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태양과 정열의 나라 스페인 하몽(Jamon)을 맛보다<3>-페르닐스 레메나(Pernils Llemena)편
[르포]태양과 정열의 나라 스페인 하몽(Jamon)을 맛보다<3>-페르닐스 레메나(Pernils Llemena)편
  • 김현옥 기자
  • 승인 2015.07.06 0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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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년 전통 발렌트 ‘하몽 세라노’로 전국 5위권

2013년 8월 버스의 지붕을 개조해 정원으로 만든 버스가 스페인에서 등장해 화제가 됐다. 당시 유투브 동영상을 통해 세계에 알려진 세계 최초의 텃밭 버스는 바로 스페인 헤로나 지역에서 운행된 ‘피토키네틱’이란 관광버스다. 버스 에어컨에서 나오는 물방울을 지붕 위로 올려 사용하기 때문에 별도의 물이 필요 없는데다 더운 여름철 버스 내부 온도를 3℃이상 낮추는 효과까지 친환경 시스템이어서 다양한 문화 유산과 중세 시대 건축물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헤로나의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을 듯하면서도 잘 어울렸을 것으로 상상된다.

△1924년 설립돼 91년 전통을 잇는 스페인 유수의 하몽제조 전문회사 발렌트(VALENT)의 자회사인 페르닐스레메나(Pernils Llemena) 공장전경.

이러한 헤로나 지역에 1924년 설립돼 91년의 전통을 잇는 하몽제조 전문회사 발렌트(VALENT)가 있다. 헤로나는 전통적으로 정교하게 만드는 고대 식육 및 소시지를 생산하는 지역으로 유명하다. 발렌트 역시 가족기업으로서 그 핵심 역할을 해오다, 1992년 페르닐스 레메나(Pernils Llemena)란 자회사를 두고 대량생산 체제로 바꿨다. 페르닐스 레메나는 2만1000㎡ 규모의 부지에서 오직 ‘하몽 세라노(Jamon Serrano)’ 제품만 생산하며, 자체 ‘VALENT’ 브랜드와 주문생산을 병행한다. 하몽은 세라노와 이베리코(Iberico)로 구분된다. 돼지의 품종에 따라 흰돼지를 사용하면 세라노, 흑돼지를 사용하면 이베리코라 부른다. 하몽 세라노는 스페인에서 소비되는 전체 하몽의 90%를 차지해 어디에서나 쉽게 접할 수 있고, 이베리코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다.

스페인에는 1000개 하몽생산업체가 있다. 이중 연간 5만개를 생산하는 업체가 200개 정도이며, 페르닐스 레메나는 상위 5위권에 해당하는 회사다. 그만큼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2000년 역사 헤로나 지역서 흰돼지로만 대량 생산
깨끗한 천혜 환경서 천일염에 절여 1년간 자연 발효

페르닐스 레메나의 후안 로드리게스(Joan Rodriguez I Motje) 생산담당 매니저는 “제품에 따라 10~12개월의 숙성기간을 거치는 돼지 뒷다리살은 1주일에 2만5000개가 들어와 연간 130만개(1만5000톤)의 하몽이 생산된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에서 생산되는 하몽은 100% 뼈를 제거한 것으로, 대다수 업체들이 생산라인(lot)에 대한 이력추적을 실시하는 것과 달리 제품 하나 하나의 이력추적이 가능한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따라서 완제품에 부착된 마크의 정보만 검색하면 생산단계의 모든 내용을 환히 알 수 있다.

△베넷 보쉬(Benet Bosch) 품질관리 매니저
베넷 보쉬(Benet Bosch) 품질관리 매니저에 따르면 하몽용 원재료는 스페인산 돼지고기를 사용하며, 소금 외에는 아무 것도 첨가하지 않고 자연 숙성 건조를 통해 가공된다. 베넷은 “하몽세라노협회에서 부여한 인증서를 획득했으며, 수의검역관이 매일 방문해 USDA FSIS(미국), DIPOA BRASIL(브라질), SAGARPA(멕시코), INVIMA(콜롬비아), JETRO(일본) 등 제3국의 규범을 잘 지켰는지 확인하고 있다”며 정부의 철저한 관리와 통제를 통해 품질 및 안전성을 확보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신선한 원료용 생육(넓적다리)은 공급되는 업체별로 관리하는데, 하몽의 균일한 육질을 만들기 위해 pH(수소이온농도)와 무게별로 분류하고 코드번호를 매긴 칩을 삽입하는 작업에서부터 시작된다. 이후 진행되는 모든 과정의 정보는 이 칩에 추가 기록됨으로써 결과적으로 역추적이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원료육 생육(넓적다리)은 하몽의 균일한 육질을 만들기 위해 수소이온농도(pH)와 무게별로 분류하고 코드번호를 매긴 칩을 삽입하는 작업부터 시작한다.

