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위생가설과 역학전이-어느 치과의사의 프로바이오틱스 관심(9)
[연재]위생가설과 역학전이-어느 치과의사의 프로바이오틱스 관심(9)
  • 식품음료신문
  • 승인 2016.05.02 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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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생적 환경 미생물과 격리…방어력 약화
프로바이오틱스 면역력 복원에 큰 도움

△김혜성 원장<사과나무치과병원>
현대사회의 도시는 깨끗하다. 자연은 가공돼 있어 아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자연과의 직접적인 접촉보다는 시멘트 건물 안에서 산다. 과거 손에 흙을 묻히며 동네를 뛰놀던 시대와 비교하면 현대의 우리들은 환경 자체가 멸균된 상태에서 생활하는 것이다.

게다가 아이들은 12세 전 15가지가 넘은 예방 접종을 받고 감기에 걸리면 항생제를 투여한다. 외부 환경뿐 아니라 인체 내부도 멸균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문명의 발달과 함께 불가피한 면이 존재한다. 인간은 편안하면서도 안락하게, 그리고 깨끗하고 따뜻한 물에 샤워를 즐기며 살고 싶은 욕망이 있다. 또한 항생제와 백신이 없어 사소한 감염이나 전염병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야 했던 20세기 이전과 비교하면 보건위생과 의학의 발달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느끼게 된다.

하지만 그게 전부일까? 과연 유익한 면만 존재하는 것일까? 위생가설은 이에 따른 의문을 던진다.

인간이 극히 청결한 환경에서 살면 외부 항원에 대해 스스로 면역을 키워 자신을 지켜야 할 필요가 줄어든다. 감염이 발생하기도 전에 항생제가 투여되는 인간은 외부와의 상호작용에 의해 후천적 면역을 쌓아갈 기회를 상실한다. 결과적으로 원인 모를 많은 면역 질환들을 양산하는 것이다.

무균상태에서 키운 쥐는 면역을 담당하는 임파조직들이 거의 발달하지 못한다. 장내 미생물들이 군락을 이뤄야 면역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조절 T 세포(regulatory T cell)가 장 점막 결합조직에서 유도되고 활성화되는 보고가 많다. 미생물과 면역이 늘 상호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반면 현대 도시는 이전 농경사회보다 미생물과 인간의 거리를 훨씬 멀게 했다. 어느 정도는 무균상태의 쥐와 비슷한 것이다. 그만큼 현대인들의 면역체계는 외부 자극에 스스로를 보호할 필요가 적어지고 면역력 또한 약해졌다.

국내 소아과 이소연 의사에 따르면 지난 2010년 시골지역인 정읍군과 도시화된 정읍, 서울시 3군데의 아토피 비율을 조사한 결과 서울이 가장 높고 도시화된 정읍시, 농촌 순서로 나타났다. 도시화된 순서로 면역혼란이 관찰됐으며, 이는 위생가설의 좋은 사례를 보여준다.

위생가설의 시작은 1989년 Strachan으로부터 시작한다(Strachan 1989). 가족 구성원 수와 알레르기의 발병률을 비교한 결과 가족 구성원의 수가 많고 형제들과의 비위생적 접촉이 빈번할수록 알레르기 질환의 발병률이 낮아짐을 확인했다.

물론 그 전에도 위생가설에 대한 힌트는 있었다. 1973년 남태평양 마우케 섬 주민 600명 중 30%에 해당하는 180명이 기생충 질환을 앓고 있어 미국 전염병 연구소가 위생 교육과 방역에 나섰다.

하지만 20년 뒤 예기치 못한 결과가 나타났다. 기생충 감염률은 5% 아래로 떨어졌지만 천식, 아토피 피부염과 같은 알레르기성 질환이 5배나 증가한 것. 체내 기생충을 제거한 것까지는 좋은데, 그것이 인체의 면역기능을 자극해 증진시킨다는 부분까지는 몰랐던 것이다.

도시화·음식의 변화로 제2차 역학적 전이 진행
인체 내 미생물 급격한 변화…면역 조절에 혼란 

위생가설의 한 축을 이루는 Rook에 의하면(Rook 2012) 19세기 말부터 시작된 현대의 도시화(가공된 환경)와 고칼로리 음식 섭취로 인한 인간의 변화는 수렵문화에서 농경시대로 변화하면서 겪었던 역학적(epidemiologic) 변화만큼 거대하다.

1만년 전 농경의 시작으로 섭취된 곡식들은 장 내 투과성을 높이는 사포닌, 렉틴, 글리아딘, 캡사이신과 같은 성분의 섭취를 높였고, 투과성이 높아진 장을 통해 더 많은 항원들이 몸 안을 침투했으며 이를 통해 인간은 면역력을 높이며 진화했다(제1차 역학적 전이).

도시화와 음식의 변화로 시작된 제2차 역학적 전이(the Second Epidemilogical Transition)가 19세기부터 시작해 현재까지 진행 중이다. 환경과 음식은 변화했고 인간과 오랫동안 공생해 왔던 인체 내 미생물의 급격한 변화가 일어났다. 하지만 인간 유전자 변화는 그것에 적응하지 못한 상태다. 이러한 차이와 부정합이 여러 면역 조절의 혼란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모든 포유류는 자기 몸 내외부 미생물들과의 상호반응을 공진화력(co-evolutionary force)으로 작용시키며 진화해 왔다. 즉 함께 진화한 것이다. 그런데 19세기부터 시작한 도시화에 따라 공진화력이 급격히 떨어졌다. 포유류의 진화 환경에서 오랫동안 다수의 군락으로 함께 있으나 현재는 많이 없어진 미생물에 대해 Rook는 인간의 오래된 친구들이라고 불렀다. 이런 태도를 진화 의학, 다윈주의 의학으로도 명명하기도 한다.

여기에는 프로바이오틱스의 유용함이 적용될 수 있다. 프로바이오틱스는 발효음식이나 자연 속에서 일상적 접촉을 통해 우리 체내에 존재해 온 인간의 오래된 친구들이다. 자연 가공을 통한 청결과 문명은 참 좋은 것이지만 이것은 인간의 오래된 친구들의 제거를 가져올 수 있다. 프로바이오틱스는 오래된 친구들의 복원을 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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