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세계적 R&D 기관 발돋움하는 ‘서울우유중앙연구소’
[탐방]세계적 R&D 기관 발돋움하는 ‘서울우유중앙연구소’
  • 김현옥 기자
  • 승인 2015.02.09 02: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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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시는 우유만으로는 성장에 한계”
최첨단 시설서 유제품·프로바이오틱스 등 미래 먹거리 발굴

우리나라 유가공업을 선도하고 있는 서울우유(조합장 송용헌)가 일대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국제 경쟁력을 갖춘 명실상부한 유제품 R&D(연구개발) 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한 몸부림을 시작했다.

서울우유는 지난해 6월 지하 1층 지상 4층 연면적 4550㎡ 규모의 종합 연구개발 기능을 갖는 중앙연구소를 준공하고, 화학분석실험실, 생물학실험실 등의 기초연구와 응용연구가 가능한 최첨단 시설을 구축했다.

국민건강 증진과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연구와 투자가 필요하다는 판단아래 시설은 물론 기능을 확충하고 유가공산업의 미래를 열어가는 서울우유 중앙연구소 신용국 소장을 만나 그가 품고 있는 포부를 들어봤다.

◇친환경 설계로 소통을 강화한 최첨단 시설 

경기도 안산공장에 자리잡은 서울우유 중앙연구소는 이전에 기자가 방문했던, 1989년부터 안산공장 사무동에 위치하고 있던 건물과 연구개발 조직의 그것과는 완전 딴 판이었다. 그동안 서울우유 연구소는 국내 최고 유가공회사라는 위상에 걸맞지 않게 시설이나 조직, 기능 면에서 많이 아쉬웠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은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확 달라졌다.

△8개팀 체제를 갖추고 있는 서울우유 R&D 센터.
우선, 친환경적으로 설계된 연구소는 전 층을 연결하는 중앙 계단과 아트리움, 각 층마다 중소규모 회의실 등을 설치함으로써 통풍과 채광은 물론 연구원간 소통을 강화한 것이 눈에 띈다. 뿐만 아니라 고객의 연령대별로 심층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는 관능검사실과 각종 유제품에 적합한 최적의 생산 조건을 연구할 수 있는
△관능검사 장면
파일럿 실험실 등을 마련해 시장의 다양한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서울우유 연구소는 현재 연구기획, 우유연구, 발효유연구, 유음료연구, 치즈연구, 기능성식품연구, 기호식품연구, 응용연구 등 8개팀 체제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보다 탄탄한 R&D 기능을 갖기 위해서는 인력 증원이 시급하고, 연구소의 위상도 격상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이 신 소장의 견해다.

4500㎡ 규모 친환경 시설서 기초·응용 연구
국민 건강 지키는 유가공 신제품 개발에 몰두

◇ 연구소 조직 2017년까지 2본부 체제로 위상 제고

△신용국 소장(양복입은 이)과 연구원들이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총 30여명의 연구원 호흡을 맞추고 있지만, 목적사업을 위해서는 팀별로 2~3명의 인원이 보강돼야 하고, 본부장(공장장급) 체제로 운영되는 연구소의 위상도 여타 유업체에 비해 낮은 편이어서 형평성 차원에서라도 이의 개선이 절실하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신 소장은 “2017년까지 연구소 조직을 2본부(제품개발부, 응용연구부) 체제로 개편하고, 연구소장 직급도 상향 조정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위상 변화를 위해서는 그 필요성이 인정돼야 하는 만큼 업무 확대 및 성과 도출이 우선돼야하고, 정관 개정에 대한 이사회의 결정이 수반되는 일이어서 올해를 원년으로 삼고 단계적으로 준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용국 소장이 강의를 듣거나 정보를 접할 때 꼼꼼히 메모해 둔 비밀노트를 기자에게 처음으로 펼쳐 보였다.
역대 서울우유 연구소장 중 실무를 두루 거친 최초의 인물로 꼽히는 신 소장은 구성원들과의 소통에 힘쓰고 있다. 특히 초임 연구원들의 경우 자신이 하는 일의 의미와 중요성을 알지 못하면 소임을 다할 수 없기 때문에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일에 종사한다는 자부심을 갖도록 매달 역사를 바탕으로 한 정신교육과 함께 생산 및 소비 현장을 수시로 찾아 벽을 허물고 있다.

