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식품업계 서홍관 교수에 입을 다문 이유는...
[데스크칼럼]식품업계 서홍관 교수에 입을 다문 이유는...
  • 김현옥 기자
  • 승인 2015.08.24 01: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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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옥 국장
식품산업협회를 비롯한 식품관련 단체 및 학회 6곳이 식품회사를 담배회사로 비유한 국립암센터 서홍관 교수에 연명으로 항의 서한을 보내고 그에 대한 답장을 받았지만 무슨 일인지 입을 꽉 다물고 있어 그 이유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비전문가들이 식품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침소봉대해 업계에 피해를 준 사례들은 종종 있어 왔다. 그럴 때마다 식품업계 및 학계는 ‘허튼 소리’로 치부하고 대응해봤자 좋을 게 없다는 식으로 조용히 넘겨왔다.

하지만 이번 서 교수의 글에 대해서는 이제까지와 달리 업계와 학계가 똘똘 뭉쳐 강력히 대항하는 태도를 보였다. 가공식품을 백해무익의 담배와 비교해 식품산업의 정체성을 무너뜨리고, 종사자들을 부도덕한 것도 모자라 파렴치한으로 몰아세우는 내용으로 도를 넘어섰다는 판단에서다.

식품업계 및 학계의 이 같은 합동작전은 비전문가에 의한 왜곡된 식품 정보 유포를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선전 포고로까지 비쳐졌다. 그만큼 이를 지켜보는 이들도 서 교수 답신 내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한 달이 다돼가는데도 아무런 얘기가 없다. 기자가 파악한 바로는 식품산업협회가 항의서한을 보낸 지 일주일만인 지난 5일 답장을 받았다. 그럼에도 일체 함구하고 있는 이유는 서 교수의 답변 요지가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계속 항의한다면 더 심한 얘기를 할 수도 있다”는 것이어서 식품업계가 겁을 먹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서 교수는 답신에서 주로 정크 푸드와 음료를 만드는 외국계 거대기업을 비판하기 위해 매리언 네슬의 책 ‘식품정치’를 참고로 이번 글을 썼다고 밝혔다. 그러나 칼럼은 ‘식품을 가공하면 할수록 몸에 좋은 성분은 없어지고 결국 당분과 지방과 나트륨만 남게 돼 담배처럼 인체에 해를 끼친다’는 것이 핵심으로, 전체 가공식품을 싸잡아 표현했으며 어디에서도 소위 ‘정크 푸드’를 비유하는 내용을 찾아볼 수 없다.

서 교수는 또 “주어진 지면이 충분치 않아 글을 짧게 뭉뚱그려 쓰다 보니 자세한 사항을 담을 수 없어 오해를 불러일으켰다”면서 “더 명확한 의견을 듣기 원한다면 칼럼의 내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위의 해명 글을 쓸 수도 있다”고도 했다.

이 대목에서 ‘식품회사도 담배회사와 마찬가지로 나쁜 회사이며 그 정체를 폭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는 그의 칼럼 내용이 떠오른다. 즉 자신의 글을 계속 문제 삼을 경우 그보다 더 민감한 내용도 다룰 수 있다는 엄포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식품업계는 칼럼의 잘못된 내용을 조목조목 따졌지만 필자의 해명은 너무도 간단하다. 그만큼 확신이 커서인지 성의마저 부족하다. 아무리 ‘정크푸드’를 비판한다 할지라도 객관적이고도 과학적인 근거없이 남의 말에 확신을 갖고 편견의 주장을 펼쳐 식품산업 전체에 악영향을 미친다면 자제해야 할 일이다.

기자는 애초 그 글을 대했을 때 맞대응할 가치가 없다고 판단했다. 수긍할만한 대목도 없고 논리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업계와 학계가 한판 붙기로 팔을 걷어붙인 이상 제대로 짚고 넘어가야한다는 생각이다. 용두사미식 꼬리감추기는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식품업계 및 학계의 보다 신중한 검토와 강경한 대처가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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