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가공·적색육 발암물질 지정’은 중대한 오류”
“WHO 가공·적색육 발암물질 지정’은 중대한 오류”
  • 김현옥 기자
  • 승인 2015.11.04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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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이 함유한 성분의 문제를 식품의 위해로 오해시켜
식품위생안전성학회 긴급 세미나 개최

최근 WHO(세계보건기구)의 ‘가공육・적색육 발암물질 지정’은 잘못된 발표라는 전문가 의견이 모아졌다. 식품의 안전성은 그 식품이 함유하고 있는 성분에 관한 것인데도, 마치 식품 자체가 인체에 위해한 것인 양 오해를 불러일으키게 했다는 지적이다.

△하상도 교수
한국식품위생안전성학회(회장 김대경)가 4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 20층에서 개최한 ‘WHO 국제암연구소의 가공육 적색육 발암물질 지정관련 긴급 세미나’에서 중앙대 하상도 교수는 “WHO IARC(국제암연구소)가 발표한 1군 발암물질은 가공육이 아니라 가공육에 함유된 보존료인 아질산염이 장내에서 변화돼 생성되는 ‘니트로사민’인데도 가공육이라고 발표함으로써 중대한 오류를 범했다”고 비판했다.

하 교수에 따르면 WHO가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한 햇빛과 술 역시 그 자체가 발암물질이 아니라 햇빛에 포함된 자외선(UV)과 술의 주성분인 알코올이 정확한 대상물질이다.

따라서 가공육을 1군 발암물질이라고 한 것은 쌀 김치 참기름도 1군 발암물질이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서, 현미에는 비소와 아플라톡신이, 참기름에는 벤조피렌이, 젓갈과 김치 등 발효식품은 히스타민과 같은 바이오제닉 아민 등 발암물질을 극미량이나마 모두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하 교수는 또 모든 식품은 미량이나마 독성성분을 갖고 있는데도 나쁜 면을 부각시켜 문제를 키우면 먹을 게 없다고 주장했다. 고기의 섭취량에 비례해 발암가능성이 높아질 수는 있지만, 단백질이나 철분 등 영양공급에 의한 면역력 향상 등 건강증진 면에서 이익이 더 큰데도 WHO가 이러한 고기를 먹지 않은 경우와 비교하지 않은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모든 식품 미량 독성…나쁜 면 부각 땐 먹을 게 없어
단백질 등 건강에 도움…안 먹는 경우와 비교가 마땅  

그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적정섭취가이드라인’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힌데 대해서도 “가이드라인은 참고사항일 뿐 너무 욕심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음식은 약이 아니고, 우리나라가 강제배식시스템도 아니어서 정부는 공급량이나 허용식품은 정할 수 있어도 개개인의 섭취량 통제는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식약처는 식품의 안전성 판단을 사전 인허가단계에서 해야지 허용된 식품에 대해 ‘많이 먹어라, 적게 먹어라’ 즉, 섭취량을 정해주는 가이드라인은 소비자의 혼란만 유발할 뿐이라는 것이 하 교수의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식품 속 성분이 아닌 적색·가공육에 대해 발암물질 지정을 한 WHO의 결정은 명백한 오류라고 입을 모았다.

△신동화 교수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도 하 교수의 의견에 동조했다. 신 교수는 “안전성은 성분에 관한 것으로서, 식품 속 성분을 얼마만큼 어느 기간 동안 섭취하느냐를 통해 판단해야 하는데, WHO는 식품을 발암물질로 지정하는 실수를 범했다”며 “하지만 이번 발표를 계기로 제대로된 과학적 평가를 통해 가공육 및 적색육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 역시 식약처의 가이드라인 설정 계획에 대해 그보다 앞서 장내미생물 연구가 선행돼야 하며, 권장량 설정은 거의 불가능한 일로서 매우 신중하게 접근하지 않으면 혼란만 부추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암 발생 복합적 요인…지중해 식단선 2배 먹고도 장수
식약처 섭취량 지침 설정 무리수…혼란 유발할 수도 

△강경선 교수
강경선 서울대 교수도 ‘암 발생은 특정식품이 아닌 개개인의 유전적 요인이나 장내미생물, 식생활환경, 섭취하는 식품의 종류 등 모든 요소들을 감안해 종합적인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고 충고했다.

△박용호 교수
아울러 박용호 교수(서울대 환경안전원장)은 “이번 WHO의 발표와 관련, 학계, 업계, 정부 등에서 과학적 분석을 통해 관리하고 소통함으로써 편향된 시각에 소비자들이 현혹되지 않도록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김대경 교수
식품위생안전성학회장인 김대경 중앙대 약대 교수는 인사말을 통해 "미국암협회는 암 유발 원인이 복합적이므로 한 가지 음식이 암을 유발한다고 규정하기 힘들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는 섭취빈도, 섭취량, 섭취방법 등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이라며 "실제 스페인이나 이탈리아 등 지중해 식단을 따르는 사람들은 권고 기준의 2배나 많은 가공육을 섭 취하지만 오히려 평균수명이 긴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육류 섭취량은 과도하지 않으며, 올바른 식습관을 통한 고른 영양 섭취는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남정석 교수
이날 발제를 맡은 남정석 가천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 국민의 육류소비량을 고려할 때 단순 육류 섭취에 의한 발암 가능성은 우려할 수준은 아니지만 이번 WHO IARC 보고서를 계기로 문제 인식을 위한 과학적 접근과 현명한 식문화 정착을 통해 국민건강 증진의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박용호 교수(서울대 수의과대학, 전 검역검사본부장), 하상도 교수(중앙대 식품공학부), 김현옥 국장(식품음료신문), 황명실 연구관(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식품위해평가과), 최낙언 이사((주)시아스 연구소), 이동호 교수(분당서울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김연화 회장(소비자공익네트워크), 김정년 부장(한국식품산업협회 식품안전부)이 패널로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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