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신고자 보호법의 문제점②-김태민 변호사의 식품법률 산책<86>
공익신고자 보호법의 문제점②-김태민 변호사의 식품법률 산책<86>
  • 식품음료신문
  • 승인 2015.03.23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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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파라치 사기극’ 발생…허위 신고 부추겨
유통기한 경과 최초 적발엔 처분 완화 필요

△김태민 변호사
한 분야에 장기간 일을 하다보면 흔히 ‘전문가’라는 호칭을 얻는다. 필자의 경우 아직까지 그런 호칭을 받기에 부족함이 많다. 하지만 그동안 식품분야에 종사하는 영업자, 교수, 공무원 등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과 정보를 교류하며 업무를 처리하다보니 지식과 업무능력이 향상되는 것은 자연스럽게 돼 버렸다.

최근 이런 향상된 업무능력이 예지력처럼 빛을 발하게 된 사건이 발생했다. 2014년 12월 15일 본 지면에 게재된 칼럼에서 충청남도 지역에서 발생한 사건을 기초로 ‘공익신고자 보호법’의 문제 및 개선점에 대한 우려를 지적한 바 있는데, 이 문제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수도권 중대형 마트에 유통기한이 지난 상품을 둔 뒤 관할 지방자치단체 등에 신고, 보상금을 챙기는 ‘식파라치 사기극’이 발생했다는 진정서가 수사기관에 접수돼 조사 중인데, 진정서의 내용을 보면 “3명이 제품을 구매하는 척하면서 머스터드 소스 2병을 주머니에 넣어 도주했고, 동일범으로 추정되는 3인조가 최근 이런 방식으로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을 바꿔치기한 뒤 지자체 등에 신고해 신고 보상금을 챙기는 것 같다”는 것이다.

이미 유사사건이 서울 강동 7곳, 송파 20곳 등 지역 마트에서 발생했다. 경찰이 해당 마트 폐쇄회로(CC) TV 영상을 확보해 분석한 결과 3명이 제품을 훔치는 장면은 확보했으나 바꿔치기하는 모습은 찾아내지 못해 보다 면밀히 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경찰은 “진정서에는 주로 절도에 대한 주장이고 참고적으로 ‘식파라치 사기단’ 얘기가 첨부돼 있다”며 “일단 절도사건으로 피의자를 추적, 수사한 뒤 사기사건으로 전환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경찰 조사에 따르면 이들이 정확하게 유통기한 경과제품과 정상제품을 바꿔치기 했는지는 명확하지는 않다.

하지만 공익신고자보호법에 따라 유통기한이 경과한 제품을 판매한 마트가 관할행정기관으로부터 받게 되는 영업정지 7일에 갈음하는 과징금의 20%가 신고자에게 보상금으로 지급돼야 하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이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지급하는 3~10만 원의 포상금과는 비교가 안 되는 거액이므로 이와 같은 허위 신고를 국가가 부추기는 꼴이 되는 것이다.

이미 작년에 충청남도 지역에서 유사사건이 60여 건 발생한 바 있고, 이번에도 유사사건이 다수 발생한 것으로 볼 때 식파라치들 사이에서는 가장 유망하고 쉽게 보상금을 받을 수 있는 분야로 널리 알려졌을 것으로 보인다.

도대체 식품위생법을 관리·감독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국민권익위원회와 협의를 해서 이런 문제점을 시정하지 않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물론 소비자들이 유통기한이 경과된 제품을 구매해서 확인하지 못하고 섭취했을 경우 심각한 위해가 발생할 확률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유통기한’에 대한 전문가들의 견해나 연구에 따르면 유통기한이 며칠 경과했다고 해서 심각한 위해가 발생하는 것도 아니고, 요즘처럼 소비자들이 꼼꼼하게 표시사항을 확인하면서 제품을 구매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다면 최초 적발 시 행정처분을 ‘시정명령’ 정도로 약화하는 것은 어떨까 제안해 본다.

[본고는 개인적인 의견이며, 이에 대한 법적인 책임은 없습니다. 개별사안은 본지나 김태민 변호사의 이메일(lawyerktm@gmail.com) 또는 블로그(http://blog.naver.com/foodnlaw)로 질문해 주시면 검토가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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