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필름’ 세균도 사회생활을 한다-왜 슈퍼박테리아는 지구를 정복하지 못할까?③
‘바이오필름’ 세균도 사회생활을 한다-왜 슈퍼박테리아는 지구를 정복하지 못할까?③
  • 식품음료신문
  • 승인 2015.11.09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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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낙언의 합리적 식품생각법]GMO 합리적 판단 가능할까?(5)
원핵서 진핵세균으로 10배 성장이 고작
세포핵 없어 일정 방향으로 진화 불가

● 바이오필름 : 세균도 사회생활을 한다. 분화하고 역할 분담을 한다.

세균이 유전자를 교환하고 변신을 하고,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이오 필름이다. 내가 예전에 상당히 기이하게 생각했던 것이 초기 균수에 따라 보존료나 살균의 효과가 달라지는 것이었다. 동일한 세균이면 동일한 조건에서 모두 사멸돼야 할텐데, 초기 오염의 균수가 많을수록 같은 살균 조건에서 버티고 남는 것이 많은 것이다.

그 이유가 궁금했는데, 나중에 세균은 개별적으로 존재하지 않고 일정 수가 증가하면 자기들끼리 역할을 분담해 생태계를 이룬다는 것이다. 각자 무작정 증식하는 균보다는 일정 숫자에는 서로 군집체를 만드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군집해 연결망을 형성하면 서로 단백질이나 다른 분자들을 교환해 먹이를 공유하고, 방어수단을 갖고 어려운 환경의 변화를 견딘다는 것이다. 필름 즉 바깥쪽 세균의 희생으로 안쪽의 세균은 혹독한 조건을 버티는 것이다. 미생물은 한 마리 한 마리 힘은 보잘것없다.

하지만 숫자가 커지면 전혀 새로운 능력이 출현하는 것이다. 이처럼 세균은 집단으로 행동하고 서로 영양이나 유전자를 교환하는데 왜 항상 그 정도 수준이고, 진정한 모든 것을 다 갖춘 슈퍼박테리아는 등장하지 않는 것일까? 

● 크기가 기능을 제한하고 기능이 크기를 제한한다.

세균은 크기가 정말 작다. 그리고 그 크기의 벽을 깨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원핵세균이 진핵세균으로 진화한 사건은 10억 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대사건이며 세균이 진핵세포가 됐다는 것은 직경이 10배 이상 커졌다는 의미다. 직경이 10배이면 크기는 10*10*10배가 된다. 진핵 세포는 세균의 1000배 이상의 유전자와 기능을 가질 수 있다는 의미이다. 실제 5~20배의 유전자를 가지고 전혀 다른 삶을 살기도 한다. 특히 다세포로 묶여서 식물 동물은 온갖 거대한 생명체가 됐다.

중요한 것은 세균이 단순히 양을 늘려서 직경을 10배로 늘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세균은 이미 자신의 구조로 가질 수 있는 최대의 크기를 가지고 있는 셈이고, 완전히 구조를 변신해야 직경이 10배로 커질 수 있다. 인간의 키는 1.7m인 사람이 2.7m만 돼도 온갖 장기와 뼈에 무리가 생겨 장수하기 힘들다. 세균이 진핵세포가 됐다는 것은 1.7m 키인 사람이 17m 키인 사람이 됐다는 뜻이라 전혀 다른 방식의 생명체인 것이다.

세균은 항상 2um 이하의 작은 크기를 가진다. 따라서 세균이 가질 수 있는 유전자는 극히 제한적이다. 생존을 유지하는데 절실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어야지 불필요한 유전자를 많이 가지면 다른 세균에 밀려서 도태될 뿐이다. 그래서 세균은 생각보다 독립적이지 못하고 세균간의 협력으로 살아간다. 어떤 세균의 부산물이 다른 세균의 필수 물질이기도 하고 다른 세균의 희생으로 만들어진 보호막 속에서 살아가기도 한다. 그리고 세균은 세포핵 구조가 없다. 자유로운 유전자의 이동 즉 가변성을 얻었으나 그 가변성의 희생물이 돼 일정 방향으로 스스로의 의지로 진화는 불가능하다.

   
 
※최낙언 이사는....

서울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했다. 1988년 12월 제과회사 연구소에 입사해 기초연구와 아이스크림 개발 업무를 맡았으며, 2000년부터 향료회사 연구소에서 소재 및 향료의 응용연구를 진행했다. 2013년부터는 현재 (주)시아스에서 근무 중이다.

저서로는 ‘불량지식이 내 몸을 망친다’ ‘당신이 몰랐던 식품의 비밀 33가지’ ‘맛이란 무엇인가’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진짜 식품첨가물 이야기’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감칠맛과 MSG 이야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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