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농협 수출 3억 불 돌파 혁신의 주역 나승렬 상무
[인터뷰]농협 수출 3억 불 돌파 혁신의 주역 나승렬 상무
  • 김현옥 기자
  • 승인 2015.06.22 01: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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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공직 자산 활용 사랑·신뢰받는 농협 구현”

농협중앙회가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작년 농협 역사상 최고의 수출실적을 기록했는가 하면 농협홍삼 ‘한삼인’을 중심으로 한 인삼사업이 일대 도약을 위한 정지작업을 마쳤다. 농협 은행에 개설된 국산 농산물 판매코너 ‘신토불이’ 창구도 더 이상 겨울잠에 머물러 있기를 꺼려하고 있다. 스멀스멀 깨어나 세상으로 뛰쳐나오려 몸부림하고 있다.

그동안 항간에서 농협은 “공무원보다 더 공무원 같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권위적이고 정적인 조직의 표상으로 꼽혔다. 그런 농협이 구태를 벗고 새롭게 거듭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중심에 나승렬 상무가 버티고 있다.

나 상무는 2013년 8월 1일 농협 상무로 부임했다. 농식품부 고위직을 지낸 그는 농협으로 적을 옮긴 뒤 최고 의사집행기구인 경영위원회의 첫 인사하는 자리에서 모든 중역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비상한 발언으로 주목을 받는다.

“30년 공직에서 쌓은 인적 자원(네트워크) 이를테면 정부, 학계, 소비자단체, 언론, 농민단체 등 각계 인맥을 최대한 활용해서 더 사랑받고 더 신뢰받는 농협, 그리고 더 큰 성과를 올리는 농협이 되도록 온 몸을 불사르겠다”고 천명했기 때문이다. 나 상무의 자신에 대한 약속이기도 한 그 다짐은 지금까지 일관되게 실천되고 있다고 강조한다.

그동안 농협의 조직원들은 공직자들이 옷을 벗고 회사에 들어오면 잠시 쉬었다가 가는 자리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관습은 나 상무에게 통하지 않는다. 본인의 표현대로라면 “어떤 자리에 있더라도 그 조직의 성과(계획)를 위해 발버둥쳐야만 직성이 풀리는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그런 자세로 일하다 보니 수출부문 사령탑으로 부임한지 1년4개월 만에 3억 달러를 돌파하는 신기록을 세웠다. 2014년 농협 수출실적은 3억3500만 달러로 전년의 2억5900만 달러에 비해 무려 29% 증가했다.

이러한 성과의 배경에 “아이디어와 전략, 추진력, 인맥이란 자산이 숨겨져 있다”고 강조하는 나 상무를 만나 그 성공담을 들어봤다.

“쉬었다 가는 자리 용납 못 해” 성과로 승부해야 직성 풀려
과잉 생산 수출로 돌파구 찾아야…10년 후 100억 불 목표  

- 농협 역사상 최고의 수출성과를 올리게 된 배경은.

▶ 막상 농협에 와서 보니 이 방대한 조직에서 단 한 차례도 수출 3억 달러를 돌파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참으로 안타까웠다. 그래서 수출 활성화 방안을 고민하고, 일선 현장을 독려할 조합장들과의 소통 강화를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였다. 이 과정에서 업무 추진력과 관계 친화력을 최대한 살리는 작업이 필요했다. 그 결과 지난해 수출실적 3억불을 초과 달성하는 신기록을 세웠다. 이는 조합 측면에서 보아도 대단한 성과이며, 개인적으로도 매우 자랑스러운 일이다.

그 여세를 몰아 올해는 수출 목표를 4억 2000만 달러로 설정했다. 그러나 국가 농수산식품 수출목표가 100억불(농식품 77억불, 수산 23억불)인 것에 비하면 농협의 수출목표는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국민이나 농민들은 농협이 국가 농식품 수출의 절반을 책임지기를 바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10년 후 우리나라 전체 농식품 수출실적 400억불, 그 중 농협의 수출이 100억불 수준으로 올라서야 한다는 생각이다.

