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적 이슬람시장 진출 위한 제언<1>- 종교와 비즈니스의 양립성
성공적 이슬람시장 진출 위한 제언<1>- 종교와 비즈니스의 양립성
  • 식품음료신문
  • 승인 2015.07.06 0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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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종교 공동체’…문화 이해 못하면 백전백패
조영찬 펜타글로벌 대표

△조영찬 ㈜펜타글로벌 대표 - (사)할랄협회 수석위원 - US IFANCA 한국대표부 - OIC-ICRIC 감사관
테러, 난민, 국지적 교전, 유가 변동, 극심한 빈곤, 초호화 소비문화, 여성인권 차별 그리고 보코하람과 IS. 얼마전까지 이슬람이라는 단어에 연관되는 이미지들은 하나 같이 부정적인 아이템이었다. 그 중에는 보편적 성향이라고 볼 수 없는 것들도 마구 섞여 ‘이슬람 세계’를 대변하는 간판 노릇을 했다. 서구 미디어의 영향을 받은 이러한 흐름은 전 세계를 이슬람과 비이슬람으로 나누는데 한 몫 했고, 이로 인한 ‘이슬람 네거티브 이미지 메이킹’은 지금까지도 진행형이다.

다행히 올해 들어 정부 차원의 이슬람 시장 진출 전략이 가시화됐다. 그동안 일부 기업체가 개별적으로 접촉하던 수준에서 진일보해 보다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전략이 모색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상대 시장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고,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함으로써 준비 없이 이슬람 시장에 뛰어든 다양한 조직의 플레이어들에게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종교로서의 이슬람이나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무슬림을 접할 때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것이 바로 이분법적 사고다. 앞에서 언급한 정보부재 및 단방향 미디어로 인해 자연적인 왜곡현상이 발생했고, 여기에 더해 대다수 한국인들은 이슬람 세계를 단순히 흑백논리로 이해하려 한다. 그러나 이슬람은 그들만의 독자적인 철학과 기준을 갖고 있다. 비무슬림 구성원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가치관과 개성이 공존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세상이라는 인식을 전제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이슬람 시장에 진출하려는 기업이나 관련 정책을 입안하는 부처는 이슬람 문화를 올바로 이해하려는 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이슬람은 다른 종교 공동체와 달리 문화적으로 대단히 독특한 성향을 띠고 있으며, 이러한 종교적 관점이 개인의 삶 대부분을 좌우한다. 따라서 이슬람 문화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지 않으면 무슬림을 대하거나 시장에 진입할 때 치명적인 오류를 범하게 될 것이다.

그 예로 무슬림과 채식을 들 수 있다. 이슬람의 발원지는 중동지역으로, 상당수 무슬림들이 유목민이거나 상인이었기 때문에 채식보다 육식에 익숙하다. 무슬림들은 금지된 몇 종류를 제외하고 지구상 동물은 식용할 수 있도록 하나님이 내린 축복이라고 생각하므로 살아있는 생명체를 죽이고 그 고기를 취하는 것에서 오는 죄의식은 대단히 미미하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에서는 할랄 메뉴가 없었기 때문에 중동 무슬림 바이어를 채식 전문식당으로 안내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생활 속에 녹아든 고귀한 가치관…경제적 이익 앞세운 접근 반발
“좋은 제품 싸게 공급” 시장논리보다 저변 이해 통해 거리 좁혀야
오랜 세월 신뢰 의한 상거래…진정성 갖춘 비무슬림엔 열린 자세   

이와 더불어 국내 채식주의자용 라면을 할랄 제품으로 전환한 경우도 있다. 동물성 원료를 사용하지 않은 제품이어서 할랄 인증을 획득하기는 쉬웠을지 몰라도 궁극적인 마케팅 대상인 무슬림의 소비성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사례라 할 수 있다. 마케팅적 관점에서는 채식주의 라면보다는 할랄 해산물 라면이 무슬림 고객에게는 더 효과적으로 어필할 것이다.

이슬람 문화에 대한 이해가 중요한 또 하나의 이유는 우리나라처럼 비무슬림 파트너가 오로지 경제적 이익만을 목적으로 접근하는 것에 대한 경계심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무슬림에게 있어 이슬람은 삶 속에 녹아 든 하나의 가치관이며, 그 무엇보다도 고귀한 것으로 여긴다. 하지만 비무슬림에게는 할랄시장이 단지 수익성 높은 미개척 시장일뿐이다. 이렇게 이슬람 문화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 없이 무조건 비즈니스로 접근하는 경우 대부분 무슬림의 강한 반발에 부딪히게 된다.

무슬림은 오랜 세월 상거래에 익숙해 있으며 정당한 상행위를 통한 부의 축적을 죄악시하지 않는다. 이러한 과정에서 대부분의 비즈니스는 상호간 신뢰에 의존하게 됐다. 물론 무슬림 중에는 비무슬림과의 거래 자체를 꺼리는 배타적 성향의 개인도 있다.

또한 자기들 역시 비무슬림이 만든 전자기기나 수입식품에 의존하고 있으면서도 할랄시장에 진입하려는 비무슬림의 모든 시도를 불경한 것으로 간주하는 부류도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이슬람 문화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진정한 사업적 협력관계를 모색하는 비무슬림에게는 항상 열린 자세로 환영한다.

최근 정부 각 부처와 기업에서는 미개척 분야인 이슬람 할랄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과 정책을 수립하고 있다. 향후 보다 장기적이고 성공적인 진입을 위해서는 단순히 좋은 상품을 싸게 공급하면 된다는 시장 논리로만 접근하지 말고 이슬람 문화의 저변부터 이해하고 차근차근 거리를 좁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가장 먼저 우리들 내면에 자리잡은 왜곡된 시각을 바로 잡고, 그들의 종교 및 문화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그런 다음에 기술적 우위성을 앞세우고 한국인 특유의 집중력과 열정으로 이슬람 시장을 두드린다면 블루오션이자 새로운 전환점으로서의 할랄시장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시각 전환은 정부, 언론, 기업, 학계 등 할랄이라는 새로운 그라운드에 뛰어든 모든 플레이어에게 꼭 필요한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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