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②]중소기업 적합업종제의 식품산업에 대한 영향
[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②]중소기업 적합업종제의 식품산업에 대한 영향
  • 식품음료신문
  • 승인 2016.01.18 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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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육성보다 국내 시장 갈등 해소
글로벌 식품 회사 출현 가능성 낮춰

동반성장위원회를 통한 정부 주도의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추진은 명분이 있어 대중의 지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식품산업부문에 있어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가 원래 취지와 달리 수요 감소와 국산 농식품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어, 대기업과 중소기업, 유관기관 및 농업계를 포괄하는 새로운 네트워크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아울러 동반성장위원회 내에 식품산업 부문의 별도 실무위원회를 설치하고 식품 중소기업 DB 구축을 통한 상생협력, 대·중소기업 해외 동반진출을 위한 협력강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하상도 교수
‘중소기업(중기) 적합업종’을 선정한 것은 자본주의 시장논리에서 벗어난 다소 인위적인 조치라 볼 수 있어 부작용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중기적합업종 지정품목을 보면 유독 식품이 많이 포함돼 있다.

중기적합 72개 품목 중 39%가 ‘식품’이며, 순대, 떡볶이, 어묵, 두부, 식빵, 막걸리, 도시락 등 품목 수 만해도 28개에 이른다. 거론되는 품목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듯이 여타 산업 군에 비해 중소업체의 비중이 매우 높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제도를 통해 다소 부자연스럽게 대기업의 진출을 막고, 중소기업이 살아 갈 수 있는 인위적 환경을 마련할 수밖에 없었던 사정은 이해가 된다. 하지만 중기적합업종 지정이 산업 생태계 전체를 아우르기 보다는 시장 갈등 상황을 해소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보니 소비자의 안전은 후 순위로 밀려 있다는 데 아쉬움이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중기적합업종 지정 등 동반성장 규제는 현 정부에서 강력하게 추진하는 4대악의 하나인 불량식품 근절의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높다. 사실 현 식품산업의 중기적합업종은 위생적 측면에서 가장 위험한 식품군이지만 현실적으로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위생시스템은 매우 열악한 상황이다. 즉, 최첨단 위생시설과 시스템을 갖춘 대기업을 제외한 중소기업에서는 상대적으로 불량식품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취지와 달리 농식품 수요 감소·소비 위축
대기업-중기-농업 포괄 새 네트워크 절실
실무위 구성 상생· 해외 동반진출 등 협력을 


식품사건이 발생하거나 불량식품을 만들다 적발돼 가혹한 행정제재, 강제리콜, 형사고발 등에 직면하면 하루 밤 새에 문을 닫을 수도 있다. 위생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소상공인들은 언제 어디서 사고가 터질지 몰라 하루하루 노심초사 하며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이전에 발생했던 대형 식품사고 중 불량만두사건, 골뱅이 포르말린사건 등의 경우, 중소기업이 주로 생산했던 품목이었다. 그러나 사고 발생 후 대부분의 중소기업이 도산해 인수한 대기업 품목의 시장이 돼버렸다. 이렇듯 식품산업의 역사와 특이성을 고려해 대기업과 중기의 역할을 충분히 검토하면서 중기적합업종을 선정했어야 했다.

이러한 시장의 자연스런 흐름에 역행하는 인위적 대․중기 동반성장은 부작용도 있다. 두부의 경우 2011년 중기적합업종 지정 후 수요 감소로 인해 국내 대두 농가의 피해가 크다고 한다. 대기업에서 두부산업 규모를 더 키워 수출산업화 했어야 원료생산자, 유통 등 전반적으로 산업이 더욱 활성화됐을 것인데, 중기적합업종으로 지정되는 바람에 더 이상 시장이 성장하지 못하고 구매량이 축소됐기 때문이다.

이래 가지고는 네슬레, 맥도날드 같은 글로벌 식품회사가 우리나라에서 나올 리가 만무하다. 정부는 이것저것 모두 얻으려는 이중적 태도를 버리고 큰 것을 얻으면 작은 것을 내어줘야 한다는 삶의 이치대로 용기 있는 결단을 해야 한다.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식품안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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