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가 아니고 퇴화가 기본이다-왜 슈퍼박테리아는 지구를 정복하지 못할까?④
진화가 아니고 퇴화가 기본이다-왜 슈퍼박테리아는 지구를 정복하지 못할까?④
  • 식품음료신문
  • 승인 2015.11.17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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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낙언의 합리적 식품생각법]GMO 합리적 판단 가능할까?(6)
‘GM기술’ 바이러스가 원조…인간이 차용

● 진화가 아니고 퇴화가 기본이다

우리는 진화가 진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 생명은 진보보다 퇴화가 기본모드다. 왜 암수가 존재하고 모든 생명이 유전자 교환을 하는지 근본적인 이유를 살펴보면 이 퇴화가 명확해지는데 이것은 유전자를 좀 더 설명하고 알아보기로 하고, 일단 생명은 진보가 아니고 퇴화가 기본모드라는 것이 나가 최근에 생각해낸 명백한 사실이다.

그래서 진정한 슈퍼균이 등장하지 않고 항상 그 정도의 상태를 유지하고 내성균도 사라진다. 암 세포 가운데 항암제에 저항성을 보이는 세포를 따로 분리한 뒤 일정 시간 동안 관찰하면 시간이 흐를수록 저항성을 잃는다. 때로는 항암제 농도가 치료조건보다 100배 높은 환경에서 살아남은 돌연변이 세포들도 있는데 이것도 한동안 약물에 노출되지 않으면 그 기능을 잃는다.

우리가 보톡스에서 안전한 것은 강력한 내열성과 독성을 가졌지만 번식력이 강하지 못해서 다른 세균과의 먹이 경쟁에서 밀리기 때문이다. 다제내성균도 항생제로 다른 세균의 번식을 억제했을 때나 번창할 수 있는 것이지 야생에서 다른 세균과 경쟁하면 밀려서 도태된다. 세상의 기본원리는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이다. 즉 축적과 진화가 아니라 분해와 퇴화다.

그래서 세균은 유전자를 주고받으면서 겨우 현상을 유지하지 그렇지 않으면 유전자는 돌연변이가 축적돼 점차 무질서해지고 기능을 잃을 수밖에 없다.

사실 세균은 새로운 유전자원을 확보하는 능력보다 기존의 유전자를 그대로 유지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지능이 있어서 유리한 것을 선택적으로 들여오는 것이라, 주변에서 랜덤하게 받아들이고 그것이 유리하고 불리하고는 전적으로 환경의 선택에 달린 것이다. 꾸준한 도태의 정화기능에 의해 평균적으로 비슷한 정체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외부 요인에서 특정 유전자를 가진 세균에게 유리한 선택 환경이 주어졌을 때 변화된 모습을 유지한다.

따라서 슈퍼박테리아란 말은 적합하지 않다. 독성도 강하고 항생제에 내성도 있는 무시무시한 균이 아니라 단지 여러 종류의 항생제 내성을 가진 균이라 대응이 곤란한 세균일 뿐이다. 여러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세균이란 뜻에서 ‘다제(多劑)내성균’이 정확한 표현이다. 대부분의 내성균은 건강할 때는 몸속에 들어오더라도 다른 세균에 밀려 영향을 주지 못한다. 대형병원의 중환자실 같이 항생제는 많이 쓰고 면역능력이 거의 바닥상태인 환자에게서 치명적이며 건강한 사람은 노출돼도 노출된지도 모르고 지나간다.

바이러스 증식 멈출 때 숙중에 편입
인간 유전자에 바이러스 흔적 8% 차지

● 세균보다 훨씬 무서운 것이 바이러스다

병원성 세균, 내성균도 무섭지만 정말 대책도 없이 무서운 것은 바이러스다. 예전에는 천연두, 스페인 독감 등에 속수무책이었고 지금도 에이즈, 에볼라 바이러스 등에는 확실한 대책이 없다. 세균에 비해 1000배 이상 작은 것이고 약점도 별로 없어서 면역 등에 의한 자연 치유 이외에는 대책도 별로 없다.

크기가 가장 작아 지구상에서 가장 개체수가 많은데, 10^30, 1조를 10억 번 한 숫자를 다시 10억 번 해야 되는 숫자다. 이들은 스스로 살아가는 힘은 없고 오로지 숙주가 있을 때만 살아간다. 숙주에 침입해 숙주의 자원을 이용해 자신의 유전자를 무한대로 복제한다. 그런데 항상 멈춤이 있다. 아니면 세상에는 바이러스 유전자만 남게 됐을 것이다. 그런 멈춤의 형태 중에는 숙주의 유전자로 편입되는 경우가 있고 그것을 레트로바이러스(retrovirus)라고도 한다.

이들은 유전자를 복제할 때 자신의 유전자를 숙주의 유전자 사이에 슬쩍 끼워 넣는다. 그 세포가 숙주의 생식세포인 경우에는 자식의 유전자에도 바이러스 유전자가 고스란히 딸려들어갈 수도 있다. 이렇게 해서 인간의 유전자에 남겨진 부위를 HERV(human endogenous retrovirus)라고 부르는데 우리 유전자의 약 8%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의 유전자가 바이러스에 의해 조작되는 것이다. 이것은 질환의 원인이 될 수도 있고 진화의 씨앗이 될 수도 있다. 태반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유전자도 이렇게 유입된 것이라고 한다. 인간을 비롯한 포유류, 조류, 곤충 등 다양한 동물의 유전에 이런 흔적들이 있다고 한다.

우리 인간의 유전자에서 바이러스에서 유래한 것을 모두 제거하면 과연 인간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분명히 아닐 것이다. 인간은 부분적으로 바이러스의 후손인 셈이다. 지금 우리가 그렇게 두려워하는 GM 기술은 바이러스가 원조이고, 인간의 GM 기술은 자연의 GM 기술의 차용일 뿐이다. 인간에게나 새로운 기술이지 자연에는 이미 아주 오래된 기술이다. 단지 자연은 랜덤하게 사용하고 인간은 목적성 있게 사용할 뿐이다. 과연 GMO가 무엇인지 그 본질을 한 번 알아보자.

   
 
※최낙언 이사는....

서울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했다. 1988년 12월 제과회사 연구소에 입사해 기초연구와 아이스크림 개발 업무를 맡았으며, 2000년부터 향료회사 연구소에서 소재 및 향료의 응용연구를 진행했다. 2013년부터는 현재 (주)시아스에서 근무 중이다.

저서로는 ‘불량지식이 내 몸을 망친다’ ‘당신이 몰랐던 식품의 비밀 33가지’ ‘맛이란 무엇인가’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진짜 식품첨가물 이야기’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감칠맛과 MSG 이야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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