현재 국내 식품시장은 포화상태다. 그동안 FTA(자유무역협정)에 대비해서 정부가 농업에 대한 투자를 늘린 결과 농식품 생산성이 크게 높아졌다. 따라서 조금만 노력하면 과잉생산으로 인한 가격 폭락으로 농민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상황이 벌어진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출로 돌파구를 찾아야만 한다. 우리의 주요 수출무대인 일본시장은 더욱 공고히 다지면서 거대 중국시장을 개척하고, 최근 새롭게 떠오른 할랄 시장을 비롯해 미국 유럽 등 전 세계 시장으로 뻗어나가기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국가의 힘이 필요하다. 그 후방에서의 역할을 바로 농협이 맡아야 한다.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수출지원조직이라면, 농협은 수출실행조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농협의 수출업무가 너무 약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올해 4월 말까지 국가 전체 수출증가율이 0.1%인데 비해 농협은 11%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우리가 목표로 하는 수출 증가율 30~40%를 달성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이제 막 시동을 건 만큼 차근차근 풀어나간다면 결코 어려운 숙제는 아니라는 생각이다.

- 농협의 인삼사업도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 그동안 농협은 10여개 인삼조합들이 자중지란을 보여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작년부터 이를 종식시키기 위해 가공공장 통합작업에 들어갔다. 그 1단계로 시작한 것이 브랜드 통합이다. 이를테면, 농협 하나로마트에서 농협홍삼을 팔 때는 ‘한삼인’이라는 통합 브랜드를 사용하는 것이다.

각각의 지역 단위 조합에도 홍삼제품 브랜드가 있지만, 소비자들에게 ‘농협홍삼=한삼인’이라는 통일된 이미지를 갖도록 하는 것만이 경쟁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1조2000억 원 규모의 국내 홍삼시장은 ‘정관장’이 70%를 차지하는 독과점 형태로서, 균형적 발전을 도모할 수 없기 때문에 결국 국민이 손해 보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이러한 인삼업계의 숙제를 풀기 위해서는 농협 ‘한삼인’의 약진을 통한 견제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어서 2013년 말, 많은 반대에도 무릅쓰고 기존 자본금(682억원)의 2배에 달하는 출자를 단행했다. 당시 인삼사업 부문은 매출 500억 원대에 148억 원의 적자를 낼 정도로 최악의 상황이어서 출자는 큰 모험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자가 계속돼 급기야 작년 ㈜농협홍삼 사장을 교체하고, 중앙회 파견 직원들을 복귀시키는 등 조직을 개혁하는 동시에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정신교육 등 일대 혁신을 단행했다.

이러한 체계적인 노력에 힘입어 올들어 5월 현재 전년 동기대비 2배의 매출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올해 1000억 원 매출 돌파 금자탑과 흑자 전환이라는 절호의 기회를 맞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삼파트에 공을 들인 2년은 말할 수 없이 힘든 시간이었지만, 기분 좋은 열매를 맺을 것으로 보인다.

농협 홍삼 ‘한삼인’ 브랜드로 통합 올해 흑자 전환 박차
농협은행 ‘신토불이’ 창구 판매 활성화 매출 1000억 예상 
 

- 농협의 ‘신토불이’ 창구 활성화에도 주력하고 있는데

▶ ‘신토불이’ 창구는 농협의 주인인 농민조합원의 농산물을 판매하는 소중한 유통채널이다. 20년 전에 개설됐지만 그동안 방치된 탓에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어 이를 살리는 일 또한 올해 역점 사업 중 하나다. 신토불이 창구는 농협은행과 지역농협에도 있는데, 두 곳의 성격이 약간 다르다.

농협은행의 경우 신토불이 창구는 2001년 600개로 피크를 이루면서 26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으나, 작년엔 492개 창구에서 369억 원에 그쳤다. 13년 만에 매출이 2300억 원 가까이 줄었다. 이에 따라 그동안 하나로마트에서 맡아온 관련 사업을 올해부터 회원경제지원부 소관으로 이관하고 본격적인 활성화 작업에 착수했다.

그래서 아이디어를 찾은 것이 농협은행 신토불이 창구에서 ‘한삼인’에 대한 홍보 마케팅을 강화키로 했다. 이제까지는 몇 군데 창구에 한삼인을 전시만 해놓았을 뿐 판매행위를 전혀 하지 않았다. 건강식품인 홍삼은 가맹점주나 판매사원의 적극적인 판매행위에 의해 매출이 늘어나는 상품이기 때문에 농협은행 인근의 한삼인 가맹점주와 마케팅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1주일에 1회 이상 신토불이 창구에서 제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장을 제공했다.

신토불이 창구를 통한 판매채널을 활성화하면서 농협홍삼의 매출을 증대시키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린 것이다. 농협은행에 우호적인 생각을 갖고 방문하는 고객을 상대로 한삼인 배너를 설치하고 판매원이 직접 홍보 마케팅활동을 벌이도록 제도를 개선해 추진하고 있는데 연말이면 괄목할만한 성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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