 1층 지상 4층 연면적 4550㎡ 규모의 종합 연구개발 기능을 갖는 중앙연구소를 준공하고, 화학분석실험실, 생물학실험실 등의 기초연구와 응용연구가 가능한 최첨단 시설을 구축했다.
◇친환경 설계로 소통을 강화한 최첨단 시설
경기도 안산공장에 자리잡은 서울우유 중앙연구소는 이전에 기자가 방문했던, 1989년부터 안산공장 사무동에 위치하고 있던 건물과 연구개발 조직의 그것과는 완전 딴 판이었다. 그동안 서울우유 연구소는 국내 최고 유가공회사라는 위상에 걸맞지 않게 시설이나 조직, 기능 면에서 많이 아쉬웠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은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확 달라졌다.
우선, 친환경적으로 설계된 연구소는 전 층을 연결하는 중앙 계단과 아트리움, 각 층마다 중소규모 회의실 등을 설치함으로써 통풍과 채광은 물론 연구원간 소통을 강화한 것이 눈에 띈다. 뿐만 아니라 고객의 연령대별로 심층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는 관능검사실과 각종 유제품에 적합한 최적의 생산 조건을 연구할 수 있는 파일럿 실험실 등을 마련해 시장의 다양한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서울우유 연구소는 현재 연구기획, 우유연구, 발효유연구, 유음료연구, 치즈연구, 기능성식품연구, 기호식품연구, 응용연구 등 8개팀 체제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보다 탄탄한 R&D 기능을 갖기 위해서는 인력 증원이 시급하고, 연구소의 위상도 격상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이 신 소장의 견해다.
4500㎡ 규모 친환경 시설서 기초·응용 연구
국민 건강 지키는 유가공 신제품 개발에 몰두
◇ 연구소 조직 2017년까지 2본부 체제로 위상 제고
총 30여명의 연구원 호흡을 맞추고 있지만, 목적사업을 위해서는 팀별로 2~3명의 인원이 보강돼야 하고, 본부장(공장장급) 체제로 운영되는 연구소의 위상도 여타 유업체에 비해 낮은 편이어서 형평성 차원에서라도 이의 개선이 절실하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신 소장은 “2017년까지 연구소 조직을 2본부(제품개발부, 응용연구부) 체제로 개편하고, 연구소장 직급도 상향 조정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위상 변화를 위해서는 그 필요성이 인정돼야 하는 만큼 업무 확대 및 성과 도출이 우선돼야하고, 정관 개정에 대한 이사회의 결정이 수반되는 일이어서 올해를 원년으로 삼고 단계적으로 준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역대 서울우유 연구소장 중 실무를 두루 거친 최초의 인물로 꼽히는 신 소장은 구성원들과의 소통에 힘쓰고 있다. 특히 초임 연구원들의 경우 자신이 하는 일의 의미와 중요성을 알지 못하면 소임을 다할 수 없기 때문에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일에 종사한다는 자부심을 갖도록 매달 역사를 바탕으로 한 정신교육과 함께 생산 및 소비 현장을 수시로 찾아 벽을 허물고 있다.
신 소장은 “우리는 역사를 통해서 과거와 현재에서 미래로 가는데 역사관이 없으면 아무리 조직가치관을 강조해도 소용이 없기 때문에 역사에 관한 특강을 자주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신 소장의 이러한 교육은 10명 중 2명을 에이스로 만들기 위한 이른바 ‘팔레토 법칙’에 기반을 두고 있다.
19세기 이탈리아 경제학자 팔레토가 우연히 개미를 관찰하다가 20%만이 열심히 일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를 인간사회에 적용시켜 2080법칙을 주창했는데, 후에 영국의 부의 편중현상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20%의 인구가 전체 부의 80%를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사실과 일치하면서 힘을 받게 된 주장이다.
◇ 원유과잉 시대 해외에서 답 찾아야
국내 유업계는 현재 적정 원유량보다 7%나 많은 공급 과잉으로 심각한 어려움에 처해 있어 원유 감산은 전 유업체들의 현안문제이다. 서울우유의 경우 이달 말까지 한 농가당 3두씩 총 5400두의 젖소 도태 계획을 진행하고 있을 정도다.
신 소장은 이러한 유업계의 현실이 FTA와 무관하지 않다고 말한다. “FTA 이후 우유를 가공한 치즈나 유청단백, 카제인단백 등 유가공품의 수입물량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급증해 국내 유가공산업은 향후 5~10년이 가장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선진 일본의 예를 봐도 음용유는 소폭 감소 추세인데다 OECD 중 저출산 국가로 분류되는 우리나라는 우유의 주 소비층이 어린이이기 때문에 연간 1인당 25~28kg 수준에서 그칠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서울우유의 경우 마시는 음용유 비중이 전체 사업의 70%에 달해 이러한 우유소비 감소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해외 수출과 음료 및 건강기능식품 등으로 다각화 방안을 모색해야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급변하는 시장서 음료·건기식 등 다각화 모색
디저트·유산균주 활용한 기능성 제품 등 박차
2017년까지 연구원 보강 2본부 체제로 격상 계획
◇ 프로바이오틱스 연구로 건강기능식품 개발 역점
그래서 서울우유 연구소는 요즘 유산균 균주를 포함한 프로바이오틱스 개발에 밤낮없이 불을 밝히고 있다. 이와 관련, “현재 우유의 단백질 펩타이드 연구를 통해 기능성을 찾고 있으며, 그 결과 이미 몇 건 특허도 보유하고 있다.”는 신 소장은 “우유를 이용한 치즈, 발효유 등 가공품뿐 아니라 전임상 및 임상 실험을 거친 건강기능식품을 개발해 분말 태블릿 등으로 여러 가지 제형으로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신 소장은 단기성과에 급급하지 않고, 응용연구를 통해 미래 유가공산업에 대한 비전을 제시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발효유도 단순히 마시고, 떠먹는 제품에서 나아가 다양한 식품과 어울릴 수 있는 디저트나 푸딩과 락토프리 제품 등 카테고리별로 나눠 미래를 이끌어갈 수 있는 소재로 개발하는 것이 연구목표라고 덧붙였다.
신 소장은 일반적으로 효소는 나누는 기능만 알고 있으나 붙이는 기능도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현재 개발 중인 건강기능식품이 바로 이러한 효소 공학을 이용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기능을 이용한 건강기능식품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신 소장은 1급 비밀이라면서도 유산균주를 활용한 혈전분해, 면역력 증강, 비만억제, 장기능 향상 등의 기능을 갖는 제품이라고 귀띔한다. 이는 초고령 인구와 1인 가구가 증가하는 사회 현장에 맞는 제품으로, 내년이면 선보일 것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