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은 원래 자연의 기술이다ⓐ-GMO는 판도라의 상자인가⑨
GM은 원래 자연의 기술이다ⓐ-GMO는 판도라의 상자인가⑨
  • 식품음료신문
  • 승인 2016.02.01 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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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 같은 ‘천연 GMO’엔 관대
인간의 조작적 유전자 변형엔 반대
[최낙언의 합리적 식품생각법]GMO 합리적 판단 가능할까?(15)

● 고구마는 천연 GMO 작물이다

대부분의 유전자 변형 작물은 인간이 처음 만든 기술이고, 오랜 사용경험이 없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이 아니다. 그 구체적인 예가 고구마다. 겐트대학 연구팀의 유전자 분석과 근연종 연구에 따르면 고구마는 별로 쓸모없는 작물에서 박테리아(아그로박테리움으로 추정) 외래 유전자가 삽입하는 바람에 재배하기 쉽고, 먹기 좋은 작물이 됐다고 한다. 자연적 진화가 아니라 유전자의 수평적 이동에 의해 새로운 작물로 창조된 것이다.

세균과 바이러스는 지구상에서 가장 개체수가 많은 생명이다. 그래서 세상에 가능한 거의 대부분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더구나 이런 유전자를 다른 세균이나 고등생물로도 옮길 수 있다. 그리고 그 숫자는 엄청나다. 바다 속에 있는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것만 1초에 무려 1000조회 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는 자연의 이런 대규모 무작위 유전자 변형에는 별로 관심이 없고, 인간의 표적 유전자를 목표로 하는 정밀한 변형에 대해서만 매우 민감하다.

● 천연의 GMO는 마땅한 검사법조차 없다

인간의 GMO는 점 돌연변이이기에 검사가 가능하다. 특정 유전자를 넣었기 때문에 그 유전자의 존재 여부로 GMO 여부를 판단한다. 그런데 자연의 GMO는 어떤 유전자가 추가됐는지 모르기 때문에 검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옥수수를 검사한다고 하면 전체 230만 유전자 중에 실제로 발현되는 3만3000종의 유전자를 전부 검사해 그 중에 옥수수에 한번도 등장한 적이 없는 유전자가 무엇이 있는지를 검사해야 한다. 예전에는 한 생명체의 전체 유전자를 파악하는 데 몇 년씩 걸렸다. 그래서 고구마가 천연 GMO라는 것을 파악하는 것도 최근 일인 것이다.

지금의 GMO 검사는 생물 전체에 걸쳐서 일어난 유전자 변형 정도의 검사가 아니고 단지 인간이 인위적으로 추가하는 유전자가 있는지 여부의 검사다. 옥수수에 수십개의 외부유전자가 삽입돼도 그것은 전통의 옥수수이고 인간이 추가한 딱 한 가지 유전자만 있어도 완벽한 공포의 유전자 변형식품인 셈이다.

사람들은 수만개의 전체 유전자에 어떤 변이가 있었는지는 아무 관심이 없다. 단지 인간이 삽입한 특정 유전자의 존재 여부에만 온통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이다.

‘유전자 수평적 이동’에 의해 새 작물로 탈바꿈
자연적 GMO는 무자비하고 난폭…독성 발현도 

● 천연의 GMO는 독성도 가끔 만든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인간의 GM 기술 훨씬 전부터 자연은 이미 그러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인간이 하는 일은 온순하고 자연은 훨씬 무자비하고 난폭한 유전자 조작을 많이 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치명적인 병원성 대장균(O157:H7)의 경우다. 우리 몸에는 항상 100조 정도의 세균이 있고 이중 1조 정도는 대장균인데 아무런 문제없이 건강하게 살 수 있다. 그리고 보통의 식중독균은 100만 마리 정도에 감염돼야 질병이 발생하는데 이 병원성 세균은 불과 수십 마리만 감염돼도 질병이 발생할 수 있다. 정말 무시무시한 병원균인 것이다. 이 병원균이 만들어진 것은 약 5만 5000년 전이다. 바이러스의 감염(자연의 GM 기술)을 통해 독소를 만드는 외부 유전자가 온순한 대장균에 추가된 것이다.

자연의 GMO는 무조건 안전할 것이라는 건 그저 환상에 불과하다. O157:H7균이 독소를 만드는 유전자도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것이지만, 이 세균이 결정적인 피해를 입히는 기작도 바이러스에 의한 것이다. 대장균에게 항생제와 같은 스트레스를 가하면 바이러스가 독소를 만들 스위치를 켜버린다.

항생제가 투입되면 세균은 스트레스를 받고, 스트레스로 바이러스가 독소 유전자를 격발시킨다. 바이러스와 독소의 무한 증식이 일어나고, 대장균도 죽고, 인간도 치명적인 손상을 받는다. 혈변, 설사 정도에 그칠 병세가 항생제 투입에 의해 치명적으로 변하는 것이다.

보툴리누스균은 지상 최강의 독소를 만든다. 인간이 만든 가장 강력한 독보다 1만배 이상 강하다. 이 독소를 만드는 유전자도 세균 고유의 유전자가 아니라 프로파지가 갖고 있는 유전자다. 암 바이러스도 정상적인 세포에 암을 유발하는 유전자를 삽입하는 바이러스다. 심지어 세균의 항생제 내성도 바이러스의 외부 유전자 삽입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기도 하다.

미국 하버드대 위스(Wyss)연구소 짐 콜린스 박사팀은 연구에 따르면 항생제 환경에서 박테리오파지와 세균을 노출하면 박테리오파지가 항생제에 대한 내성을 갖는 유전물질을 만들고, 이를 숙주인 세균 내부에 침투시켜 항생제 내성을 갖도록 한다.

그리고 항생제와 접촉하지 않은 세균도 이 박테리오파지를 통해 항생제에 대한 내성이 3배나 높아졌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하지만 이렇게 위험해 보이는 GM즉 유전자의 수평적 이동이 진화의 핵심 동력이기도 하다.

   
 
※최낙언 이사는....

서울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했다. 1988년 12월 제과회사 연구소에 입사해 기초연구와 아이스크림 개발 업무를 맡았으며, 2000년부터 향료회사 연구소에서 소재 및 향료의 응용연구를 진행했다. 2013년부터는 현재 (주)시아스에서 근무 중이다.

저서로는 ‘불량지식이 내 몸을 망친다’ ‘당신이 몰랐던 식품의 비밀 33가지’ ‘맛이란 무엇인가’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진짜 식품첨가물 이야기’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감칠맛과 MSG 이야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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