이렇게 분류된 생육은 1~2일 정도 냉장 저장 후 소금으로 막을 입히듯 얇게 뿌리는 염장과정에 들어간다. 이 때 원료육에 압력을 가함으로써 피를 빼내는 동시에 소금물이 빨리 흡수되도록 섬유 조직을 열어준 다. “하몽은 2000년의 역사 속에서 전통적으로 천일염을 사용해 삽으로 소금을 덮었으나, 우리 회사는 염도를 줄이기 위해 소금막을 씌우는 방식을 택했다”는 것이 베넷의 설명이다.

소금 염도를 중요시하는 만큼 소금량을 매일 체크해 기록한다. 이렇게 소금에 절여진 뒷다리살은 상자에 담아 그 무게만큼 보관된다. 이를테면 하몽 1개의 무게가 14kg이면 14일정도 보관하는데, 처음 7일째 꺼내서 다시 소금을 얇게 입혀 수분으로 빠져나간 양을 보충하고, 상자 안에서의 위아래 위치를 바꿔줌으로써 염도를 균일화하는 작업을 실시한다.

△후안 로드리게스(Joan Rodriguez) 생산담당 매니저
후안 로드리게스는 “원료육의 pH와 무게에 따라 하몽의 맛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소금의 양과 염장기간을 결정하게 되기 때문에, pH와 무게를 매우 중요시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렇게 보관한 지 14일이 되면 절여진 고기를 세척하고, 최적의 미생물 활성 조건인 4℃에서 8주간 1차 건조 숙성시킨 후 14주가 지난 시점에서 온도를 10℃로, 다시 마지막 14주 단계에선 26℃까지 차례로 올려 7개월간 숙성시킨다.

이 때 “발효 숙성을 위한 별도의 미생물을 접종하는 것이 아니라 공기 중에 있는 유익한 미생물에 의해 반응을 일으키는데, 그만큼 환경이 깨끗한 스페인이 하몽 만들기에 적합한 나라임을 입증하는 것“이라는 자랑도 빠뜨리지 않는다.

그렇게 7개월 지나면 숙성이 잘 진행되고 있는지 숙련된 기술자에 의해 냄새로 체크하고, 바코드에 입력된 정보를 토대로 처음과 현재의 무게 변화를 계산해 공급되는 시장의 요구에 맞게 추가 숙성기간을 정한다. 보통 이 시점에서 하몬 세라노의 무게는 처음보다 30kg 정도 줄어든다는 것.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원료육에 압력을 가해 수분을 빼고 섬유 조직을 연 뒤 염도를 줄이기 위해 소금으로 막을 입히듯 얇게 뿌린다. 이후 숙성단계를 거쳐 육지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 절단면에 돼지기름을 발라준다. 이같은 과정을 거친 하몽은 플라스틱 마이크로칩을 삽입해 제품의 이력추적이 가능토록 한다.

이 공정에서는 숙성이 보다 잘되게 하기 위해 뒷다리살 절단면에 꼼꼼히 돼지기름을 발라준다. 외부로부터의 오염을 방지하는 것은 물론 육질을 부드럽게 하기 위한 조치로서, 우리가 손의 건조함을 막기 위해 크림을 바르는 것과 같은 원리란다.

맛 좌우하는 pH·무게 중시…단계별로 온도 높여 숙성
마지막 뼈 제거 사각형 용량별 포장…세계인 식탁에
연간 130만개 출하…라인  아닌 제품별 이력추적 안심 

이후 깊은 숙성과정에 들어가는데, 지금까지도 그랬듯이 온도와 습도, 시간이 가장 중요한 관리 포인트다. 고객이 원하는 만큼의 숙성 과정이 끝나면, 뼈를 제거하고 무게 변화 등을 체크해 정보를 입력한다. 그동안 바코드에 기록된 정보는 플라스틱 마이크로칩으로 옮겨져 최종 제품에 삽입되며, 칩은 금속탐지기에서 감지돼 포장 이전 단계에서 기계에 의해 자동적으로 제거되고, 그 정보가 프린트돼 최종 완제품에 부착된다.

△4℃에서 8주간 1차 발효숙성을 거친 하몽(왼쪽)은 온도를 높여가며 7개월간 2차 숙성단계를 거친다.

△소금에 절인 돼지 뒷다리살은 무게(1kg 당 1일)만큼 날짜 저장된다.

일반 시중에서 판매되는 사각형으로 얇게 썰어진 하몽은 껍질을 제거하고 소비자의 요구에 맞는 사이즈의 몰드에 넣어 압축한 후 기계로 얇게 잘라 용량별로 포장한 것으로, 귀한 음식으로 대접받으며 스페인 내수시장은 물론 세계 각국의 식탁으로 공급된다.

△모든 숙성과정이 끝난 하몽은 사각형 몰드에 압축돼 시장이 요구하는 중량과 형태로 포장돼 공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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