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상도 칼럼(212)]식품의 누명③-소금, 천일염과 정제염
[하상도 칼럼(212)]식품의 누명③-소금, 천일염과 정제염
  • 식품음료신문
  • 승인 2015.03.09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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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 안전성 보다 용도별 선택의 문제
천일염 미네랄 공급원 오해…함량 들쭉날쭉

△하상도 교수
대다수 방송과 언론보도에서 천일염은 미네랄 함유량이 높아 몸에도 좋고 음식에 넣으면 맛도 좋다면서 정제염은 화학합성품이라 몸에 나쁘고 음식 맛도 버린다고 한다.

먹는 소금, 식염(salt)의 법적인 정의는 ‘해수나 암염 등으로부터 얻은 염화나트륨(NaCl)이 주성분인 결정체를 재처리하거나 가공한 것 또는 해수를 결정화하거나 정제·결정화한 것’을 의미한다. 종류로는 천일염, 재제소금, 태움·용융소금, 정제소금, 가공소금이 있다.

‘천일염’은 염전에서 해수를 자연 증발시켜 얻기 때문에 미네랄이 상대적으로 많다. ‘재제소금’은 원료 소금을 용해, 탈수, 건조 등의 과정을 거쳐 다시 재결정화로 제조한 소금인데, 흔히 꽃소금이라 불리며 불순물이 적다. ‘태움·용융소금’은 원료 소금을 태우거나 녹여 원형을 변형시킨 소금으로, 죽염이 가장 유명하다. ‘정제소금’은 바닷물을 정제해 탁질과 부유물을 제거한 후 이온교환막을 통해 중금속과 불순물을 걸러내고 증발관으로 끓여 만든 소금이다. 염화나트륨 농도가 가장 높고 청결하다. ‘가공소금’은 이들 소금에 식품 또는 첨가물을 가한 소금을 말한다.

한 방송에서 한의사인 쇼닥터가 “정제염은 합성소금”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러나 정제염은 합성물질이 아니기 때문에 이는 잘못된 정보다. 식품위생법상 ‘화학적 합성품’이란 ‘화학적 수단으로 원소(元素) 또는 화합물에 분해반응 외 화학반응을 일으켜 얻은 물질을 말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정제염은 화학반응을 전혀 거치지 않고 자연 상태의 바닷물을 사용해 단순히 불순물만을 걸러내고 수분을 증발시켜 생산하기 때문에 합성이라는 표현은 부적절하다.

표준국어대사전에도 합성(合成)은 ‘둘 이상의 것을 합쳐서 하나를 이룸’ ‘둘 이상의 원소를 화합해 화합물을 만들거나, 간단한 화합물에서 복잡한 화합물을 만듦’이라고 정의돼 있고, ‘정제(精製)’도 ‘물질에 섞인 불순물을 없애 그 물질을 더 순수하게 함’이라고 명시돼 있다.

이런 사실을 종합해 볼 때 정제염을 합성물질이라 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안전성과 위생측면에서는 정제염이 천일염보다 더 우수하다. 천일염은 제조 시 해풍으로 공기를 통한 오염이 일어나기도 하고 바닥을 긁는 정도에 따라 토사나 중금속 등 오염도가 커진다.

우리나라의 천일염전은 일제강점기에 도입된 것인데, 일본에서는 현재 천일염전이 없다. 일본인들은 바닷물을 끓여 만든 ‘자염(煮鹽)’을 주로 먹는데, 공업화로 공장폐수가 연근해와 개펄을 오염시켜 천일염을 먹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동안 개펄이 오염돼 불순물과 유해물질 우려 때문에 천일염은 지난 45년간 식용 불가능한 ‘광물’로 분류됐었다. 하지만 2008년 3월 천일염의 중금속 기준규격을 설정하면서 다시 ‘식품’으로 인정받게 된 것이다.

맛·색 등 품질 표준화로 수출 상품화 필요
‘정제염=합성 물질’은 근거 없는 방송 오보
불순물 걸려 염화나트륨 99% 이상에 위생적 
 

두 번째 오해는 천일염을 통해 미네랄을 섭취하라는 것이다. 소비자시민모임이 2014년 12월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15개 천일염 제품의 미네랄 성분을 비교한 결과 품질기준 없이 100g당 가격이 최저 450원에서 최고 7200원까지 16배에 달했다.

천일염에 함유된 미네랄 함량은 인체에 기능을 줄 정도의 양이 못되기 때문에 건강영향을 이야기하기엔 무리가 있다. 소비자시민모임에서도 “천일염이 미네랄을 보충하는 주요 공급원인 것처럼 소비자를 오인시켜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 바 있다.

오히려 라면이나 장류 등 가공식품 제조 시 천일염을 사용하면 표준화된 제품 생산이 불가능하다. 천일염은 같은 염전에서 생산되더라도 롯트별 염도가 다르다. 온도, 계절, 강수량, 일조량 등 다양한 변수가 있기 때문이다. 나트륨 양을 잘못 표시하면 식품위생법 위반이 되고 천일염을 사용해 가공식품 제조 시 소금함량 차가 롯트별로 발생하면 제품의 맛이 달라지게 돼 가공식품 제조사들은 천일염 사용을 꺼린다. 물론 화학적 위해 발생 가능성도 높고 가격도 비싼데다가 가격 변동성 또한 큰 이유도 있다.

소비자시민모임에서도 시중 유통 중인 15개 천일염 제품의 염화나트륨은 95.8~84.6%로 제품 간 함량차이가 크다고 발표했다. 염화나트륨 외 함유물이 미네랄이라면 변동 폭이 적을 것인데, 보통 10% 정도의 물이 함유돼 있어 저장시간에 따른 수분량 변화로 염화나트륨 함량이 변하게 된다. 게다가 국제기구인 Codex 식염기준의 염화나트륨 함량은 건조물 기준으로 97% 이상이나 이에 해당하는 국내 천일염은 하나도 없다고 한다. 그러나 정제염의 염화나트륨 함량은 99% 이상이다.

결론적으로 정제염이 합성물질이라 위험하다는 말은 근거가 없고 천일염에 함유된 미네랄 함량 또한 인체에 기능을 줄 정도의 양이 못되므로 더 이상 소비자를 현혹시켜서는 안 될 것이다. 오히려 천일염을 수출 상품화하고 가공식품에 사용하기 위한 성분, 맛, 색 등 품질표준화와 안전성 문제해결 노력을 우선해야 할 것이다.

시장에는 다양한 소금이 천차만별의 가격으로 넘쳐나고 있고 경제성, 유효성, 안전성 등 여러 측면에서 각각의 장점과 특징을 갖고 있다. 정제염과 천일염 각각 장점을 살려 기능에 맞게 사용하면 된다. 이제부터라도 천일염, 정제염 서로 헐뜯는 네거티브 마케팅을 자제하고 소비자는 다양한 소금을 목적과 기능에 따라 적절히 구매, 사용하는 능력을 갖춰야 할 때라 생각된다. 어느 것이 좋고 나쁘다는 흑백논리는 이제 통하지 않는다. 앞으로 소비자의 소금 이슈는 ‘안전성 논란’에서 ‘제품의 표시를 통한 용도별 선택 문제’로 바뀌어야 한다.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식품안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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