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우유급식 ‘덤핑 입찰’ 후유증 심각
학교 우유급식 ‘덤핑 입찰’ 후유증 심각
  • 김현옥 기자
  • 승인 2016.03.08 02: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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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우유 등 원가 이하 가격 제시…교육부 ‘최저가 지침’이 주요인

과연 학교우유급식이 가격할인에도 불구하고 판매량은 갈수록 줄어드는 국내 우유시장을 지킬 수 있는 최적의 대안일까?

최근 학교우유급식 입찰 경쟁에서 원가이하의 덤핑가격을 제시한 국내 최대 서울우유를 비롯한 일부 유업체에 대해 대다수 업계 관계자 및 전문가들은 시장 질서를 교란시켜 공멸을 초래할 것이라며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서울우유는 최근 학교우유급식 입찰경쟁에서 제조원가인 280원의 절반가격 수준인 최저 150원에서 250원(200ml)의 공급단가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정부 기준 가격인 430원에 비하면 3분의 1에 불과한 수준이다.

서울우유가 이처럼 무리한 입찰가격을 제시하게 된 배경은 국내 유업계가 우유 소비가 급감으로 인한 재고분유 적체로 심각한 경영난에 부딪치고 있는 와중에 교육부가 최저가 입찰 실시 지침을 내린 것이 화근이 됐다.

지난해 지방교육청 재정운용 실태를 감사한 감사원은 교육부에 학교우유급식 최저가 입찰 방안 마련을 요청했고, 교육부가 각 학교에 이를 시달하면서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소비자단체·할인점 등 가격 인하 요구 가능성
업계 시장 질서 교란으로 공멸 초래할까 우려 

서울우유는 현재 학교우유급식 시장에서 7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지만, 지난해 경쟁사에 상당부분 땅을 빼앗긴 상처를 갖고 있는 탓에 더 이상 밀려서는 안 된다는 위기의식과 함께 출혈을 감수하고라도 반드시 지키겠다는 비상한 각오로 맞선 결과다.

이와 관련 서울우유의 한 관계자는 “수요가 포화된 내수시장에서 학교우유급식은 안정적인 소비기반이 되고 있기 때문에 피해를 일부 감수하고서라도 공급량을 소진시키는 것이 잉여로 남기는 것보다는 낫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낙농업계, 유가공업계, 소비자단체는 물론 서울우유 내부에서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지난 2일 서울우유 대회의실에서 개최된 2016년도 정기대의원회에서 일부 조합원은 “학교우유급식의 70%를 차지하는 서울우유가 저가 입찰에 응함으로써 상당한 피해를 야기했다.”고 지적하고, “현재 시중 우유 판매가격은 편의점 820원대, 마트 600원대이며, 도서벽지의 학교우유급식 가격이 430원대인 점을 감안하며 이번 최저가 입찰이 몰고 올 파장은 엄청나다”며 그 후폭풍을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따져물었다.

소비자들은 우유가 너무 비싸서 못 먹겠다고 하는 마당에 학교우유급식 가격을 150원에 공급한다면 소비자단체들이 앞장서 우유가격 인하를 요구할 것이고, 군 급식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대형유통업체들도 현재 가격보다 더 인하할 것으로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이들은 우려했다.

낙농육우협회 최저가 입찰제 개선 운동 전개
낙농진흥회도 출판물 같은 정가제 도입 추진

이에 대해 송용헌 서울우유조합장은 “수급조절 실패로 남아도는 우유를 그냥 버릴 수 없고, 지난해 빼앗긴 학교급식우유의 감소분을 되찾기 위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최저가 입찰에 응할 수밖에 없었다”며 속내를 밝혔다.

낙농단체 역시 현재 추진되고 있는 학교우유급식 최저가 입찰 문제를 바로잡겠다고 발 벗고 나섰다.

이승호 낙농육우협회장은 2일 서울우유 정기대의원회와 서울우유축산계장협의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인사말을 통해 “올해부터 학교우유급식 최저가 입찰 시행으로 B우유의 경우 사업준비금을 모두 소진한 상태”라고 지적하고 “최저가 입찰 학교우유급식 최저가 입찰은 유업체간 상도덕을 무너뜨리는 요인이 되고 있는 만큼 이를 폐지할 수 있도록 농식품부와 교육부, 공정거래위원회, 감사원 등 관계부처와 협의하는 한편 4월 총선이후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한 개선활동도 전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상황에서 낙농진흥회는 최근 학교급식발전협의회를 개최하고 출판문화산업진흥법에서 시행하고 있는 ‘간행물 정가 표시 및 판매’에 관한 법률의 예외조항과 같은 제도를 도입해 최저가 입찰을 제도적으로 막자는 의견을 도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출판문화산업진흥법에 따르면 ‘출판물을 판매하는 자는 독서 진흥과 소비자 보호를 위해 정가의 15% 이내에서 가격할인과 경제상 이익을 자유롭게 조합해 판매할 수 있다’는 조항을 두고 있다.

한편, 국회 농림축산해양식품위원회 홍문표(새누리당) 의원은 지난해 11월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이 학교우유급식 전반에 대한 관리 및 지도, 학교우유 공급업체 선정 및 계약에 관한 세부시행계획을 수립해 학교우유급식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하는 ‘낙농진흥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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