신 소장은 “우리는 역사를 통해서 과거와 현재에서 미래로 가는데 역사관이 없으면 아무리 조직가치관을 강조해도 소용이 없기 때문에 역사에 관한 특강을 자주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신 소장의 이러한 교육은 10명 중 2명을 에이스로 만들기 위한 이른바 ‘팔레토 법칙’에 기반을 두고 있다.

19세기 이탈리아 경제학자 팔레토가 우연히 개미를 관찰하다가 20%만이 열심히 일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를 인간사회에 적용시켜 2080법칙을 주창했는데, 후에 영국의 부의 편중현상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20%의 인구가 전체 부의 80%를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사실과 일치하면서 힘을 받게 된 주장이다.

◇ 원유과잉 시대 해외에서 답 찾아야

국내 유업계는 현재 적정 원유량보다 7%나 많은 공급 과잉으로 심각한 어려움에 처해 있어 원유 감산은 전 유업체들의 현안문제이다. 서울우유의 경우 이달 말까지 한 농가당 3두씩 총 5400두의 젖소 도태 계획을 진행하고 있을 정도다.

신 소장은 이러한 유업계의 현실이 FTA와 무관하지 않다고 말한다. “FTA 이후 우유를 가공한 치즈나 유청단백, 카제인단백 등 유가공품의 수입물량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급증해 국내 유가공산업은 향후 5~10년이 가장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선진 일본의 예를 봐도 음용유는 소폭 감소 추세인데다 OECD 중 저출산 국가로 분류되는 우리나라는 우유의 주 소비층이 어린이이기 때문에 연간 1인당 25~28kg 수준에서 그칠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서울우유의 경우 마시는 음용유 비중이 전체 사업의 70%에 달해 이러한 우유소비 감소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해외 수출과 음료 및 건강기능식품 등으로 다각화 방안을 모색해야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급변하는 시장서 음료·건기식 등 다각화 모색
디저트·유산균주 활용한 기능성 제품 등 박차
2017년까지 연구원 보강 2본부 체제로 격상 계획
 

△개발된 유제품을 시생산할 수 있는 파일럿 플랜드

◇ 프로바이오틱스 연구로 건강기능식품 개발 역점

그래서 서울우유 연구소는 요즘 유산균 균주를 포함한 프로바이오틱스 개발에 밤낮없이 불을 밝히고 있다. 이와 관련, “현재 우유의 단백질 펩타이드 연구를 통해 기능성을 찾고 있으며, 그 결과 이미 몇 건 특허도 보유하고 있다.”는 신 소장은 “우유를 이용한 치즈, 발효유 등 가공품뿐 아니라 전임상 및 임상 실험을 거친 건강기능식품을 개발해 분말 태블릿 등으로 여러 가지 제형으로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신 소장은 단기성과에 급급하지 않고, 응용연구를 통해 미래 유가공산업에 대한 비전을 제시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발효유도 단순히 마시고, 떠먹는 제품에서 나아가 다양한 식품과 어울릴 수 있는 디저트나 푸딩과 락토프리 제품 등 카테고리별로 나눠 미래를 이끌어갈 수 있는 소재로 개발하는 것이 연구목표라고 덧붙였다.

신 소장은 일반적으로 효소는 나누는 기능만 알고 있으나 붙이는 기능도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현재 개발 중인 건강기능식품이 바로 이러한 효소 공학을 이용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기능을 이용한 건강기능식품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신 소장은 1급 비밀이라면서도 유산균주를 활용한 혈전분해, 면역력 증강, 비만억제, 장기능 향상 등의 기능을 갖는 제품이라고 귀띔한다. 이는 초고령 인구와 1인 가구가 증가하는 사회 현장에 맞는 제품으로, 내년이면 선보일 것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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