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가공식품을 담배에 비유…한심한 발상
[기고]가공식품을 담배에 비유…한심한 발상
  • 식품음료신문
  • 승인 2015.08.24 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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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장수에 대한 관심 비례 천연식품 선호 불구
신동화 한국식품안전협회장(전북대 명예교수)

△신동화 회장
얼마 전 모 일간지에 시인이며 교수인 한 필자의 글이 실렸다. 식품산업과 담배산업의 해독을 동격으로 놓고 설명하고 있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비교다. 더욱 한심스러운 것은 위해의 주범으로 설탕, 지방, 그리고 소금을 꼽았다. 기가 찰 노릇이다.

이들 물질은 우리 모두가 아는 것처럼 인간 생존에 필수인 5대 영양소의 구성 성분이다. 단 이들을 과량 섭취했을 때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을 뿐이다. 식품산업에서 생산하고 있는 가공식품은 이들 5대 영양소를 공급하는 급원이고 여기에 기호성을 부여하는 기술을 가미한 것이다.

근래 천연식품에 대한 선호도가 지나쳐 가공식품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너무나 팽배하다. 경제적으로 안정되고 생활의 여유에 따른 자연현상으로 건강과 장수에 관계가 깊은 식품과 환경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와 같은 선입견의 원인은 우선 식품가공 업체들이 농축수산물 등 천연 원료를 여러 바람직하지 못한 처리방법을 동원해 변화시키고 여기에 알 수 없는 유해한 것으로 추정되는 각종 첨가물을 넣어 제품을 만들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믿음이 실종되어 일어나는 현상이다.

사실 가공식품은 인간이 이 지구상에 출현한 이후 꾸준히 새롭게 발전시켜 우리의 먹을거리를 풍요롭게, 시기에 상관없이 공급해주고 있는, 최고 영장동물의 지혜의 산물이다. 제철에 나는 과일과 채소를 햇볕에 건조해 오래 갈무리했고 바닷가에서는 생선을 소금에 절여 맛이 달라진 젓갈 등 염장식품을 연중 먹을 수 있게 했다. 또한 맛이 덜한 식품원료를 불로 가열처리해 맛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등 어느 것 하나 가공기술이 아닌 것이 없다.

이후 산업이 발달하면서 식품가공기술도 획기적으로 발전해 식품이 부패하거나 변질되는 원인을 알아 이를 방지하는 방법을 개발했고 부패나 식중독의 원인이 되는 미생물은 살균하거나 억제하는 기술을 발전시켰다.

발효·통조림 등 인류 역사와 함께 해…식탁 풍요
다양한 제품 혜택…1000원 라면으로 한 끼 해결
국가 경제에도 기여…54조 규모에 80억 불 수출   

벌써 19세기 초에 통조림 가공기술이 개발돼 지금까지 수 백 년 동안 여러 종류의 통조림을 만들어 동일한 품질로 양질의 식품을 오래 보존하고 즐길 수 있게 만들었고, 냉동 혹은 냉장기술을 적용해 우리 식생활을 획기적으로 변화시켰다. 또한 각종 포장 기술을 도입해 저장성을 향상시키고 수송을 편리하게 만들었다.

아울러 농축수산물원료를 건조하고 분쇄하거나 조합해 실로 다양한 가공식품을 생산하게 되었다. 예를 들면 밀을 분쇄해 밀가루를 얻고 이 밀가루를 이용해 과자, 빵, 국수 등 수많은 제품을 상품화했으며 이들이 지금도 우리 식탁을 풍요롭게 만들어 주고 있다.

발효기술은 어떤가? 대표적인 우리 전통식품이면서 세계화되고 있는 김치, 장류, 젓갈, 식초 등과 함께 기호음료인 각종 주류들은 앞선 식품가공 기술의 산물이다. 이들 가공식품의 주된 역할은 영양개선, 편의성제고, 저장성 향상, 기호성 개량 그리고 소화성 제고 등 여러 이점이 있으며 이들의 기능을 더 좋게 하기 위하여 국가가 철저히 검증한 여러 식품첨가물을 사용하고 있다.

가공기술의 발달로 우리 소비자는 연중 내내 제철에 생산되지 않는 원료로 만든 제품을 여러 형태로 즐길 수 있게 되었으며, 아이스크림, 햄, 소시지 등 완전히 새로운 모습의 식품을 맛볼 수 있게 되었다. 특히 라면 등 국수류 제품은 가장 경제적인 가격으로 간편하게 한 끼를 때울 수 있는 가공식품으로 기호나 경제적 여건이 다른 여러 층의 소비자 욕구를 충족시켜주고 있다. 필요에 따라 단돈 1,000원 내외로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우리 모두가 식품가공기술의 혜택을 입고 있는 경우이다.

이제 가공식품을 비판적 시각보다는 우리 식생활을 풍요롭게 하고 경제적으로 이익을 주며 국가 경제에 큰 기여를 하고 있는 역군으로써 재평가해야한다. 국내 식품산업의 매출액은 70조원, 수출 70억불(aT, 2015), 그리고 종사자만 하더라도 약 30 만 명에 이르는 효자 제조업이다.

식품산업은 인류가 존재하면서부터 시작해 언젠가 올지도 모를 지구의 종말 때까지 같이 가야할 최후의 생명산업이다. 소비자와 생산자가 상호 협력해 더욱 우수한 품질의 제품을 생산하고 안전성이 완벽하게 확보된 상품이 우리 식탁에 오를 수 있도록 노력해야한다. 또한 식품제조 업체는 인간의 생명에 관계되는 무한책임을 지는 산업임을 한시도 잊지 말고 윤리 경영을 해야 한다. 그래야 유해성이 확인된 담배와 식품이 비교당하는 선무당의 수모를 더 이상 당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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