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식품안전관리 이제는 독립할 때
[기고]식품안전관리 이제는 독립할 때
  • 식품음료신문
  • 승인 2015.03.02 0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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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치 122조 대 16조 원 격차…관련성도 희박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신동화 명예교수
식품 공급이 기업적 생산 및 유통을 통해 소비자에게도 한 번에 많은 양을 공급하는 단계로 접어든지 오래다. 이 과정에서 공급하는 식품의 품질과 안전성 확보는 가장 우선돼야 할 기본 요건이 되고 있다.

식품의 품질은 생산 업체에 대한 소비자의 요구 그리고 각 업체의 판매 전략과 연계되겠으나 안전성은 국민의 건강·생명과 밀접한 관계가 있으므로 생산자, 소비자 그리고 국가의 안전관리 업무와 관련이 깊다.

세계 모든 국가는 자국민이 먹는 식품의 안전관리를 책임질 조직을 갖추고 있으며, 각 국의 여건과 상황에 따라 적절한 운영 체계를 보유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1948년 정부 수립 후 1962년 제정된 식품위생법을 근거로 식품안전관리가 체계적으로 시작됐고 이후 보건사회부에 약정국, 위생국(1969)을 둬 약품과 식품안전 업무를 관장하게 됐다.

이후 식품과 의약품의 관리수요 증대와 산업 발달에 의해 식품·의약품 안전관리 업무가 확대돼 이들 업무를 전담할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외청으로 탄생됐고(1996), 이후 시대적 요구인 안전관리 업무 강화 요구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국무총리실 산하로 승격돼(2013) 독립부서로 기능을 갖는 발전된 과정을 거쳤다.

처음 식품과 의약품을 한 부서에서 같이 관리하도록 한 배경은 일본과 미국의 제도가 크게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재 식품과 약품의 수요량이 급증하고 산업이 크게 세분화된 시점에서 식품과 의약품을 정부기관 한 곳에서 관장하는 것이 과연 소비자가 기대하는 안전관리를 보다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깊은 검토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식품과 의약품은 목적하는 바가 서로 다르다. 식품은 생명유지에 필요한 영양공급과 맛을 통한 즐거움이 주목적이며, 일생동안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든 사람이 먹어야한다. 반면 약은 환자 치료와 예방에 국한되므로 꼭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 섭취할 필요가 없다.

또한 식품은 원료가 모두 농축수산물로 살아있는 생물체이지만 의약품은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 무생물이거나 화학물질에 근거를 두고 있다. 아울러 식품은 제조된 이후에도 저장 중 계속되는 변화로 유통기한이 짧지만 약품은 다르다.

이처럼 식품과 의약은 필요 목적이 다르고 사용 원료가 같지 않으며, 제조·유통하는 방법 또한 상이하게 달라 사실상 연계성이 없다. 게다가 의약은 국가 전문자격증을 보유한 약사에 의해 약국에서 제한적으로 판매되지만 식품은 영업장소만 있다면 누구나 자격 없이 판매가 가능하다.

미국 일본 외엔 유럽 등 전담 독립기관 운영
전문·세분화 추세…비용 - 효과 측면서도 바람직  

사용목적과 원료, 제조방법 그리고 유통 과정 등이 확연히 다른 이질적인 대상을 한 기관에서 안전관리를 하는 것은 관리 전문성과 효율성 저하를 초래할 뿐 아니라 이치에도 맞지 않다. 또한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두 분야를 한 기관장이 관장하는 것은 전문성과 효과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못하며 특화된 분야 관리를 전문화·세분화하는 세계적 추세에도 맞지 않는다.

전 세계에서 식품과 의약품을 한 기관에서 관장하는 것은 미국이 유일하며(일본은 일부) 그 외 영국, 유럽 등 선진국은 이미 식품안전관리를 전담하는 기관을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미국도 오래전부터 식품안전관리를 통합, 독립시켜 일원화하기 위한 논의가 있었지만 이해 당사기관(자)의 첨예한 이권문제로 인해 무산됐다. 하지만 지난 1월 상하원 의원 발의로 식품안전관리 기관의 일원화가 제기돼 오바마 대통령도 일원화에 필요한 예산을 신청한 상황이다.

물론 통합, 독립화에 따라 단기적으로는 예산 및 인력 중복투자 등이 문제로 떠오를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비용 효과 측면에서 훨씬 바람직하다는 미국회계감사원의 보고도 있다.

식품안전에 대한 소비자의 욕구는 경제·생활수준에 비례한다. 때문에 관련 산업 규모에 따라 관리 방법도 변화해야 한다. 우리나라 식품과 의약품의 산업규모의 경우 식품은 연간 생산액 122조1000억 원에 관련 업체 수는 2만7000여 업소며, 의약품은 생산액 16조4000억 원에 업체수 684개(식약처, 2014)로 관리의 효율화를 위해서는 식품안전관리는 독립기관에서, 의약은 보건행정과 통합하는 것이 양 분야의 전문성·효율성 제고 측면에서 보다 바람직하고 소비자에게도 안전하고 수준 높은 양질의 서비스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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