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콩 자급률 높이려면 소비자 마음부터 움직여라
[기고]콩 자급률 높이려면 소비자 마음부터 움직여라
  • 식품음료신문
  • 승인 2015.11.24 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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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콩 산업…자급률 제고 시급
백인열(농진청 국립식량과학원 기획조정과장)

△백인열 과장(농진청 국립식량과학원 기획조정과)
수확의 계절이다. 올해는 가뭄으로 다소 어려움이 있었지만 농업인들의 정성과 노력으로 논밭에 풍년이 들었다. 농사가 잘됐다는 뜻인 풍년(豊年)의 풍(豊)자는 ‘콩 깍지에 콩이 3알씩 꽉 찼다’라는 뜻을 담고 있는데, 우리말에는 이처럼 콩과 관련된 것들이 많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속담이 있고 또 ‘숙맥’이라는 고사성어도 있다. 숙맥은 숙맥불변(菽麥不變)에서 나온 말로 콩인지 보리인지 가릴 줄 모른다는 뜻으로 우리 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콩은 우리 식문화와도 연이 깊다. 오래전부터 콩으로 메주를 쒀 장을 담그고 고추장 간장 두부를 만들어 먹었으며, 신선한 채소가 없었던 겨울철에는 콩나물을 길러 우리 몸에 필요한 비타민을 섭취하며 지혜로운 삶을 살았다.

콩에는 식물성 단백질뿐 아니라 이소플라본, 식이섬유, 올리고당, 비타민, 무기질, 사포닌, 레시틴 등 성분들이 풍부하다. 현대에 와서는 가축사료와 화장품, 의약품, 비누, 잉크 등 각종 산업화 원료로 광범위하게 이용되는 유용한 작물이 됐다.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작물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국내 콩 자급률은 10%에도 못 미친다. 우리나라의 연간 콩 수요량은 약 140만톤이다. 이중 사료용 96만톤을 제외한 식용콩 수요는 44만톤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국내 생산량은 15만톤에 그치고 있다. 값싼 수입 콩에 잠식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콩 재배면적은 점점 줄고 있어 자급률 회복은 쉽지 않아 보인다. 국내 콩 재배면적은 2012년 이후로 줄곧 감소세를 면치 못해 3년 사이에 14.3%나 줄었다. 역설적인 것은 재배면적이 줄어드는데도 콩 도매가격은 하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9월 국산 백태(상품 기준) 도매가격은 kg당 3629원으로 2012~2014년 평균치인 5034원을 크게 밑돌았다.

수요량 10% 충당…전통 식문화 기반 흔들
애국심 호소보다 국산 콩 우수성 홍보를
콩 에너지바 개발·6차산업 마케팅 등 필요  

국산 콩의 자급률을 높이려면 무엇보다 소비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애국심에 호소하는 방법이 아니라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최근 이른바 슈퍼푸드라는 이름으로 외래산 도입 곡물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우리 토종 국산 콩의 단백질 함유량은 렌틸콩이나 병아리콩보다 높다. 또한 검은콩은 노화방지 효과가 있는 안토시아닌 성분이 많고 성인병 예방과 다이어트에도 효과가 있다. 이러한 장점들을 간과하지 말고 국산 콩의 우수성을 정확하고 올바르게 알려야 한다.

또한 지역특산물과 연계한 콩 가공 상품을 개발하고 소비를 확대해야 한다. 콩은 간장 된장 등 전통식품과 연결돼 있다. 체험마을 등을 조성해 두부 장류 등 콩 전통음식을 전통 문화와 결부된 상품으로 개발하고 음식관광, 체험 등과 연계시킨 6차산업 문화 마케팅도 필요하다. 아울러 콩 초콜릿, 콩고기, 콩 요구르트, 에너지바(견과류 강정) 등과 같은 트렌드에 맞는 제품 소재와 아이디어 상품 개발을 지원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콩을 미래 성장 작목으로 특화시켜 R&D, 전문 인력 양성, 수출 활성화 등 콩과 관련한 전방위적 지원을 강화하고, 생산농가의 규모화·조직화를 통해 6차산업화를 위한 안정적인 생산기반을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에서는 장류 두부 두유 콩나물 등 우리 전통 식문화에 적합한 가공적성이 우수하고 농가에서 재배하기 쉬운 콩 신품종 개발에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으며, 소비 촉진을 위한 가공제품 생산기술 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좋은 콩을 생산하겠다는 농업인의 정성과 꼼꼼히 따져보고 국산을 이용하는 소비자의 올바른 선택, 이를 뒷받침하는 정책과 연구개발 등이 함께 어우러져 식용 콩 자급률 제고는 물론 국산 콩을 찾는 소비자가 많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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