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위생법과 행정규제 처벌의 문제점②--김태민 변호사의 식품법률 산책<85>
식품위생법과 행정규제 처벌의 문제점②--김태민 변호사의 식품법률 산책<85>
  • 식품음료신문
  • 승인 2015.03.16 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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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 업종 법규명령 등 수십여 개 ‘규제 천국’
교육시간 감소 속 행정지도보다 처벌 규정 강화

△김태민 변호사
세상에는 다양한 분야의 업무와 직업이 있다. 하지만 종사자의 5% 가량이 매년 전과자가 되는 업무분야는 흔치 않다.

절도죄나 사기죄로 처벌 받는 범죄자도 이처럼 실제 범행에 가담한 행위자와 비교해 재판을 통해 처벌되는 확률이 결코 5%를 넘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관련 법령만 수십 개에 이르고 시행령과 시행규칙, 고시, 예규까지 합하면 100여 개가 훌쩍 넘게 된다. 이런 복잡한 법규명령이나 행정규칙 중 하나라도 놓치게 되면 그 영업자나 종사자는 여지없이 전과자가 될 확률이 매우 높다. 이 분야가 바로 식품업이다.

이 같은 상황에도 매년 영업자에 대한 교육시간은 규제개혁차원에서 감소되고 있다. 반면 처벌규정은 일괄적으로 강화되고 있다.

처벌만 강화되고 소위 운에 따라 단속 대상이 되는 환경이 조성되면 영업자 입장에서는 관련 법령 위반으로 인한 처벌을 단지 기회비용으로 삼거나 위협적 존재로 인식하지 못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그렇지 않을 경우 관할 행정기관에 대한 여러 방법을 통한 불법적인 방법을 통한 네트워크 구축에 투자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생각해 금품수수 등 뇌물 문제가 발생할 확률도 커진다. 결국 ‘갑질 공무원’만 양산되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행정기관의 설립목적은 국가가 복잡한 관련 법령을 영업자에게 전달 및 지도해 적법한 범위에서 영위되는 정당한 영업활동을 보장하고 이를 통해서 생산된 재화가 국민 복리증진에 도움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때문에 모든 행정기관은 공권력 행사에 앞서 ‘행정지도’를 통해 복잡한 법령이나 제도에 대해서 상대적으로 무지할 수밖에 없는 영업자를 관리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교육과 관리가 쉽지 않고 많은 예산과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비교적 쉬운 방법으로 법령을 세분화하고 처벌 조항을 강화하는 방법을 행정기관이 선호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결코 그 대상자인 영업자나 궁극적으로 최종 소비자인 국민에게 이로울 것이 없다. 결국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다는 이유로 과징금 등 행정제재로도 충분한 것을 형벌로만 다스리려고 하는 억압적인 공권력 강화에만 힘을 쏟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발표된 연구논문에서 김일중 교수(한국법경제학회 회장) 역시 필자 의견과 동일하게 “법률 외에 시행령, 고시, 규칙, 조례, 행정명령 등 과도한 벌칙을 명시한 조항이 너무 많다”며 “과도한 형벌을 부과하는 현상은 ‘규제 천국’ ‘과잉 범죄화’의 전형”이라고 지적했다.

식품안전을 위해 엄격한 규정을 제정하고 운용하는 것은 누구도 비판할 수 없다. 그러나 그 규정의 운용을 단순히 행정 편의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처벌 조항만을 강화하며 전과자를 양산하게 된다면 이는 명백하게 변화가 필요한 문제다.

이러한 문제점에 대해 업계에선 자칫 화를 입을까 일언반구도 하지 못하고, 학계나 소비자단체 역시 전문분야가 아니라는 이유로 관여하지 못하고 있어 참으로 안타깝다. 이미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도 이런 문제를 인지하고 과징금 규정을 개정하는 등 움직임이 보이고는 있지만 이 역시 강화된 방향으로만 흐르고 있어 균형적인 시각에서 종합적인 대책을 강구할 것을 촉구하고자 한다.

[본고는 개인적인 의견이며, 이에 대한 법적인 책임은 없습니다. 개별사안은 본지나 김태민 변호사의 이메일(lawyerktm@gmail.com) 또는 블로그(http://blog.naver.com/foodnlaw)로 질문해 주시면 검토가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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