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발암물질, WHO IARC의 지정 해지에 대한 의견
커피 발암물질, WHO IARC의 지정 해지에 대한 의견
  • 식품음료신문
  • 승인 2016.06.27 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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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22>
커피와 방광암 상관 관계 입증 안 돼
다른 암도 증거 불충분…3군으로 분류

WHO는 지난 1990년 커피가 방광암을 유발할 수 있다며 '2군발암물질(group 2B)'로 분류했다. 커피에 포함된 벤젠, 포름알데하이드 등과 같은 유해물질이 방광에 머물면서 암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또한 커피에는 볶을 때 발생하는 벤조피렌 등의 발암물질이 있다.

그런데 돌연 발암가능물질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동안 23명의 전문평가단을 구성해 커피의 발암성과 관련된 공개된 문헌 1,000여 편을 검토한 결과, 커피와 방광암과의 상관관계가 입증되지 않았고 방광암 외에도 커피 관련 20여종의 각종 암 유발가능성에 관한 증거가 전반적으로 불충분하다며 25년 만에 발암물질 목록에서 제외했다.  

△하상도 교수
국제암연구소(IARC, International Agency on Research for Cancer)는 UN 산하 세계보건기구(WHO)에 속한 국제기구로 1965년에 설립됐다. 본부를 프랑스 리옹에 두고 있고 암의 원인에 관한 연구를 지휘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데, WHO 산하이기 때문에 세계에서 가장 권위가 있다.

‘발암물질’이란 유전체에 손상을 입히거나 세포대사과정에 문제를 일으켜 암 발생에 직접적으로 관련되는 물질을 말하는데, '한국산업안전보건법'의 정의에 따르면 '암을 일으키거나 그 발생을 증가시키는 물질'로 규정하고 있다. 물론 발암물질이라도 노출되는 양에 따라 암을 일으킬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식품에는 자연스레 여러 발암물질이 항상 존재한다. 먹고사는 사람은 그 누구도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발암물질이나 독성물질을 피할 수는 없다.

IARC에서는 현재 약 1,000개 가까운 발암물질에 대해 5개 그룹으로 등급을 정해 놓고 있다(group 1·2A·2B·3·4군). 커피가 속해 있던 group 2B (2군)는 인체 자료가 제한적이고, 동물실험 자료도 충분하지는 않지만 ‘인체발암가능물질’이라고 한다.

일반 소비자들은 2군이나 3군에 비해 1군 발암물질을 더 무섭고 심각한 발암성 물질이라 생각하는데, 사실은 발암성이나 심각도로 나눈 게 아니라 역학조사, 인체 또는 동물실험 결과 암을 유발한다는 과학적 근거가 충분해야 판단할 수 있기 때문에 연구가 많이 된 것이 1군이 될 가능성이 높다. 즉 1, 2, 3군의 차이는 발암의 심각도를 기준으로 한 것이 아니라 동물과 사람 역학조사 자료가 충분한 경우 1군, 동물실험 자료는 있으나 사람에게 암을 유발한다는 근거가 제한적일 경우 2군, 사람, 동물자료 둘 다 불충분한 경우 3군으로 분류하는 것이다. 4군은 인체발암가능성이 없는 것을 말한다.

발암성·심각도로 1·2·3군 나눈게 아냐
동물·인체 역학조사 자료 충분하면 1군  

1군발암물질(Group 1)에는 알코올(술), 그을음, 흡연, 니코틴, 햇빛(자외선, UV), 매연/톱밥의 분진, 즉 미세먼지, 벤젠, 벤조피렌, 석면, 비소, 카드뮴, 석탄, 콜타르, 방선성요오드 등 111종의 물질이 있다. 2군발암물질(Group 2A)에는 간디스토마(간흡층), 아크릴아마이드, 방향족탄화수소(폴리염화 바이페닐) 등 65종이 분류된다. Group 2B 역시 2군발암물질인데, 경유, 휘발유, 에틸카바메이트, 캐러멜색소, 니켈, 납, DDT(농약), 휴대폰의 전자기장 등 274종이 있고, 3군발암물질(Group 1)에는 멜라민, 카페인 등 504종이 포함돼 있다.

이번 커피의 경우 23명의 전문평가단을 구성해 공개된 문헌 1000여 편을 검토해 검증과 재평가를 한 것이다. 논문과 실험 등 과학적 증거가 계속 생산되고 있기 때문에 과거에 발암물질로 평가받았던 물질이라도 미래에는 아닌 것으로 판정될 수도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을 것이다.

자료 부족 3군…4군이 발암 가능성 없어
재평가로 변경…적색육도 재평가 받아야 

최근 지정됐던 적색육, 가공육 등도 다시 평가되지 않을까 싶다. IARC에서 발암물질로 가장 잘못 지정한 것 중 하나가 육류이기 때문에 분명히 재평가할 것으로 확신한다. 지난번 적색육 발암물질 지정관련 때도 이야기했듯이 WHO는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는 것 같다. 의사, 독성학자, 영양학자 등이 중심이 돼 식품 전체를 보지 못하고 성분만 따지다보니 이런 일이 생긴 것이라 생각된다. 성분만 따지다 보면 커피를 나쁜 암 유발 식품으로 만들 수도 있고, 좋은 항암식품으로도 만들 수가 있는 것이다. 관련 산업에 파급효과가 매우 큰 WHO의 근시안적 발표가 안타깝기만 하다.

과유불급, 사람이 먹는 모든 음식은 발암물질과 기타 독성물질을 미량이나마 갖고 있다. 양의 많고 적음이 있을 뿐이다. ‘발암물질’을 줄이는 최선의 방법은 노출양을 줄이는 것이다. 가능한 적게 먹는 것이 가장 좋다. 암 예방에 좋은 식습관은 음주와 흡연을 자제하고, 고기, 빵 등을 태워 먹지 않는 것이다. 환경적으로는 햇빛이나 매연, 미세먼지의 노출을 가급적 삼가는 게 좋다.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식품안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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