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잊혀졌던 장기(forgottne organ) 의 부활과 프로바이오틱스-어느 치과의사의 프로바이오틱스 관심(14)
[연재]잊혀졌던 장기(forgottne organ) 의 부활과 프로바이오틱스-어느 치과의사의 프로바이오틱스 관심(14)
  • 식품음료신문
  • 승인 2016.06.27 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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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물 균총 의한 동물 비만 실험 충격적
기피 생명체서 인체·지구 생태계 주역 격상

△김혜성 원장<사과나무치과병원>
옛 어른들은 밥 먹고 바로 자면 소가 된다고 했다. 섭취한 음식을 소화시키지 않고 잠이 들면 몸 안의 음식물이 썩을 것이니 충분히 소화시키고 자라는 것이다. 실제 의사들도 저녁을 먹은 후 가벼운 산책을 통해 소화를 도울 것을 권한다.

우리 몸은 수면상태가 되면 여러 생체기능이 감소한다. 심장 박동수는 떨어지고 혈액순환이 늦어지며 호르몬이나 소화효소 분비 감소 및 침도 거의 분비되지 않는다. 운동이나 생활 속 에너지를 소모하는 것보다 소화과정, 에너지 소비과정은 훨씬 늦게 진행될 수 있다.

물론 수면 중 소화 활동이 멈추는 것은 아니다. 소화관에 사는 미생물들은 수면과 관계없이 그들의 삶을 영위하기 때문이다. 즉 미생물은 음식이 들어가면 계속 에너지를 섭취한다. 결과적으로 우리 몸 속 소화 과정은 진행형인 것이다. 오히려 수면 중 장내 환경은 장내 물질의 움직임이 느려지고 미생물총은 평화로운 상태(homeostasis)가 유지될 수 있기 때문에 장내 미생물에 의한 소화는 더욱 활발히 진행될지도 모른다.

최근까지도 장내 미생물총의 역할은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대장이라는 인체의 하수구에 기대어 사는 더럽고 조심스러운 작은 생명체의 느낌이었다. 기억 속에서 멀어 진 장기(forgotten organ)에 불과했다. (O'Hara and Shanahan 2006)

하지만 지난 2006년 인상적인 실험이 권위있는 과학저널 Nature에 발표됐다. 쥐를 이용한 동물 실험이었는데, 무균쥐에 뚱뚱한 쥐에서 채취한 장내 미생물을 주입했더니 마른 쥐에서 채취한 장내 미생물을 주입한 무균쥐보다 훨씬 더 많은 살이 찌는 것이었다(Turnbaugh, Ley et al. 2006).

뚱뚱한 쥐에 살고 있는 미생물들이 같은 에너지원에서도 더 많은 에너지를 뽑아낼 수 있는 세균총들이며, 이것을 숙주의 에너지원으로 제공한다는 것이다. 즉 장내 미생물총은 숙주와 계속 상호작용한다.

논문 발표는 많은 사람들이 주목했다. 물론 21세기 들어 인체 내 미생물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져가고 장내 미생물이 소화 과정에 중요하게 관여한다는 연구들이 꾸준히 발표되긴 했다. 하지만 직접적인 영향을 나타낸 연구결과는 처음이었다.

△Turnbaugh 연구에 따르면 미생물의 종류에 따라 비만의 정도가 결정된다.

프로바이오틱스 새로운 세계관으로 조명
소화 외 신경·심리에 영향…초유기체 비유
국제적 컨소시엄 대륙별 미생물 분포 연구  

10년이 지난 현재, 이제는 일반인들도 인체 내 미생물에 대한 관심이 커진 느낌이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인체 내 미생물이 소화 과정뿐만 아니라 단쇄지방산이라는 중요한 면역매개물질을 만들어 숙주와 상호 소통한다는 것을 증명했다. 또 에너지 대사를 바꿔 체중도 조절 가능하며 장 주변 신경조직뿐만 아니라 중추신경계에도 영향을 미쳐 성격이나 심리상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장내 미생물을 마치 인체에서 호르몬 분비를 통해 전신적인 신호를 관장하는 내분비기관(endocrine organ)이라고까지 빗대기도 한다(Clarke, Stilling et al. 2014). 또한 인간 내부에 살면서 인간의 유전자보다 100배 이상에 달해 인간과의 상호작용, 공진화해온 존재라는 이유로 초유기체(superorganism)란 비유도 있다(Goodacre 2007).

이 같은 발전에는 미국과 유럽에서의 대규모 연구 프로젝트가 큰 영향을 미쳤다. 2007년을 시작으로 2012년까지 1차 프로젝트를 마치고, 2차에 돌입한 미국의 human microbiome project(hmpdacc.org)나 유럽의 메타히트(www.metahit.eu)가 그것이다.

현재는 국제적인 컨소시엄(www.human-microbiome.org)이 설립돼 각 대륙별 지리상 위치나 식이습관, 생활습관 등으로 달라질 수 있는 전 지구적 미생물 분포를 총합적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렇게 잊힌 장기의 부활은 미생물에 대한 세계관 변화를 가져왔다. 병인성 세균도 많지만 대부분 미생물은 인체뿐 아니라 범지구적 순환과 생태계 유지에 반드시 필요하다는 인식이다. 지구상 질소 순환은 탈질 세균이나 질소 고정균 등의 미생물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

탄소 순환 역시 미생물에 의한 유기체의 분해가 없으면 돌아갈 수 없다. 인간이 죽으면 썩어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게 하는 것도 미생물이다.

미생물이 없으면 지구상 모든 원소의 순환은 없다. 생명이 있을 수 없으며 인간 또한 존재할 수 없다. 거대한 범지구적 질서가 이뤄질 수 없는 것이다.

19세기말 병의 원인은 세균에 있다는 세균설이 확립됐다. 20세기 중반 항생제가 개발돼 병인성 세균과 승부하며 20세기를 보냈던 인류는 21세기 들어 보다 성숙한 생명관으로 나아가고 있다.

프로바이오틱스 미생물 혹은 그것이 만들어 온 김치, 된장과 같은 오래된 발효식품은 미생물에 대한 새로운 세계관에 분명한 증거가 된다. 80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먹어왔던 치즈와 이를 만들어왔던 락토바실러스 등 오래된 프로바이오틱스 미생물은 이제 과학의 조명 아래 자신의 모습과 역할을 화려하게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Clarke, G., et al. (2014). "Minireview: Gut microbiota: the neglected endocrine organ." Molecular endocrinology 28(8): 1221-1238.

Goodacre, R. (2007). "Metabolomics of a superorganism." The Journal of nutrition 137(1): 259S-266S.

O'Hara, A. M. and F. Shanahan (2006). "The gut flora as a forgotten organ." EMBO reports 7(7): 688-693.

Turnbaugh, P. J., et al. (2006). "An obesity-associated gut microbiome with increased capacity for energy harvest." Nature 444(7122): 1027-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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