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 칼럼(96)]블랙컨슈머 생성의 축
[C.S 칼럼(96)]블랙컨슈머 생성의 축
  • 식품음료신문
  • 승인 2015.08.31 01: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쇼닥터’ 등 무책임한 추측성 발언은
가공식품 불신 조장하는 악의 축

△문백년 대표(식품정보지원센터)
지난 2002년 미국의 조지 부시 대통령은 연두교서에서 이란, 이라크, 북한을 악의 축(Axis of evil)으로 규정했다. 세계 평화를 깨트리는 대량 살상무기 개발, 테러 지원 국가 등을 가리키는 뜻이다.

그렇다면 기업 경영을 어렵게 만들고 정상적인 시장을 교란시키며, 착한 소비자들에게 비용 부담을 전가시키게 만드는 블랙컨슈머 생성의 축은 무엇일까? 진상 중에 진짜 진상들이 바로 블랙컨슈머다.

식품의 경우 어떤 제품의 특정 성분으로 인해 여러 가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특정인의 의견이 언론에 노출돼 이슈화라도 되면, 해당 제품을 취급하는 식품회사의 상담실은 “지난 몇 년 동안 몸에 좋은 제품이라해서 비싼 돈 주고 꾸준히 먹어왔는데 알고 보니 돈 주고 병을 산거나 마찬가지다”며 그동안 지불한 비용은 물론 정신적 피해까지 보상하라 식의 클레임 제기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특히 식품에 상당한 식견이 있는 듯한 직함을 가진 사람들의 말과 글은 더욱 큰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과학적 근거가 뚜렷하지 않은 추측성 주장으로 인해 일반 소비자들은 혼란에 빠지고 공연한 불안감으로 인해 드러나지 않는 피해가 이만 저만이 아니다.

얼마 전 암 전문의의 ‘식품회사는 담배회사만큼 나쁜 회사’라는 표현이 대표적이다. 식품회사에서 오랫동안 연구 개발업무를 담당했다는 사람이 퇴사 후 돌변해 마치 가공식품이 첨가물 범벅이고 모든 첨가물들이 암을 일으키거나 아토피 피부염 등 심각한 문제를 가져오는 독극물인 것처럼 오도하는 주장과 발언, 글 등을 언급할 때마다 한심하다는 생각을 넘어 불쌍하다는 생각까지 든다.

필자를 비롯해 식품회사 품질관리실, 개발실, 배합실 등에 종사한 사람들의 경우 단위 생산 배치별로 원료와 첨가물을 다룰 뿐 아니라 배합이 완료되면 표준대로 적합하게 됐는지 이화학적 분석과 함께 반드시 관능검사를 빠짐없이 하게 된다.

하루에도 수십 차례 관능검사를 통해 첨가물이 들어간 식품을 섭취하는 것이다. 30년 가까운 회사생활 동안 이런 업무를 15년 넘게 했던 필자와 같은 식품회사 종사자들은, 그들의 주장대로라면 이미 중병에 걸려 꼼짝달싹 못하는 신세가 됐어야 한다.

식품을 전공하고 식품회사에 근무한 분들이라면 식품첨가물이 허가되기까지 어떤 시험 과정을 거쳐 허용치가 결정되고 법정 식품첨가물로서 고시되는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모든 첨가물은 일생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섭취해도 아무런 병변 현상이 없는 최대의 양으로 ADI(Acceptable Daily Intake)가 결정된다. 또한 최대무영향량(NOEL)에 대한 불확실성을 고려해 안전계수를 설정 적용하고 있다. 이러한 내용을 잘 아는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정확한 근거 자료도 없이 외국의 논문이나 자료들을 인용해 억지 주장을 펴는 것을 보면 숨은 의도가 궁금할 뿐이다.

식품의 원료나 첨가물 등 안전성에 관한 한 전문인력과 시험 장비, 검증시스템 등을 제대로 갖추고 국민의 식생활 안전을 책임지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판단과 결정을 신뢰해야 한다. 감성적 호소나 선동에 현혹돼서는 안 될 것이다.

방송에 얼굴을 자주 비치는 이른바 '쇼닥터'나 '닥터테이너'들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 잘못된 식생활 상식을 갖기보다는 그렇게 주장하는 정확한 근거들을 요구하는 현명한 소비자가 돼야 한다. 막연하게 '발암 가능성'이니 '치명적 문제 가능성' 등을 거론하며 국민들로 하여금 불안 심리를 부추기고 가공식품에 대한 불신만 키우는 사람들이야말로 ‘블랙컨슈머 생성의 축’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