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무엇을 먹을 것인가-어느 치과의사의 프로바이오틱스 관심(16)
[연재]무엇을 먹을 것인가-어느 치과의사의 프로바이오틱스 관심(16)
  • 식품음료신문
  • 승인 2016.07.11 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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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고 편한 음식만 찾으면 면역성 취약
식이섬유 섭취해야 체내 미생물 다양성

△김혜성 원장<사과나무치과병원>
자본주의에 대한 평가는 늘 양극으로 나뉜다. 미래의 신용을 오늘에 가져와 경제의 확장을 가능하게 한 효율적인 시스템이란 칭송부터 인간의 주관적 심리를 기반으로 한 매우 불안정한 경제체제라는 데까지, 또 인간의 이기적 욕망을 가장 잘 반영한 제도라는 데부터 인간의 다양한 면모를 모두 돈으로 환산해 버린 제도라는 데까지.. 어쨌거나 자본주의는 인간 역사상 가장 보편적으로 추구하는 돈(금) 에 대한 욕망을 기반으로 300 여년을 번성하며, 온 지구를 대규모화된 자신의 체제로 바꿔가고 있다.

건강에 대한 것도 예외가 아니다. 거대 제약회사들은 하나의 약이 시장에 진입하기까지 모든 과정을 콘트롤한다. 어떤 사람이 특정 약효를 개인적으로 경험했다 하더라도, 그것이 제약산업에 진입해서 evidence based medicine 이라는 현대 의학에 진입하기까지는 시간으로는 수년, 돈으로도 거의 1조에 달하는 연구비가 투여돼야 한다 그래도 될 듯 말 듯하다.

그런 제약회사들은 건강의 지표를 수치화해서 사람들의 몸 상태를 그 수치 안으로 집어 넣고, 그 수치에 걸리지 않으면 ‘evidence’ 를 근거로 약을 먹게 하는 강고한 시스템을 구축했다. 대표적으로, 우리가 건강검진때 나오는 각종 수치들이 바로 그것이다. 그것은 대부분 진실을 담고 있지만, 한 편으론 지속적으로 의문을 갖게 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고혈압학회 가이드라인의 가장 최근 판인 2013년 판은 정상혈압을 수축기 혈압 120 이하로, 이완기혈압 80으로 정해서 발표헀다. 그 이상인 사람들을 고혈압전단계나, 고혈압 환자로 구분해 생활요법이나 약물요법을 시행하기를 권한다.(대한고혈압학회 2013) 이에 반해, 미국 심장협회의 가이드라인은 60세 이상의 경우 수축기 혈압 150 이상, 이완기 혈압이 90이상일 때를 고혈압으로 정하고, 60세 이하의 경우 이완기혈압만 90 이상만 고혈압으로 하고 수축기 혈압에 대한 가이드수치는 정하지 않았다. (James, Oparil et al. 2014)

실은 미국의 가인드라인도 '고혈압 마피아'란 말이 있을 만큼 비판하는 사람도 있다. 일부 학회의 소수 전문가들이 가이드라인을 정해서 일반인들을 그 안에 집어 넣는다는 불편함의 표현일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 고혈압 기준 수치가 미국보다 더 낮고, 나이가 먹을수록 조금씩 높아지는 혈압의 자연스러움에 대한 고려는 없다. 그러면 고혈압환자들이 수치의 조정에 의해 간단히 대량 양산된다. 의사들 역시 이런 수치화된 진단이 나오면 바로 약을 처방하는 프로세스가 정착되어 간다.

치과를 개원한지 20년이 지나가는데, 내원하는 환자들이 점점 더 많은 약을 복용하는 것을 늘 느낀다. 간단한 치료를 할 때도 아스피린, 고지혈증, 혈압 당뇨에 관련된 약복용 여부를 꼭 물어봐야 한다. 이런 흐름에 제약회사나 의료계의 어떤 인위적, 자본주의적 개입이 있을 수 있다는 개연성이 보인다.

현대의 대규모화된 식품산업도 이런 흐름을 더 키운다. 식품회사들은 같은 음식이라도 당연히 사람들이 먹기 편하고. 맛있고, 씹는 질감이 좋고, 소화 잘되고... 그러면서도 최근에는 칼로리가 적은 음식을 제공하려 할 것이다. 그런 식품회사의 노력은 또 사람들의 입맛을 바꿔 그런 맛을 요구하게 되고, 식품회사들은 그런 흐름에 더 불을 지핀다.

대표적인 것이 설탕이다. 설탕 소비량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당류 섭취는 지속적으로 늘어가고 있고, 그 중 거의 과반을 가공식품을 통해 섭취한다. 특히 청소년들의 당류 섭취가 많고 증가 속도도 빠르다. 최근 급격히 늘어난 커피전문점들이 가장 많이 쓰는 식재료도 설탕일 것이다. 그 설탕은 이미 많이 알려진 대로, 더 많은 에너지를 인체에 축적해서 비만을 만들 뿐 아니라 세포들의 인슐린 저항을 초래하고, 충치를 만들고, 장내 세균총을 교란시켜 아토피와 같은 여러 면역성 질환들에 취약하게 한다.

식이섬유를 먹지 않는 것도 문제다. 먹기 편하다는 것은 질기지 않다는 것일텐데, 음식에서 그 질김은 식이섬유에서 나온다. 식이섬유를 빼버린 음식은 부드럽고, 달콤하고 먹기 좋지만, 그런 성분의 음식은 우리 몸에서 훨씬 빨리 흡수되고 대사된다. 우리 몸의 효소들이 그런 음식을 소화하고 흡수하기 편하기 때문이다. 또 대장으로 가기 전에 소장에서 대부분 흡수돼 점점 더 중요한 역할이 부각되어가는 대장 세균총에게는 먹을 것이 돌아가지 않는다. 역시 세균총들이 교란되고 다양성이 떨어지게 되고, 여러 현대병에 취약하게 한다.

가끔 산을 호롯이 거닐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인간의 도시는 어찌보면 죽음의 공간이라고.. 인간의 도시에는 호모사피엔스라는 거대 다세포 생물이자 현대 생태계의 최고의 포식자들만 제외하면 모두 죽어 있다. 시멘트도 아스팔트도 차도 그것들이 내뿜는 매연도, 음식점의 고기도 생선도 야채도 모두 죽어있다.

도시는 인간만을 위해 설계돼 있어 야생동물이 출현하면 죽어야 하고, 곳곳이 소독돼 있어 미생물이 살 곳은 막혀있다. 그에 반해 산의 흙은 온통 미생물 천지이고, 나무도 풀도, 새도, 가끔 저를 놀래게 하는 뱀도 모두 생명들이다. 그 생명들을 자주 접하고, 그런 생명의 공간에 자신을 시간되는만큼 놓아두는 것이 건강을 유지하는 길이 아닐까 생각할 때가 많다. 내 안의 생명인 미생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the good gut’ 의 저자들의 권고대로, 음식을 먹을 때 조금은 내 안의 생명인 미생물에 대한 의식을 하는 것이 건강유지에 좋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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